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는 ‘미사일의 그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2.24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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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한반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림 김홍


이상희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이장관은 이대통령에게 최근 긴박해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 보고했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보고한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 힌트는 2월16일 그의 국회 출석 발언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이날 그는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장관은 “북한이 수도권을 제1 타격 목표로 발사한다면 발사 위치를 타격할 준비 태세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 도발에 대비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현장 지휘관에게 작전 권한을 위임하겠다”라고도 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에도 참여하겠다”라고 밝혔다. 북한을 상당히 자극할 만한 발언이었다.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되받아치는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물론 여권 주변에서조차 “국방부장관이 너무 지나치게 강경 발언을 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 역시 날로 강경하고 자극적인 용어를 쏟아내고 있다. 2월16일 조선중앙통신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설을 부정하면서도 “무엇이 날아 올라갈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2월19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남한 정부는) 전면 대결 태세에 진입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재차 엄포를 놓았고,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은 시간 문제이다”라는 초강경 발언을 했다. 주한미군은 같은 날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대체전력으로 전개되는 미 공군의 F-16 전투기 1개 대대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당초 계획보다 2주가량 앞당겨 한국에 배치된다”라고 발표했다.

한반도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주도권은 북한이 쥐고 있다. 솔직히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북한이 쓸 수 있는 세 가지 카드

▲ 패트리어트 유도 무기 체계 인수식이 지난해 11월28일 공군 방공포병학교에서 열렸다.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할 패트리어트는 2010년까지 자동화 작전 체계 구축을 통해 완전 전력화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현재 국내 국방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금의 한반도에 계속 긴장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지금과 같은 강경 발언을 계속하면서 가능성만 열어두는 경우이다. 이는 미국의 대화 제의를 계속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두 번째는 DMZ와 JSA, NLL 지역 등에서 국지적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 남한의 강경 대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한으로서는 이미 서해안 NLL 지역을 침해한 바 있고, 금강산에서 피격 사건도 일으킨 만큼, 개성공단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미사일 실험 발사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경우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북한으로서는 가장 강경한 카드를 꺼내든 경우이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위기에서 다소 비켜 있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두 번째 시나리오이다. 특히 일부 국방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자칫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되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 내부 상황이 극히 불투명한 점도 불안 요인이고, 또 남한의 대응이 전에 없이 강경한 것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럴 경우에는 자칫 북한이 쏘아 올릴 미사일이 미국과 일본을 향한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남한을 겨냥하는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북한 미사일은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국방 전문가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데에 대체적으로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국방정보국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로는 ‘노동1호’와 ‘대포동1호’, ‘대포동2호’가 있다. 최대 사거리가
1천km를 넘는 노동1호는 일본 오사카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이다. 1998년 쏘아 올린 대포동1호 역시 최대 사거리가 2천km를 넘는 것으로 일본 열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대 사거리가 6천km를 넘는 대포동2호 발사 실험은 2006년 7월 실패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그 시도만으로 미국을 초긴장 상태에 몰아넣었다. 미국의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금 더 사정거리를 늘리는 ‘대포동3호’를 개발한다면 미국 본토까지 가시권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대포동2호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한다면 미국의 초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요격하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사실 미국과 일본의 MD 체제도 현재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발사 이전에 기지를 선제 공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항공기에 탑재한 공중레이저발사기(ABL)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영공을 침범하는, 자칫 우리도 여기에 휩쓸려 한반도에서 거의 전면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제40차 안보협의회의를 마친 이상희 국방부장관(오른쪽)이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2012년 구축될 ‘작전통제소’ 실효성에 의문도

