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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그대 본때를 보여 주마

네티즌들, 구설 오른 신정환·탁재훈 ‘맹폭’ “몸 던지던 자세 어디 가고 군림하려 하나”

하재근 (문화평론가) ㅣ 승인 2009.04.14(Tue) 1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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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재훈(위 가운데)과 신정환(위 맨 오른쪽)이 티파니 성추행설(아래 오른쪽)과 욕설(아래 왼쪽) 사건에 휘말려 있다.
ⓒKBS 제공

‘빙산처럼 녹는다’는 말은 김구라의 표현을 빌린 것이다. 김구라는 <놀러와> 2008년 결산에 나와 농담으로, 신정환이 최근 ‘빙하처럼 녹아내린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한 개그였지만 신정환과 탁재훈 콤비의 요즘을 정확히 보여주는 말이었다. 이 둘은 지금 빙산처럼 녹는 차원을 넘어 미운 털이 박히는 단계로까지 진입했다.

이 둘에게 최근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건은 신정환 욕설 논란과 탁재훈 티파니 성추행 논란이었다. 그것에 대해 네티즌은 엄청난 혐오감을 나타냈다. 신정환 욕설 사건은 사실 제작진의 실수인 측면도 있었다.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방송인데 혼잣말 하나 걸러내지 못한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또, 신정환도 로봇이 아니라 사람인데 혼잣말을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 정도의 사건인데 네티즌은 분노했다. 신정환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동안 네티즌은 신정환에 대해 기이할 정도로 관대했다. 약간의 비행도 아니고 도박이라는 중대한 불법을 저질렀던 연예인치고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방송에 복귀했고, 아무도 그것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반면에 최근 강병규는 도박 파문으로 매장당하다시피 했다. 같은 사건이었음에도 신정환과 강병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이것은 강병규에게 원래부터 미운 털이 박혀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강병규는 한마디로 ‘딱 걸린’ 것이었다.

이번에는 신정환이 딱 걸렸다. 범죄조차 눈감아주었던 대중이 제작진 실수로 방송된 욕설 한마디에 봉기했다. 대중은 미운 털 박힌 신정환이 걸리기만 기다렸던 셈이다. 마침 타이밍 좋게 사건은 터졌고, 신정환은 쏟아지는 화살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탁재훈도 그렇다. 세상에 방송을 하면서 수많은 카메라와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추행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탁재훈의 티파니 성추행 논란은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티파니를 밀쳤던 탁재훈의 손동작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나, 그것은 함께 넘어져 몸개그를 선보이려던 연출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탁재훈을 이해해줄 아량이 없었다. 이미 탁재훈은 미운 털이 박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도박 파문의 강병규처럼, 욕설 사건의 신정환처럼, 탁재훈도 마침 딱 걸렸다. 모두가 공범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승객들처럼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달려들어 탁재훈에게 ‘칼질’을 해댔다. 탁재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김구라는 신정환이 녹고 있다며, 그 이유로 그가 과거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개그 감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비호감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안 웃기면 그냥 안 웃기는 것이지, 그것이 미운 감정으로 발전되지는 않는다. 무능력은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대중이 보인 반응은 무관심이 아니라 비호감이었다. 이것은 종류가 다르다.

웃기는 능력과는 상관 없어

신정환이 과거에 쉽게 용서받은 이유가 단지 웃기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이영자에 대한 비호감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영자도 충분히 웃기기 때문이다. 비호감은 웃기거나 안 웃기는 것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유로 발생한다.

이영자는 너무 강하다. 그 강함에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들이 그녀가 실수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싫은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신정환도 그렇다. 신정환의 과거 별명은 ‘부실닭’이었다. 그가 부실할 때 사람들은 그의 잘못을 눈감아주며, 오히려 감싸주었다. 신정환은 어딜 가나 동네북처럼 메인 MC들에게 면박당하는 존재였다. 대중은 이미 충분히 당하고 있는 그를 공격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신정환은 ‘천재 예능인’으로, 예능의 ‘본좌’로 통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가 전환점이 되었다. 본좌가 된 사람을 대중이 더 이상 지켜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신정환 자신이 사태를 더욱 심화시켰다. 신정환은 서서히 ‘면박당하며 몸을 던지는 보조 MC’에서 ’남에게 면박 주는 메인 MC’로 캐릭터를 변화시켜갔다.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깐족거리고, 면박 주면서 진행자로 군림하려는 듯한 그에게 대중은 ‘건방짐’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게다가 몸을 던지며 ‘근면 성실하게’ 웃기려는 기색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 신정환은 스스로 처절하게 망가지며 몸을 던지는 캐릭터였다. 그랬던 것이 요즘에는 마치 신분 상승한 ‘예능 세계’의 귀족처럼 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신정환의 잘못 목록을 줄줄이 올리며 그를 탄핵하기 시작했다.

탁재훈이 찍힌 이유도 같다. 그가 대상을 받으며 MC로서 정점에 선 순간 곧바로 추락이 시작된 것은, 그 순간 가장 건방져 보였기 때문이다. 신정환과 달리 그는 원래부터 ‘대장’의 이미지였다. 그는 스타일을 구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남의 스타일을 구긴다. 그런 캐릭터가 대상까지 받았으니 남은 것은 견제 심리밖에 없었다.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되면서 MC들의 노동량이 늘어나고 팀플레이가 부각되었다. 하지만 탁재훈은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원톱으로 남았다. 대중의 요구에 몸을 숙이지 않은 것이다. 또, 탁재훈은 방송 중에 특유의 무성의함을 보인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몸을 던져가며 대중에게 ‘서비스’할 때, 탁재훈은 대중 위에 있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건방짐으로 다가왔다.

이경규는 강호동이 그런 ‘중노동’ 트렌드를 열었다며 그를 원망했다. 그러나 그는 대중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배들과 어울려 망가지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대중에게 다가가려 했다. <라인업>에서는 몸으로 고생했고, <명랑 히어로>에서는 면박을 당하며 자신을 낮추었다. 덕분에 프로그램의 인기와 상관없이 이경규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는 현재 최고 수준이다.

탁재훈은 당하지 않으면서 본인 위주 방송을 했다. 신정환은 최근 들어 점점 본인 위주 방송을 하려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자 대중이 비호감으로 응징한 것이다. 신정환은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탁재훈은 초심에서 멀어져 새로 태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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