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에 출두하던 날
잔인한 4월이었다. 4월의 마지막 날, 우리 헌정사에 가슴 아픈 역사가 또 반복되었다. 세 번째이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국, 퇴임 이후 검찰에 섰다. 역대 그 어떤 대통령들보다 도덕성을 강조했기에 실망은 더욱 컸다. 노 전 대통령도 “면목이 없습니다”라는 짧은 말만 되풀이했다.
대검 청사 앞에서는 ‘노사모’ 회원들이 흔드는 노란색 풍선의 물결 뒤에 ‘반노’ 성향 단체 인사들이 던진 계란 자국이 노랗게 얼룩져 있었다. 그렇게 현장은 또 양쪽으로 갈려서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대다수의 국민은 다시 한 번 깊은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통합의 정치를 선보이지 못하는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느끼는 분노는 차라리 슬펐다.
때마침 이날은 4·29 재·보선 결과가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으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제발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 말고 깨끗한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해달라”라는 국민의 무서운 경고였다. 분열과 대립은 이제 4월의 끝자락과 함께 모두 이 땅에서 사라져가기를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