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제조한 ‘신경안정제’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09.03.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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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의 추천 사진 모은 ‘세로토닌 전’ / “심리적 안정 얻는 데 도움”

▲ 지난 3월18일부터 서울 관훈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 ‘세로토닌 사진전’은 4월7일까지 이어진다. 맨위 이정록의 ,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원철의 , 주도양의 , 이정록의 , 순리의 .

좋은 그림을 보거나 좋은 음악을 들으면 왜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질까? 그 이유는 뇌 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세로토닌이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격한 마음이나 화를 가라앉히고 대뇌피질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스트레스나 고민, 갈등, 잡념을 없애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 세로토닌을 주제로 삼은 이색 사진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리고 있다. ‘세로토닌 전’은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한국미술치료학회장 이근매 교수, 주성대 아동문화학과 정창훈 교수 등의 전문가들이 심리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유도한다고 지목한 사진 작품들을 모았다. 구본창, 서성원, 순리, 원성원, 유현미, 이문호, 이원철, 이정록, 임안나, 존 고토, 주도양, 한정식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붉은 저녁 노을, 코발트 블루의 초저녁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만개한 벚꽃 같은 풍경, 전투 장면을 지켜보는 관객을 담은 디오라마, 털뭉치와 입방체 등을 담은 정물 사진, 여러 사진을 합성한 몽타주까지 소재와 기법이 다양하다. 그러나 표피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색상과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고민·갈등·잡념 없애주는 물질로 알려져

거실 어딘가에 걸려 있던 밀레의 <만종> 복제화나 어미 젖을 빨고 있는 새끼 돼지 그림처럼 어린 시절에 접했던 그림은 무의식으로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예술의 기능이 선전, 교육, 주술, 전도 등과 관련되었던 이유도 예술 작품이 지닌 강력한 영적 에너지가 보는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의 방에 사진 작품을 걸어놓고 나니 밖으로만 나다니던 아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급기야 성적이 올라갔다는 내용의 고객 전화가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예술 작품이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와 영향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갤러리 나우 이순심 대표는 “성장기의 강렬한 체험이 일생을 좌우한다는 전제 아래 공부에 지쳐 있는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작품들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집중력과 안정’ ‘소망과 상상’ ‘성장과 발전’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 전시장에서 벽에 걸린 작품들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모든 작품에는 설명이 붙어 있다. 화면 가운데 호수를 클로즈업시켜 배치한 구본창의 <파운틴>은 ‘평온한 마음으로 삶의 폭을 넓혀가고 무한한 상상력과 꿈을 갖도록 해준다’고 한다. 어안 렌즈로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담은 주도양의 <플라워>는 ‘우주적 깊은 상상력과 유연함, 안정감을 갖고 몰입할 수 있는 기운을 느끼게 한다’고 되어 있다. 방 한 귀퉁이에 놓인 옷걸이 뒤로는 숲이 펼쳐져 있고, 바닥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다. 방 주인이 몸을 숙여 방을 찾은 펭귄과 당나귀를 반가이 맞는다. 원성원의 초현실적인 몽타주 사진 <드림 룸>에는 꿈과 소망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함으로 즐겁게 다가오며 균형적 조화로움과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런가 하면 코발트빛 하늘을 담은 순리의 <기억의 조율>은 ‘지성과 우주적 영원성으로 문제 해결력에 영향을 주며 평온함과 모성적 에너지를 준다’고 되어 있다. 

이시형 박사는 “시험 합격자 발표를 보러 갈 때 입에 침이 마르고 긴장하는 것은 불안 물질인 아드레날린이 신경세포의 소포에서 터져나오기 때문이고 합격을 확인하는 순간에는 환희 물질인 엔도르핀이 터져나온다. 좋은 예술 작품을 접했을 때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은 세로토닌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세로토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대뇌변연계를 활성화시켜 집중력·기억력을 좋게 하며 생활의 활력과 의욕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주성대 정창훈 교수는 “붉은색은 신체적 활력과 사회적 발달, 노란색은 좌뇌를 자극하여 학습 의욕을 높이고 녹색 계열은 집중력, 우주적 영원성을 상징하는 파랑색 계열은 인내심과 문제 해결력을 높여준다”라고 말했다. 주교수는 또 “수직선은 세속과 신성의 결합, 수평선은 평온함과 모성적 에너지, 원은 영원성, 초월, 운동성을 각각 상징한다”라고 덧붙였다. 

3월18일 열린 개막 행사에서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장은 “생산성과 성장을 중시했던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사람들을 흥분과 신경과민 상태로 몰아가 그동안 엔도르핀 과잉의 시대에 살아왔다면 경제 위기를 계기로 바빠서 보지 못했던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자극을 가라앉히고 안정을 찾아주는 세로토닌 지향 시대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4월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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