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과 수익 사이 안전한 ‘고공 줄타기’
  • 이경민 (하나대투증권 WM 본부 웰스매니저) ()
  • 승인 2009.04.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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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50대 부부의 득과 실

ⓒ시사저널 유장훈

최근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 기관의 예금금리는 연 3~5% 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자금의 대표적인 투자 대안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다. 시중 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주식시장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데 고객예탁금이 15.6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인 15.7조원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도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내며 이번 경제 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돌고 있다. 여기에 유동성 확충, 금융 기관 지원, 재정 지출 확대 등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시장이 정책과 기대감만으로 상승하는 데는 항상 한계가 따른다.

3월 이후부터 6주째 상승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도 장중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3월 저점 대비 고점은 코스피 +36%, 코스닥 +54% 상승을 기록해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제 주식시장의 관심은 조정의 폭과 기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언제 다시 국내 경제가 출렁거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금리는 낮고 지속적인 증시 랠리에 대한 불확신이 대두하는 현 시점은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 대안을 찾지 못하는 재테크 혼란기라고 할 수 있다.

주식 투자의 고수는 일반 투자자들과는 달리 다른 투자자들이 살 때 팔 수도 있고, 팔 때 살 수도 있는 역발상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현상을 몸소 체득하고, 시장 원리에 따라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인내심을 키워온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주식 투자의 고수들이 일반 투자자들과 다른 점은 돈의 흐름을 읽는 방법에서 일반 투자자들보다 한 발짝 먼저 움직인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투자자들은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올해 초부터 서서히 주식시장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주식 투자 경험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3월 초 이후 진행된  증시 랠리를 지켜보며 단기 급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으로 향후 주식시장의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에서야 한 발짝 늦게 주식 투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며 문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자받는 채권 기능에 주식 매입 권리 부여

최근 들어 상담을 요청한 50대 부부도 이와 같은 투자자로 여유 자금 중 1억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싶은데 투자 적기가 언제인지를 상담해왔다.

이 부부는 일반적으로 단기 고점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 시점이 주식 투자 적기인 것 같다고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주관적인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강한 투자자로 주식 투자의 경험이 전무한 일반 투자자가 시장의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을 나타내는 이때, 많은 금액으로 직접 투자를 선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수익률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이때 투자 리스크는 어느 정도 줄이면서 주식 투자의 초과 수익과 채권 투자의 안정성을 결합한 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에 한 번 투자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주인수권부사채(BW)란 사채 발행 뒤 일정 기간 내에 미리 약정된 가격(신주인수가격)으로 당해 발행회사의 일정한 금액에 해당하는 신주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인수권의 분리 유통성 여부에 따라 분리형과 비분리형으로 나뉘고 신주인수권의 행사 청구 방법에 따라 현금 납입형과 대용 납입형으로 분리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채권의 기능을 통한 이자 소득 및 신주인수권 행사에 의한 주식 매입으로 자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사채의 발행은 기업 측면으로 볼 때 자금 조달이 용이하고 투자자 측면에서는 주가가 상승하면 시가 이하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환사채와 비교해 보면 전환사채의 경우 전환권을 행사하면 사채권자로서의 지위가 소멸되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경우 신주인수권을 행사해도 사채 자체는 소멸되지 않는다.

 

지난 3월 4천억원 규모의 기아차 BW 청약에 무려 8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개인 투자자 대상 청약은 7.4 대 1, 기관 및 외국인 대상 청약은 4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만약, 개인 고객이 7억4천만원으로 기아차 BW 청약에 참여했다면 1억원을 배정받았다는 의미이다.

기아차 BW 청약을 한 경우 확정이자를 받는 채권과 함께 발행 한 달 뒤 기아차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현재 기아차 주가가 4월19일부터 행사가(6천8백80원)보다 오를 경우 주식으로 바꿔 매도하면 시세 차익도 거둘 수 있다.


현재 4월20일 기준으로 기아차 주식은 9천8백원이고 행사 가격은 주식 가격보다 42.44% 할인된 가격으로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만약, 이 부부가 기아차 BW에 1억원을 청약했고, 현 시점에서 신주인수권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배정받은 기아차 채권(1천3백49원)으로 대용 납입한다고 가정하면 적은 금액으로 단기간 안에 40% 수준의 고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아차의 경우는 신용등급이 ‘AA-‘로 높은 데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5.5%라는 높은 만기 수익률을 제시했고, 기아차 BW의 표면금리가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표면 금리가 높은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이자소득세를 적게 내는 장점이 있어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많았었다.

기업이 자금 모집 방법으로 택하는 BW 발행이 기아차 BW의 발행처럼 항상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기업의 신용도 및 기업의 재무 상태, 성장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울러, 권리가 부여된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이 현재 주식 가격보다 높다면 채권에 의한 이자소득만 취하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얻을 수 있는 자본이득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BW의 투자 매력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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