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거물 인사도 포함됐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04.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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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작성 ‘박연차 리스트’는 17명…“한 전 청장, 대통령 보고 때 일부 인사 제외”

▲ 박연차 회장이 운영하는 경남 김해시 ㈜태광실업 전경.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국세청이 태광실업과 정산개발에 대해 실시한 세무조사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세청 내에서도 그 전모를 아는 사람은 단 두 명이다. 한 명은 직접 진두지휘한 한상률 전 청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으로 있던 조홍희 현 법인납세국장이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서울청 조사4국 직원들을 직접 김해로 보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박연차 회장측은 이와 관련한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한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당한 양의 내용 있는 자료가 압수되었을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세무조사 보고도 조국장을 통해 한 전 청장에게 직보하는 체제로 운영해 조사에 참여한 이들도 단편적인 내용만 알 뿐 전체 내용은 알 수 없도록 했다.

청와대와 국세청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 결과를 한 전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은 사실이다. 단, 독대는 아니고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민정수석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그만큼 파괴력이 있다는 것이고 인사를 앞두고 있었던 한 전 청장으로서는 승부수를 던져 대어를 낚았던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얼개는 이때 이미 그려졌다. 최근 화제가 된 ‘여비서 다이어리’는 물론이고 등장한 인물들 여럿도 이미 국세청 세무조사 때 포착되었다.

최대 30명 정도 연루된 듯

여권의 핵심 인사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주목되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하나는 한 전 청장이 일부를 보고에서 뺀 것 같다는 것이다. 여권의 핵심 인사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했다. 향후 자신의 운명과도 관련되는 사안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 전 청장이 일종의 ‘보험성’으로 나름의 카드를 확보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 인사는 또 “국세청이 당시 세무조사 과정에서 포착한 ‘박연차 로비 명단’을 작성했고 거기에 들어 있는 인사는 모두 17명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인은 물론 최근 수사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는 금융계 거물 인사도 명단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융권 인사는 진작부터 이런저런 말이 많아 사정 당국으로부터 주시를 받아왔다. 그가 지난 정권 때 혜택을 받은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이로 미루어봤을 때 검찰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밝혀낸 인물들까지 포함하면 30명 정도의 주요 인사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박연차 게이트’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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