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방어, ‘한국형’ 만든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2.24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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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미국·일본 시스템으로는 북한 대남 미사일 공격에 대응 못해”

▲ 미국의 한 공군기지에서 대륙 간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MD는 크게 세 단계 과정으로 작동한다. 우선 조기 경보 위성이 레이더를 이용해 미사일(ICBM, 대륙 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한다. 미사일이 로켓 추진 단계를 지나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점에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스탠더드 미사일(SM3)을 이용해 1차 요격을 시도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2차 요격이 대기권 밖에서 이루어진다. 지상의 기지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GBI)은 대기권 밖이나 지표에서 40km 이상 떨어진 상공(대기권 고고도)에서 ICBM을 격추할 목적으로 날아간다. 만약 이것마저 실패한다면? ICBM이 하강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시점에 3차 요격을 시도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트리어트(PAC3)가 등장하는 시점이다. 미사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이 되어주는 입체적 정보망이다. 조기 경보용 위성과 지상의 X밴드 레이더, 이지스함 등 육해공에서 주고받는 정보 네트워크는 ICBM의 궤도와 방향, 속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분석한다.

실제로 MD 계획을 두고 세간에서는 ‘우주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요격 시스템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상 단계에서는 ABL(Airborne Laser: 메가와트 급의 레이저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 ALHTK(Air-Launched PAC-3 Missiles: 공중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발사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MKV(Multiple Kill Vehicle: 소규모 우주 비행체가 탄도탄에 접근해 요격하는 방법) 등 영화에서나 볼 만한 시스템들이 거론되었다. 이것들은 현재도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본토 방위 위해 전 지구적 방어망 꾀해

‘미사일방어국(MDA)’의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가동이 가능한 MD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현재 △24기의 지상 요격미사일  △장거리 감시, 추적, 요격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18기의 이지스함 △이지스함용 SM3 요격미사일 △업그레이드된 코브라데인 레이더 △업그레이드된 조기 경보 레이더(캘리포니아 빌 공군기지, 영국의 플라잉데일 공군기지) △이동식 X밴드 레이더 2기 △해상용 X밴드 레이더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본토 방위를 위해 전 지구적인 방어망을 요구하고 있다. 대서양을 넘어오는 미사일로부터 미국 동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유럽 지역에 MD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부시 행정부가 폴란드와 체코에 동유럽 MD 배치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미국은 2012년까지 폴란드에는 스웁스크, 치우후프 등 다섯 곳에 요격용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체코에는 레이더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오바마 대통령도 MD를 계속 진행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7일 폴란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반대하더라도 MD는 그대로 추진한다”라는 취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태평양을 건너는 미사일로부터 공격당할지 모를 미국 서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이미 27기의 구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과 레이더를 탑재한 신형 이지스함 6척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더 나아가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도 양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구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이 배치된 상태이고,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은 우리 해상을 넘나든지 오래다. 다만, 일본과 우리의 차이점은 일본은 미국의 MD 체제에 뛰어들어 공조하고 있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이 미국의 서부에 ICBM을 발사할 경우 발사 초기 단계부터 함께 대응하는 국가이다. 미국은 일본보다 한 발짝 더 북한, 중국,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우리를 자신들의 눈과 귀로 삼고 싶어한다.

ⓒ그림 여찬호

미국의 요격 실험 결과도 성공적이지 않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MD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약 1천억 달러(약 1백50조원)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2002년 국방부 아래에 ‘미사일방어국’을 신설하면서 미국의 MD는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고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었다.

투입된 자원에 비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간간히 들어오는 미사일 요격 실험의 실패 소식 때문이다. 미국은 한 번에 8천만 달러(우리 돈 1천100여 억원) 정도가 드는 MD 실험을 거의 매년 시행해왔다. 결과를 들여다보면 2002년의 첫 실험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2002년 12월, 2004년 그리고 2005년 실험에서는 잇달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실패했다. 이미 예정된 데이터대로 날아가며 발신 장치까지 장착한 비행물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MD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히 제기된다. 그나마 지난 2007년 말 하와이 근처 태평양 상공에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가정해 실시한 요격 시험은 성공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MD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평가했지만, 의회의 반응은 달랐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요구했고, 국방부도 3번의 추가 실험을 하는 데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12년까지 오산에 건설되는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AMD-Cell) 구축 계획과 오는 3~4월 쯤 결정될 조기 경보 레이더의 기종을 선정하는 작업은 한국형 MD(KAMD) 계획의 출발점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리 실정에 맞는 탄도유도탄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MD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 실정’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시간이 짧다는 것을 뜻한다. 군 관계자는 “미국형 MD는 기본적으로 중·장거리형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제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MD 체제의 핵심이 되는 조기 경보레이더 선정 작업에서 미국 레이시온사의 ‘X밴드 레이더(FBX)’를 탈락시키고, 이스라엘의 IAI와 프랑스·네덜란드 합작회사인 탈레스 등 두 개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레이시온사의 FBX는 ICBM을 요격하기 위한 지상 요격용으로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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