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누워 TV 보지 말자”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4.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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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흠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 “가족 중에 디스크 환자 있으면 신경을”

ⓒ시사저널 박은숙

우리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여러 개의 뼈가 관절처럼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목은 7개, 허리는 5개의 뼈가 있고, 그 사이마다 디스크(추간판)가 있어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디스크 가운데에는 젤리처럼 찐득찐득한 수핵이 있고, 수핵을 섬유륜이라는 막이 여러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오랜 기간 좋지 않은 자세로 생활하거나 갑자기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섬유륜이 하나 둘 찢어진다. 충격을 견디지 못하면 디스크가 돌출되거나 심할 경우 섬유륜이 파열되면서 수핵이 튀어나온다. 이때 신경을 눌러 요통과 저린 증세를 보이는 질환이 추간판탈출증 즉, 디스크 질환이다. 흔히 허리뼈(요추)에 생기면 허리디스크, 목뼈(경추)에 생기면 목디스크라고 부른다.

윤도흠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국내에서 디스크 수술의 대가로 통한다. 교통사고로 척추가 심하게 손상된 가수 강원래씨도 윤교수에게 수술을 받았으며, 특히 중환자들을 잘 다루는 의사로 유명하다. 그는 팔이나 다리에 저린 증세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디스크 질환을 의심해야 하지만 무조건 수술로 해결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윤교수로부터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디스크 질환의 유일한 치료를 수술이라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이가 들면 디스크도 늙는다. 섬유륜이 2~3겹 찢어져서 통증을 느끼지만 10명 중 9명은 이 고비를 넘기면 자연스럽게 노화로 이어진다. 즉,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리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기도 한다. 따라서 통증이 있다고 해서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는 없다.

의사가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다른 병원에서 재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수술을 하지 않고 완치할 수 있다는 일부 병원의 광고도 믿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요컨대 수술은 디스크 질환 치료의 한 방법일 뿐이다.

비수술적인 치료는 효과가 있는가?

비수술적 치료의 개념은 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을 어떤 방법으로든 낮추어주는 것이다. 앉기, 서기, 눕기, 거꾸로 매달리기 순서로 허리의 부담을 덜어준다. 통증이 생기면 주변 근육은 신경마비를 방어하기 위해 경직된다. 이 때문에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초기 증세가 나타날 때는 물리요법 등 비수술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 

약물요법은 증세를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통증이 심한 급성기에는 소염제, 진통제, 근육이완제로 염증과 통증을 없앤다. 또 척추에는 미세혈관이 많은데, 디스크 질환이 진행되면서 혈관이 압박을 받아 점점 좁아진다. 이때 혈액순환개선제로 혈관을 확장시켜주면 증세가 호전된다.

언제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

비수술적인 방법을 사용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마비 증세까지 나타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므로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어떤 수술을 받게 되는가?

신경을 누르는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한다. 디스크로 압박받는 신경을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신경감압술(decompression)’이라고 하며 ‘관혈적추간판제거술(open discectomy)’이라고도 한다.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한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불안정성, 요통, 재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척추유합술을 쓰기도 한다. 나사못을 이용해 상하 두개의 뼈를 통뼈로 고정하는 방법이다. 팔 골절에 깁스를 한 것과 비슷하다. 통증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치료 효과는 없다. 허리 관절은 여러 개가 있기 때문에 한두 개를 고정해도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고정된 뼈가 다른 멀쩡한 뼈를 압박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인조 디스크이다. 하지만 인조 디스크는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고 굳어진다. 또,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빠져나온다.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줄기세포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암 유발 가능성 등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손상된 디스크를 기계적으로 복원할 것인가 아니면 생체학적으로 재생할 것인가가 디스크 질환 치료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미세현미경과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치료가 디스크 질환의 세계 표준 수술법이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도 미세현미경 수술을 많이 한다. 이 수술은 마취 후 약 3cm 절개한다. 0.5cm 정도 절개하는 내시경 수술보다 길게 절개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내시경보다 수술 시간이 짧다. 또, 내시경 수술은 비디오 화면을 보면서 하지만 미세현미경 수술은 3D 영상을 보면서 한다. 주변 조직의 깊이까지 계산하면서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 중 출혈에 대한 대처나 재발률에서도 미세현미경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반 병원에서는 내시경을 선호한다. 수술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내시경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60~70대 이상 고령 환자에게도 수술이 필요한가?

나이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마취 시간과 수술 강도를 고려해야 한다. 4~5시간 걸리는 대수술은 안 하는 편이 좋지만 1시간 정도 걸리는 수술은 하도록 권한다. 물론 심장질환 등 내과적 문제가 없어야 하며 비수술적인 방법도 소용이 없을 경우에 수술을 고려한다.

