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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우대 잔치?

아카데미영화제, 홀로코스트 소재 작품에 후한 점수

반도헌 ㅣ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2.24(Tue) 01: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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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세계 최대 영화 축제인 아카데미영화제 시즌이 돌아왔다. 할리우드 영화가 주가 되는 아카데미를 최고의 영화제로 부르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극장가에도 이미 아카데미의 바람이 들이닥쳤다. 시상식을 전후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여러 편의 작품들이 개봉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를 비롯해서 <체인질링> <다우트>가 이미 관객과 만났고, <프로스트 VS 닉슨> <슬럼독 밀리어네어> <더 레슬러> <레이첼 결혼하다> <밀크> 등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는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래드 피트 주연, 데이비드 핀처 연출의 <벤자민 버튼>과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대니 보일 연출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치열한 맞대결에 다른 작품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눈에 띄는 작품이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이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더 리더>는 사춘기 소년과 30대 여인이 책을 매개로 나누는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둘의 사랑이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는 것은 법대생이 된 소년이, 홀연히 사라졌던 연인을 나치수용소 전범 재판의 피고로 마주하면서부터이다.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고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연출한 <더 리더>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등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더 리더>가 주목받는 이유가 작품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이 2차 대전 중 나치가 저지른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쉰들러 리스트>가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수상한 이후 홀로코스트 영화는 대략 5년을 주기로 아카데미를 접수해왔다. 1999년에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외국어 영화라는 한계에도 남우주연상·작곡상·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2003년에는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가 감독상·남우주연상·각색상을 수상했다. 홀로코스트가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소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쉰들러리스트> 이후 15년이 지난 올 아카데미에서 <더 리더>가 막강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이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홀로코스트는 할리우드와 아카데미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 중 하나이다. 휴머니즘과 감동이 살아 있는 장대한 서사시를 선호하는 아카데미의 취향에 홀로코스트만큼 적절한 이야기도 없다. 그래도 홀로코스트가 왜 이렇게 오랜 기간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뉴욕타임스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치의 만행이 영화 소재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홀로코스트만큼 공포, 슬픔, 증오, 사랑, 동정심, 안도감 등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영화의 긴 생명력을 소재의 힘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할리우드의 탄생 배경과 권력 구조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할리우드의 역사와 인적 구성을 살펴보면 “할리우드는 유대인 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유대인 영화인들이 만들어간다”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톰 크루즈·해리슨 포드도 유대인

   
▲ <바시르와 왈츠를>.

20세기 초 할리우드에 세워진 메이저 영화사 7곳 중 6곳이 유대인에 의해 세워졌다.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MGM, 워너 브라더스, 콜롬비아 등의 창립자가 모두 유대인이다. 유일하게 유대인이 세우지 않은 영화사는 월트 디즈니 정도이다. 1995년에 설립되어 메이저 영화사로 발돋움한 드림웍스의 세 창립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첸버그, 데이비드 게펜도 모두 유대인이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등의 60% 이상이 유대인이라고 한다. 생전에 쓴소리를 잘하기로 유명했던 말론 브란도는 CNN의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해 “할리우드 영화계를 유대인이 독점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감독과 배우 중에도 놀랄 정도로 유대인이 많다. 스필버그를 비롯해 우디 앨런, 스탠리 큐브릭, 로만 폴란스키, 올리버 스톤, 윌리엄 와일러에서 최근의 브라이언 싱어까지 모두 유대인 감독들이다. 배우로는 톰 크루즈, 해리슨 포드, 아담 샌들러, 벤 스틸러, 데보라 윙어, 골디 혼 등이 있다. 아카데미를 노렸지만 실패한 또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 <작전명 발키리>에 브라이언 싱어와 톰 크루즈가 참여했다는 것이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영화는 아니지만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중동 분쟁을 다룬 <바시르와 왈츠를>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도 아카데미의 취향을 보여준다. 이미 칸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바시르와 왈츠를>은 강력한 수상 후보이다. 지난해 아카데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위조 지폐 제작 기술로 살아남은 실로몬 소로비치의 이야기를 담은 <카운터 페이퍼>에 외국어영화상을 안겼다. <바시르와 왈츠를>이 올해 외국어영화상을 가져간다면 유대인 관련 영화가 2년 연속 수상하는 셈이 된다.

최근에 유난히 할리우드와 독일 등지에서 나치와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더 리더>와 <작전명 발키리>를 비롯해 아카데미 음악상 부문 후보에 오른 <디파이언스>, 쿠엔틴 타란티노의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줄무니 파자마를 입은 소년>, 독일 영화인 <욘 라베> 등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아랍 간의 분쟁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민간인과 아이들까지 폭격에 희생당하고 있고 세계 각국은 분쟁의 폭력성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 시기에 유대인의 비극적인 역사를 소재로 한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어 감동을 설파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스필버그 살려준 <쉰들러 리스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을 꼽으라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첫손에 꼽을 것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론 하워드, 브라이언 싱어, 데이비드 핀처 등 수많은 능력 있는 후배 감독들이 있지만 스필버그의 아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스필버그가 최고로 인정받는 것은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 한 편쯤 극장에서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흥행 감독이면서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아카데미가 사랑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처음부터 스필버그를 사랑한 것은 아니다. 데뷔 후 <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으로 줄곧 성공적인 흥행 감독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작가로 인정받기 위한 스필버그의 아카데미 도전기는 험난했다. 1982년작인 <ET>는 55회 아카데미에서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간디>에 밀려 주요 부문에서는 모두 탈락하고 시각효과, 녹음, 작곡, 음향효과 등 기술 부문에서만 수상했다. 1985년작인 <컬러 퍼플>은 재앙에 가까웠다. 미국의 아픈 역사인 노예제를 다룬 <컬러 퍼플>은 58회 아카데미에서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단 한 부분도 수상하지 못했다. 두 편 모두 작품성에서 인정을 받았고, 특히 <컬러 퍼플>은 오스카 수상이라는 스필버그의 분명한 목표가 드러나는 작품이었지만 상업영화 감독이라는 그림자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그런 스필버그에게 첫 오스카 감독상을 안겨 준 것은 다른 나라 역사를 다룬 <쉰들러 리스트>이다. 유대인인 그가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을 구한 독일인 영웅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자 아카데미 심사위원회는 몰표를 던진 것이다. 아카데미는 유대인에 의해 만들어진 홀로코스트 영화에 열광했다.

<쉰들러 리스트> 이후 스필버그는 유대인으로서의 고민을, 영화 <뮌헨>을 통해 표현한 바 있다. 뮌헨올림픽 테러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가 행한 테러범 암살 작전을 그린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또 다른 걸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아카데미로부터는 외면받았다. 그 이유가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앞서나간 해석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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