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모아야 할 판에 틈만 나면 ‘티격태격’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4.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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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 PC방업체, ‘서든어택’ 접속 차단 싸고 또 대립

▲ 2005년 6월28일 PC방 업주들의 넥슨 항의 집회에서 한 업주가 길가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업체와 PC방업계 사이에 다시 싸움이 터졌다. 이번 싸움의 계기는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이다. 온라인게임업체 CJ인터넷이 지난 4월6일 비가맹 PC방에 대해 ‘서든어택’ 접속 주소(IP)를 차단하자 PC방 업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든어택은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1인칭 슈팅게임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말 출시한 온라인게임 ‘아이온’에 동시 접속자 기준으로 1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서든어택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점유율 1백4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PC방 업주들은 “서든어택의 IP를 차단당하면서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라고 하소연한다. 이에 대해 CJ인터넷은 가맹 PC방에게 혜택을 늘려 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처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선희 CJ인터넷 홍보팀장은 “비가맹점까지 서비스하는 것이 수입 면에서 유리하다. 그동안 가맹점이나 비가맹점이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어 비가맹점에 대한 IP 차단 결정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게임업체로서는 PC방에 게임을 공급하면서 요금을 받는 것이 주요 수입원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업체는 요금 부과 방식을 입맛에 맞게 고쳐 수입 극대화를 꾀한다. CJ인터넷은 올해 초 온라인게임포털사이트 넷마블에 새 게임을 출시하면서 요금을 별도 부과했다. 그동안 CJ인터넷은 넷마블을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에 대해 통합 패키지 방식으로 요금을 일괄 부과해왔었다. 대구 지역 PC방업체들이 올해 초 이중부과 방식에 반발하면서 불매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PC방업계 “CJ인터넷측이 영구 무료 서비스 약속 어겼다”

PC방협의회는 “넷마블 불매 운동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라고 항변한다. 넷마블 불매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CJ인터넷이 물리력 행사에 나섰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오창준 PC방협의회 대구지부 부회장은 “PC방이 서든어택을 서비스하지 않고는 수익 내기가 힘들다. CJ인터넷이 이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든어택 IP 차단 파장은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같은 유관 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최승재 한국인터넷PC협동조합 이사장은 “CJ인터넷은 2005년 12월 서든어택을 무료로 영구 서비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무료 서비스 정책을 갑자기 바꾼 것은 명백한 게임사의 횡포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의회는 CJ인터넷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CJ인터넷과 PC방협의회 사이 분쟁이 게임업체와 PC방 단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터넷PC협동조합은 CJ인터넷과 함께 ‘아이온’(엔씨소프트), ‘한게임’(NHN)에도 지난 3월 발생한 서비스 장애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게임업계와 PC방업계는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분쟁을 일으킨다. 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이 지난 2005년 정액제에서 시간제로 과금 방식을 바꾸자 PC방 업주들은 이에 불만을 품고 공정위에 제소했다. 네오위즈가 지난해 1인용 슈팅게임 ‘스페셜포스’를 유료로 전환하자 PC방 업주들은 네오위즈를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공정위와 검찰이 게임업체들을 무혐의 처리했으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온라인게임 산업 안팎에서 다가오는 위협과 난제를 해결하려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국내 게임 관련 업계가 집안 싸움만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CJ인터넷과 전국PC방협의회 간 분쟁을 지켜본 한 게임개발업체 최고경영자의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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