생체 디스크 이식은 불가능한가?

생체 디스크를 이식하는 방법은 현대 의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기증자를 쉽게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기증자의 디스크는 떼어내는 순간부터 퇴행이 진행되므로 실제로 이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수술 후 통증이나 마비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가?

이른바 수술 실패증후군이 있다. 예를 들어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척추관에 협착이 생겼을 때 수술을 하면 다리의 저린 증세는 호전되지만 허리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협착이 심해도 수술 후 허리 통증이 심해질 것이 예상되면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술을 한 경우라면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허리에 무리를 준다고 생각해서 운동을 피한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디스크 질환에는 스트레칭이 좋다. 허리를 갑작스럽게 돌리는 것은 좋지 않지만 천천히 회전시켜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영, 복근 운동, 배근 운동, 자전거 타기 등도 권장한다.

예방할 수는 없는가?

뾰족한 예방법이 없다. 퇴행성과 관련이 있어 어느 시기부터 노화인지 질환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평소에 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바닥에 앉는 것을 피해야 하고, 앉는 것보다는 서는 것, 서는 것보다는 눕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줄인다. 디스크에 가장 나쁜 생활 습관은 구부린 상태에서 회전하는 자세이다. 예를 들어 방바닥에 앉아서 양말을 신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자세이다. 또, 의자를 뒤로 빼고 운전하는 것도 허리에 좋지 않다.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옆으로 누워 TV를 시청하는 자세는 목디스크에 가장 좋지 않다. 40~50대에 목과 어깨가 뻐근해질 때가 있는데, 베개를 낮은 것으로 바꿔주면 증세가 크게 호전된다.

그리고 가족 중에 디스크 환자가 있다면 신경을 써야 한다.

가족력이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가.

나쁜 생활 습관의 반복이 디스크에 무리를 주는데 가족은 비슷한 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디스크로 고생하면 이 질환에 걸릴 수 있다.

의자도 디스크 질환과 관계가 있는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딱딱하고 허리를 받쳐주는 의자가 디스크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의자에 앉을 때는 등판을 95˚ 정도로 유지하라고 권한다.

장기간 다리가 저리면 디스크를 의심해야 하는가?

다리에 저린 증세가 나타나는 원인의 90%는 허리에 있고, 나머지 10%는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만일 급성이라면 예리한 통증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증세가 완화된다. 질환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만성화하는 것이다.

또, 디스크가 탈출되지 않고 섬유륜 일부만 찢어진 상태를 ‘디스크 내장증’이라고 하는데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디스크 전 단계로서 일종의 경고 사인이다.  

섬유륜을 파열시키는 강한 충격이란 어떤 것인가?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를 들 수 있다. 테니스와 같은 격렬한 운동도 몸에 강한 충격을 준다.

찢어진 섬유륜을 봉합하는 치료는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디스크 섬유륜은 한 번 늘어나거나 찢어지면 복원력이 없다. 인위적으로 찢어진 섬유륜을 꼬매 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다시 찢어져 수술을 해보았자 별 의미가 없다.

가장 정확한 진단법은 무엇인가?

CT가 일반적이다. 조영제까지 투여하면 세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 MRI도 사용하는데, 너무 잘 보인다는 것이 단점이다. 쉽게 설명하면, 나이가 들어 주름살이 생기게 마련인데 MRI는 주름살을 병으로 보이게 한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허리 통증만 있고 다리가 저리지 않는다면 MRI를 찍지 않아도 된다.

목디스크의 증세와 치료는 허리디스크와 다른가?

같은 디스크 질환이라도 위치에 따라 증세와 치료법이 다르다.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의 차이 때문이다. 목에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있는데 탈출된 디스크가 어떤 신경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증세가 달라진다. 중추신경을 압박하면 팔에 마비 증세가 오고 말초신경을 건드리면 허리디스크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중추신경은 아래로 이어져 요추 1번까지 뻗어 있다. 요추에는 위에서부터 5개의 관절이 있는데 2번부터 아래로는 말초신경이 있다. 허리디스크는 대개 4번과 5번에 발병하므로 말초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목디스크는 중추신경과 관계가 있어 초기에 발견해서 빨리 치료해야 한다. 허리디스크는 되도록 비수술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리디스크는 20대 초반에 많이 생기는 반면, 목디스크는 퇴행성과 관련이 있어서 40대 이후에 많다. 최근 목디스크 환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데, 컴퓨터 작업 등으로 목뼈의 퇴행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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