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한국 뮤지컬 세계로 무대 넓힌다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
  • 승인 2009.04.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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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걸스>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해외 진출 잇달아

▲ 미국 제작진과 국내 자본이 결합해 국내에서 세계 초연이 이루어진 뮤지컬 .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지난해부터 사회 전반을 휘감은 불황의 터널은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산업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해외 진출로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이제 내수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으므로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라이센스를 들여와 우리말로 제작해 흥행에 성공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우리말 버전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그대로 중국으로 옮겨가 오는 10월에 베이징 극장에서 한 달 간 공연하는 것이나 미국 제작진과 국내 자본이 결합해 국내에서 세계 초연이 이루어진 <드림걸스>가 오는 가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사건은 국내 뮤지컬 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를 계기로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뮤지컬계가 해외 진출을 이루어온 각종 사례들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흐름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명성황후> 등의 해외 공연 성공이 밑거름

<명성황후>는 해외 진출의 선구적인 모델로 꼽힌다. 대극장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인 <명성황후>는 1995년 서울 초연 이래, 뉴욕(1997~98년), LA(1998년), 런던(2002년), 토론토(2004년) 등에서 해외 공연을 가졌다.
국내에서 창작된 상업 공연이 본고장인 미국이나 영국에 진출한 선례가 거의 없던 시절, 두 작품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작품을 수정하는 개발 비용,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 비용 등을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례들이 있었기에 후발 주자들은 작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한 창작의 방향을 설정하고 해외 마케팅 전문가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당당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시대를 맞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일본과 중국을 강타한 한류 드라마는 뮤지컬계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2005년에는 당시 드라마 <올인>으로 일본에도 잘 알려진 허준호가 열연했던 뮤지컬 <갬블러>도 일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인기 한류 드라마를 각색한 <겨울연가>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연을 가졌고, 같은 시기에 <지킬 앤 하이드>(2006년)와 <맨 오브 라만차)(2007년)의 투어 공연도 열렸다. 한류 붐은 텔레비전에서 무대에까지 이어져 <겨울연가>의 주인공 임태경과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의 주인공 조승우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 <대장금>은 일본 극단 쇼츠쿠에 의해 <장금의 맹세-궁정여관>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각색되어 공연을 가졌다. 일본이 우리 뮤지컬계의 가까운 수입국으로 등장하면서 2007~08년에는 국내 창작 뮤지컬이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어져 수출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올해에도 연초부터 다양한 해외 진출 사례가 들려오고 있다. 지난 2월에 개막한 <드림걸스>는 한국 자본과 배우, 스태프 인력과 미국 브로드웨이 창작진의 협동 작업으로 이루어낸 새로운 방식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기록될 것이다.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빌 콘돈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국내 오디뮤지컬컴퍼니·CJ엔터테인먼트·샤롯데시어터가 제작비를 대고 브로드웨이에서 <코러스 라인>을 제작한 존 F 브릴리오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아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제작되어 한국에서 세계 초연을 가졌다. 이 작품은 LED 패널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무대 디자인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브로드웨이 최신 기술을 안방에서 즐길 수 있다. 또한, 올가을 뉴욕 아폴로 극장에서 미국 배우가 나오는 원어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한국 제작사는 참가 지분만큼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에 해외에서 결성된 제작팀에 한국인 스태프가 참여하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한국 프로듀서가 직접 작품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의사 결정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 중국 베이징 극장에 올릴 우리말 버전의 한·중 합작 조인식. ⓒNDPK 제공

처음부터 영어 버전 만들어 띄우기도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을 각색한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은 미국 NYU 뮤지컬창작과 대학원 동문인 작가 강경애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창작자로 나서 처음부터 한국어와 영어 두 버전으로 완성되었다. 영어 버전은 지난해 미국에서 리딩과 워크숍 공연을 가졌으며, 한국어 버전은 먼저 지난 3월 충무아트홀에서 막이 올랐다. 독일 동화를 국내 창작진이 각색해 만든 가족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도 오는 5월 말 독일 브레멘 발다우 극장 등에서 초청 공연을 갖는다. 2001년 <지하철 1호선>이 원제작사인 독일의 그립스 극단의 초청으로 독일 투어 공연을 가진 적은 있지만 가족 뮤지컬이 독일 지역으로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구 뮤지컬페스티벌은 2004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뉴욕의 창작자들을 발굴해온 뉴욕 뮤지컬페스티벌과 업무 협정을 체결하고 화제작들을 교차 상연하는 방식으로 작품 교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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