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학교 자율화가 벌써 무섭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5.0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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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자율화 방안과 관련한 영남권 토론회가 부산시교육청에서 1천여 명의 교직원과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연합뉴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내놓은 ‘학교자율화 추진 방안’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교과부는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교장 권한을 강화한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되레 교육의 획일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대 의견을 펼치는 이들은 교과부의 논리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에 가깝다고 말한다.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교장에게 수업 시간을 조정할 재량권을 준다면 얼마 되지 않는 예체능 수업 시간마저 국·영·수로 대체되어 교육 현장의 파행이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이다. 재량·특별 활동 통합 운영을 허용하는 방침도 문제로 지적된다. 봉사나 계발 활동을 하는 데 활용해온 특별활동 시간을 심화·보충 수업으로 돌려 써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마저 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이다. 이밖에 교장에게 주어진 교사 초빙권을 한 해 정원의 10%에서 20%로 늘리는 방안도 반대하는 측에서는 부작용을 부각시켜 비판한다. 자칫 교장의 친위 체제를 구축하고 정실 인사로 갈등만 조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제도이든 양면성이 있다. 그동안 교장들이 제구실을 못해 교직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공교육의 질이 떨어진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교장의 권위를 살려 교육 현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는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운영의 묘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맹목적인 찬성도 곤란하지만 무조건 반대도 곤란하다.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학생들을 위한 일인 만큼 지혜를 모아 원만하게 정착시키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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