우리가 더욱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다. 바로 남한을 겨냥하는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거리 미사일로 ‘스커드-B’와 ‘스커드-C’가 있고, 최근 ‘KN-02’가 새롭게 개발되었다. 스커드 미사일은 1985년과 1990년 실전 배치된 것으로 사실상 남한 전역이 사정거리에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최근 개발되어 실전 배치 중인 신형 KN-02 단거리 미사일이다.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사정거리가 최대 1백60km에 이르러 스커드 미사일보다는 짧지만, 서울은 충분히 사정권 안에 든다. 문제는 이 미사일의 경우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의 북한 미사일 대응 체계로 요격이 거의 유일한데 현재로서는 요격이 불가능할 만큼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국방연구원의 김태우 부소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미사일은 발사한 지 1분도 채 안 되어 서울을 공격할 수 있다. 한국이 도입 중인 구형 PAC-2 미사일과 해상용 요격미사일인 SM-2의 방공망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북한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겨냥해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불과 몇 분 만에 서울과 수도권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견해였다. 그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국민으로서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연 그 정도로 우리는 무기력한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견해를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국책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국방전문가 ㄱ씨는 “최악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김부소장의)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대응 체계로 볼 때 우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한 뒤 먼저 요격하는 시스템은 상당히 취약한 실정이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또 다른 국방전문가 ㄴ씨는 “우리의 미사일 대응 체계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포감을 너무 과장되게 밝힌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아무튼 미사일 방어 대응 체계에 대한 우리의 시스템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는 데에는 큰 의견차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위기 국면에서 국방부가 서둘러 발표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형 MD’ 체제는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이렇다. 2012년까지 ‘작전통제소(AMD-Cell)’를 구축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조기 경보 레이더를 서둘러 도입하고, 공군 전투기 전력을 강화하고, PAC-2 미사일을 전력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상희 장관은 “모두 48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전력화하고 있는 과정이며, 현재 24기는 전력화를 마쳤고, 나머지 역시 곧 마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체제의 완성 시점이 2012년이라는 점이다. 2009년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 매뉴얼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는 자체적인 조기 경보 레이더가 없는 등 아직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전적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한다. “현재 우리가 확충하고 있는 PAC-2 미사일은 미사일 방어용이라기보다는 전투기 요격용이다. 미사일 요격용으로 SM-2가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지난 1991년 걸프전 때 사용되었던 무기들이다. 이것으로는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힘들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PAC-3 미사일과 SM-3로 대체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김부소장이 미국에서 한 발언과 유사하다.

‘MD 체제 편입’ 놓고 옥신각신

그렇다면 상당한 예산 출혈이 따르더라도 PAC-3와 SM-3를 도입하면, 우리의 방어 체계는 굳건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ㄴ씨는 또 다른 우려를 표시한다. 그는 “조기 경보 레이더로 미국 보잉 사가 개발한 X-밴드 레이더를 도입하고, PAC-3와 SM-3로 모두 교체하면, 사실상 미국과 일본의 MD 체제와 똑같은 것이고, 그 안에 편입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때문에 이번에 방위사업청에서는 내달쯤 선정될 예정인 조기 경보 레이더 기종 심사에서 X-밴드 레이더를 제외하고, 이스라엘의 IAI와 프랑스·네덜란드 합작회사인 탈레스 등 두 업체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정부의 강경파들이 이번 한반도 위기를 계기로 한국을 미·일의 MD 체제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다시 주장하고 나서 우려스럽다. 과연 어느 쪽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냉정히 따져야 한다”라고 경계했다. ㄱ씨는 “MD 체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하지만, 국방의 측면에서는 단 0.1%의 위기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MD 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노무현 정권의 노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은 “2008년 1월11일 인수위 시절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김장수 국방부장관을 만나 브리핑을 들었다. 당시만 해도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 이른바 MB의 국방 분야 핵심 참모들은 한국의 MD 체제 가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터였다. 이당선인 역시 그런 입장을 갖고 있었으나, 김장관의 설명을 듣고 완전히 생각을 바꿨다. 거기에는 수십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될 뿐 아니라, 자칫 우리의 적성 국가를 북한에서 중국과 러시아로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제껏 한국군은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력을 건설해왔는데, MD는 중국을 적성국으로 전제한 무기 체계로서 한국군의 국방 목표를 완전히 초월하는 문제이며, 동북아 정세에서도 대단히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를 들은 이당선인이 감명을 받고 김장관을 국방부장관에 유임시킬 방안까지 신중히 고려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국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MD 체제는 군사적으로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PAC-3나 SM-3를 도입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되는 것이라는 논리 역시 다소 비약적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당장 우리가 MD 체제에 가입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독자적인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굳이 지금 MD라는 용어를 써서 주변국을 애써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는 “불행히도 남북한은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짧은 거리이기 때문에 북한이 모험을 감행해올 경우 우리로서는 어느 정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다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즉 북한의 군사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공군 전투기 전력과 미사일 개발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미사일 버튼을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누르는 순간부터 한반도에 극심한 피해가 뒤따르므로,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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