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 ‘강원도의 힘’모은다”
  • 춘천·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5.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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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유치 ‘삼수’하는 김진선 강원도지사 / “지난 실패 분석해 알찬 활동 전개”

ⓒ시사저널 임준선

강원도청이 있는 호반의 도시 춘천의 햇살은 따가웠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도 활기에 넘쳐 있었다. 시내 곳곳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적은 현수막·플래카드가 유난히 많았다. 올해로 11년째 도지사로 있는 김진선 강원도지사(63)는 국내 ‘최장수 도지사’로 불린다. 하루에 담배 한 갑 반을 피우는 그는 “도지사를 하면서 는 것은 담배이다”라며 웃었다. 지난 5월7일 세 번째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지사를 강원도청에서 만났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것이 세 번째이다.

지난 두 번의 도전에서 거의 될 뻔한 것을 놓쳤다. 국민께서 여러모로 성원해주셨는데 실망을 안겨주어서 미안할 따름이다. 너무 간발의 차이로 떨어졌고, 그동안 준비한 것이 너무 많아서 한 번 더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꼭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여러 도시가 국력을 총동원해서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동계올림픽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20조원의 생산 효과, 23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력이 부족해 지난 두 번의 유치전에서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가의 정치력·외교력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개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접근과 예측이 쉽지 않다. 따라서 IOC 위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2018년 유치전에서는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접근할 것이다.

이번 경쟁 상대는 독일의 ‘뮌헨’과 프랑스의 ‘안시’가 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에는 IOC 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 많다. 이를 대비한 전략이 있다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평창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러시아 소치로 결정되었다. 이 때문에 IOC 내에서도 상당한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2018년 유치전은 적어도 정치력 등 변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는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비도 철저히 하겠다. IOC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난 실패 요인 등을 충분히 분석해 실속 있는 유치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의 파워게임으로 불협화음이 잦았다. 이런 것도 직·간접적으로 유치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 아닌가?

올림픽 유치는 유치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KOC는 IOC를 대신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지난 유치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었으나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이 유치 실패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연아 선수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대사가 되었다. 김선수의 홍보 가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지난 2014년 유치전 당시 러시아는 동계 종목 강국이면서도 동계올림픽을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는 것을 내세웠다. 동계 종목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에서 김연아 선수는 상징성이 크다. 김선수는 단순한 홍보 대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유치단의 일원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유치 활동을 펼칠 것이다. 

대관령 일대에 조성 중인 ‘알펜시아 리조트’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가. 그동안 잦은 설계 변경과 경기 침체 등의 원인으로 분양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 구조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가?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 출자 기관인 강원도개발공사에서 1조5천억원을 투자해 건설되고 있다. 현재 골프·리조트·동계스포츠 등 3개 지구로 구분해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공정률은 55% 정도이다. 이 중 동계 스포츠 지구는 공사가 대부분 완공되었다. 그동안 잦은 설계 변경 등의 요인으로 분양이 다소 지연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최장수 도지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도 있는데….

도지사를 해보니 길어야 두 번 연임해서 8년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번에 3선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을 1년 앞두고 있어서 불가피하게 한 번 더 출마했다. 지난 세월 ‘강원도’ 하면 푸대접, 무대접, 낙후, 소외 등의 단어가 떠올려졌다. 도민들의 한계의식, 패배의식 등이 지역 발전의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 적어도 내가 도지사를 맡았던 기간에는 도민들이 ‘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김지사가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우선 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어서 감사하다.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가나 지역적으로 꼭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내가 제안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지 대권 도전을 발판으로 삼으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모든 것이 때가 맞아야 된다. 욕심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도지사로서 충실하게 현안들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 성장’을 국가 패러다임으로 삼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원도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지난 3월에 대통령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강원도를) 녹색 시범 도시로 만들자’라는 제안을 받았다. 정부가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앞으로 강원도 전역을 녹색화하려고 한다. 우선 ‘저탄소 녹색도시’를 시범 도시로 조성하면서 확산시킬 계획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 올림픽의 완성이다. 코리아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며 대한민국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유산을 남길 것이다. 강원도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꼭 유치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심정을 갖고 있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오늘까지 왔다. 다시 한 번 큰 열정을 보여주시고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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