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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아홉 칸’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국토해양부 공시 가격으로 알아본 한국의 대저택들

안성모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5.12(Tue) 18: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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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서울 이태원동 집.
ⓒ시사저널 유장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누가 소유하고 있고, 어디에 있을까. 가장 비싼 곳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집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4월30일 공시한 가격이 94억5천만원으로 지난해 95억9천만원에서 1억4천만원 하락했지만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80%가량을 반영한다고 보면 실제 가격은 1백20억원에 가깝다. 현대판 아흔아홉칸 저택인 셈이다. 여기에다 내부 시설은 공시가격에 반영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은 이보다 훨씬 더 올라간다.

이 전 회장의 이태원 저택은 2005년 주택가격 공시 제도 도입 이후 5년 연속 ‘최고 비싼 집’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대지 면적 2천1백43㎡(6백48평)에 연면적이 3천4백37㎡(1천39평)에 이르며, 건물은 지하 2층에 지상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 회장은 2003년 전낙원 전 파라다이스 회장으로부터 이 집을 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년3개월 동안 내·외부 공사를 마친 뒤인 2005년 5월에 입주했다. 공사 과정에서 조망권 침해와 소음 문제 등을 놓고 이웃인 농심 일가와 소송이 벌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이태원 집 이외에 중구 장충동1가 단독주택도 보유하고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살았던 곳으로 대지 면적 2천7백60㎡(8백34평)에 연면적 1천5㎡(3백4평) 규모로 공시가격이 79억3천만원인 이 집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가격이 높다. 한때 삼성가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할머니 박두을 여사와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경영고문과 함께 5년여 동안 살았던 집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이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집이 2위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서울 흑석동 집.
ⓒ시사저널 유장훈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비싼 집은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주택으로 공시 가격이 79억5천만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83억6천만원으로 고가 주택 3위였다. 올해 가격은 다소 떨어졌지만 순위는 한 계단 올랐다. 대지 면적 7천2백39㎡(2천1백89평)에 연면적 8백12㎡(2백45평)로 숲이 우거진 작은 동산 전체가 집 마당 정원이다. 인근의 다가구 주택과 대비되어 대저택의 웅장함이 더해 보인다.
지난해 89억1천만원으로 2위에 올랐던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주택은 올해 5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대지 분할로 순위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단독주택이 78억6천만원으로 공동 4위에 올랐다. 남 아무개씨가 소유한 이 저택은 대지면적 1천9백29㎡(5백83평)에 연면적은 3백96㎡(1백19평)이다. 지상3층에 지하1층인 건물과 18.35㎡(5.5평) 남짓한 단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에는 81억2천만원으로 5위였다.

   
▲ 임용윤 이화산업 회장의 경기 하남시 망월동 집.
ⓒ시사저널 유장훈

하남시 망월동에 있는 임용윤 이화산업 회장의 주택도 같은 가격으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임회장 저택은 서울 이외 지역에서 유일하게 상위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는 물론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이다.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오래되어 낡아 보인다. 하지만 집을 둘러싼 정원은 공원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넓다. 차고가 딸린 2층 건물 연면적은 2백66㎡(80평)에 불과하지만 10여 개 필지로 나눠진 대지 면적은 8천8백46㎡(2천6백75평)에 이른다. 도로가에 기다랗게 늘어선 담장 너머로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그 끝에 별장 같은 집이 들어서 있다.

이화산업은 1955년 하남시에 설립된 회사로 벽돌과 타일을 생산해 판매하고 창고업도 하고 있다. 자본금 100억원에 지난해 매출액 2백26억원의 중소기업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토지가 상당하다. 2008년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지닌 토지의 공시지가가 9백44억5천4백만원에 이른다. 인근 주민들은 망월동 땅 다수가 임회장과 이화산업 소유라고 전했다. 서울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 지역 땅값은 몇 년 사이 급등했다. 6천7백여 가구가 올해 6월 입주할 예정인 강일택지개발지구가 인접한 덕택이다. 현재 대한도자기타일공업협동조합 이사이기도 한 임회장은 망월동 저택에서 살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서울·경기 제외한 지역에서 수십억 원대 기록한 집은 넓은 대지 때문

   
▲ 이건희 전 회장 소유의 서울 장충동 집.
ⓒ시사저널 유장훈

서울시와 경기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의 가격은 6억원에서부터 45억원까지 다양하다. 몇십 억 원대 고가주택은 건물보다 대지가 워낙 넓어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경우가 많다.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 위치한 벽돌로 지은 집은 대지면적이 8천69.4㎡(2천4백40평)나 되다보니 공시가격이 45억4천만원에 이른다. 부산시에서 가장 비싼 동래구 수안동 단독주택도 대지면적이 넓어 지역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멘트와 벽돌로 지어진 이 집의 공시가격은 19억9천만원이다. 대구시의 경우 중구 수창동에 있는 철근콘크리트 단독주택이 20억4천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대전시 중구 대흥동에 있는 철근콘크리트 집은 9억3천3백만원, 울산시 남구 무거동 시멘트벽돌 단독주택은 8억1천7백만원으로 지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이다.

   
▲ 광주시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위)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

광주시에서 가장 비싼 동구 금남로5가 단독주택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순정 여사가 살고 있다. 대지면적만 5천5백22.3㎡(1천6백70평)에 이르며 단층과 2층 건물이 여러 채인 대저택으로 공시가격은 35억5천만원이다. 대문에는 아직도 박회장의 부친인 박인천 전 회장의 문패가 걸려 있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박 전 회장은 1984년에 별세했다. 이 집은 박회장 등 4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2003년 금호문화재단(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강원에서는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에 있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31억원으로 가장 비싼 단독주택으로 공시되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행정상 단독주택일 뿐 실질적으로는 공동주택이다. 아산강릉병원 내 의사와 간호사가 묵는 숙소로 대지권이 획정되지 않아 단독주택으로 분류가 되었다. 전남에서 가장 비싼 여수시 선원동 43억9천만원짜리 단독주택도 실제로는 호남석유화학 공장 사택을 동 단위로 평가하다보니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이외에 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 철근콘크리트 집이 6억6천7백만원, 충남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철근콘크리트 단독주택이 11억1천만원, 전북 정읍시 용계동 철근콘크리트 단독주택이 9억9천만원,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 위치한 철근콘크리트 단독주택이 5억9천3백만원, 경남 창원시 대방동에 있는 벽돌 단독주택이 10억4천만원,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철근콘크리트 집이 10억6천만원으로 지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으로 조사되었다.


가장 싼 집은 24만원인데…

올해 주택가격 공시에서 가장 싼 집은 대구시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철파이프조 단독주택이 차지했다. 지분은 없고 건물 면적이 11.31㎡(3.4평) 남짓한 이 집의 가격은 24만8천원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이태원 집 한 채 가격이면 3만8천6백여 채 넘게 살 수 있는 집이다.

이처럼 20~30만원대 초저가 주택은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다.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시멘트블럭조 주택은 공시가격이 25만1천원이며, 전북에서 가장 싼 집인 진안군 주천면 주양마을 한 주택도 28만1천원이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 덕현리에 위치한 석회 및 흙벽돌 집은 28만9천원, 역시 석회와 흙벽돌로 지어진 충북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의 한 집은 30만원이다.

이외에 목조로 지어진 충남 서천군 서천읍 삼산리 한 주택은 30만5천원, 전남 완도군 노화읍 내리 한 주택은 31만1천원에 불과하다. 집값이 비싼 서울시에도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싼 집들이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는 시멘트블럭조 단독주택은 72만5천원이다. 이건희 회장의 이태원 집보다 1만3천배 이상 싼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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