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음악 만든다는 생각뿐”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4.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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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 장기하씨 인터뷰 “인디 음악에 대한 지원은 명분이 있는 일”

ⓒ시사저널 박은숙

 장기하와 얼굴들’은 지난해 5월10일 첫 공연을 가진 신인 밴드이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첫 공식 음반인 <별일 없이 산다>는 지난 2월27일에서야 발매가 되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장기하의 첫 EP 싱글인 <싸구려 커피>는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를 비롯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별일 없이 산다>는 발매 한 달 만에 2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3번째 주문 생산 물량이 출고된 상태이다. 이들만의 독창적인 가사, 멜로디,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진 공연은 인터넷을 통해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작사·작곡·편곡·보컬을 도맡아하고 있는 리더 장기하를 만나보았다.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홍익대 부근의 붕가붕가레코드 사무실이었다. 성공한 인디밴드의 산실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만큼 젊은 창작자들의 열기로 가득한 작은 공간이었다.

밴드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는데.

처음에 솔로로 생각하고 시작해서 그렇다.

<싸구려 커피> 싱글은 장기하 이름으로 나왔다. 이것이 대중음악상 남자 부문에 오른 이유이다. 멤버들도 이름에 대한 불만은 없다.

독특한 가사와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사도 음악적인 부분이다. 퍼포먼스도 마찬가지이다. 공연의 일부, 음악의 일부이기 때문에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퍼포먼스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색깔인가?

어떻게 하면 재밌게 공연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을 한다. 앞으로 무언가를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가사를 쓸 때는 어디서 모티브를 얻나?

생활에서 느낀 것을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느끼는 것 중 누구라도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겠다는 방식으로는 안 만들려고 한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서울대라는 것이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분야에 진출하든지 서울대 출신의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10이라는 관심을 받았다고 하면 서울대라서 받은 관심이 2~3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떠나서 받은 관심이기 때문에 일종의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나와서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감안해야 한다. 성공이 100% 자기 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엘리트 출신이라서 장기하의 가사에는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견 없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특별히 엄청난 사회의식을 가지고 노래를 만든 것이 아니고, 보통 사는 얘기를 만든 것이니까 깊은 뜻이 있어서 노래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기대를 갖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과 얼마든지 빗나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안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눈뜨고 코베인’에서는 드러머 역할도 한다. 음악적으로 다른 것을 하고 싶어서인가?

그렇다. 인디 진영에는 그런 친구들이 많다. ‘장기하와 얼굴들’에서는 작곡자와 노래 부르는 사람의 역할, ‘눈뜨고 코베인’에서는 편곡자와 드러머의 역할이다. 할 수 있는 것, 느끼는 재미,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 다른 것에 대해 욕심이 있으면 하게 된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이 완성도 면에서 어디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나?

목표치가 어느 정도이고 어느 단계에 와 있다는 식으로 생각을 안 한다. 단지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은 다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면에서 100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100점의 기준은 달라진다. 지금 함량에 걸맞은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컬리스트로서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여럿 있을 때 묻히지는 않는다. 고음 처리가 좋거나 음정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것 같다.

만드는 것과 부르는 것 어느 쪽이 더 즐겁나?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져 있다. 남이 부를 것을 생각하고 노래를 만든 적은 없다. 만들 때도 내가 부를 것을 생각하고 만들기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남의 노래를 불러볼 때 느끼는 즐거움과 배움이 있다. 선배님들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었는데, 들을 때와 실제로 부를 때는 달랐다. 실제로 하나하나 곱씹어 부르면서 어떻게 불렀구나 생각하며 따라 하려고 하다 보면 한국말로 노래하는데 내가 몰랐던 방식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디 음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지원은 필요하다. 문화는 다양할수록 바람직하고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노력한다고 좋은 문화 상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문화 자체가 다양해져야 경쟁력도 생기는 것이다. 단기적 이익만을 생각하면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 단기 수익을 노리면 지금 주가가 높은 것에만 투자가 몰린다. 계속 이어지면 원래 잘되는 것만 잘되고 문화적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잡아주는 것이 나라와 정부의 역할이다.
인디 음악에 대한 지원은 명분이 있고, 국가에서 할 만한 일이다.

영화 쪽에도 <워낭소리>가 히트하면서 산업적 논리를 들이대 제2의 <워낭소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있다.
그게 핀트가 안 맞는다. <워낭소리>가 결과적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처음부터 대중적 성공을 1순위로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다. 이 점을 왜 간과하는지 모르겠다. 제2의 <워낭소리>가 나오려면 제2의 <워낭소리>를 추구하면 안 된다. 단기적으로 불투명해도 문화 전반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문화인식이 갖춰져야 된다. <워낭소리> 한 번 더, 히트 한 번 더, 이런 식은 안 된다.

표지 재킷이 특이하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인터뷰에서 가사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지 않는다. 창작을 한 장본인이 어떤 의미라고 말해버리면 정답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외 상상의 여지는 없어진다.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문학을 배울 때 밑줄 긋고 어떤 의미이다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재킷은 디자이너의 작품인데 마음에 들었고, 내 마음대로 감상을 하려고 묻지 않았다. CD를 사시는 분과 같은 입장이다.

최근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 완성도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등 평단에서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음악은 청자나 평론가나 기자나 결국은 주관적인 견해로 듣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우리 음악이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음악이라고 자처한 적도 없다. 현재 가진 함량에 걸맞은 음악을 할 뿐이다. 어떤 부분에서 단점이 있고, 어떤 부분에서 장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단점이 어디 있다는 의견을 잘 들어야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붐은 가라앉기 마련이다. 준비를 하고 있나?

항상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반응이 가시적으로 있다고 해서 그 장단에 맞추어 그전과 다른 제스처를 취한다든지 하면 안 된다. 어차피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몰랐다. 그때 같이 하면 반응이 줄어들든 늘어나든 똑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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