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펀드도 덩달아 ‘덩실덩실’
  • 정은호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9.06.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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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상승세로 투자자 손실 만회…신규 유입된 국내 자금은 거의 없어

▲ 인도 뭄바이에 있는 봄베이 주식시장에서 전광판을 보던 한 구경꾼이 휘파람을 불고 있다. ⓒAP

지난 5월19일 ‘미래에셋 인디아인프라섹터’ 펀드에 투자하고 있던 투자자 ㄱ씨는 펀드 기준가를 확인하고는 판매사에 전화를 걸어 숫자가 제대로 맞는가를 재차 물어보아야 했다. 펀드 수익률이 하루 만에 22.38%가 상승했다고 표시된 것이다. 하루 가격 제한 폭이 15%인 우리나라 시장에 익숙한 사람들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맞는 숫자였다. 그 전날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하자 경제 개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도 뭄바이 증시는 17.34%라는 기록적인 상승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하루 만에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저점 이후 시장 반등 과정에서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해 다소 부진한 성과를 보여왔던 인도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수익률을 맞춰가고 있다. 인도 시장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센섹스(Sensex) 지수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 중인 가운데, 4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인 17.46%의 상승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5월에는 28.26%에 달하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보여 두 달 연속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2005~06년에 나온 인도 펀드들은 손실을 완전히 만회하고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종류A’는 올해만 수익률이 56.94%이며, 2005년 9월 설정일 이후 62.35% 상승했다. 2006년에 출시된 ‘미래에셋인디아솔로몬’도 설정일 이후 수익률이 33.84%로 그동안의 부진을 모두 털어버렸다. 2007년 상반기에 나온 인도 펀드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래에셋인디아어드밴티지’와 플랭클린템플턴운용의 ‘F인디아플러스’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49.04%, 42.36%까지 급반등했다.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중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는 미래에셋운용의 ‘인디아인프라섹터’로 82%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향후 인도의 경제 성장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인프라 관련 기업이 주가 강세를 이어갔던 덕에, 인프라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섹터 펀드로서 수혜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판매된 인도 펀드들이 모두 인도 주식에 100% 가까이 투자하고 있어 주식시장 상승분을 고스란히 펀드 수익률에 반영시킬 수 있었던 점도 수익률 제고에 기여했다.

최근 3개월 동안 82% 수익률 거둔 펀드도 있어

그동안 인도 주식시장은 높은 물가상승률과 정치적 불안정성, 취약한 인프라 설비 등 내적인 위험 요인들로 인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경기 회복을 이머징 국가가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반 상승세를 기록한 데 힘입어 주가가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 내부적으로는 총선이 끝나면서 정치적 리스크라는 큰 짐을 덜어냈던 것도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5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압승하면서 시장경제와 개방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의 독자적인 정책 실현에 대한 기대,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던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확인되면서 안도랠리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외에 또 다른 주가 압박 요소였던 물가가 최근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며 정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을 키워주고 있다는 점과 인도 기업들에 대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자본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역시 추후 주가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도 증시 상승이 국내 투자자에게는 기존의 손실을 만회하는 수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인도 펀드가 연초 이후 55%에 가까운 수익률을 보이는 동안 신규로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올해 들어 증가한 해외 펀드 자금, 특히 브릭스 4개 국가에 신규로 투자된 자금 규모는 약 7천억원 수준이다. 이 중 약 85% 수준인 5천8백억원 정도가 중국에 투자되었고, 역시 올해 들어 높은 수익률을 보인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가 나머지 자금을 끌어들였다. 인도 증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주가가 낮은 시점에 꾸준히 투자를 했던 투자자라면 이미 기왕의 손실을 모두 만회하고 플러스 수익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을 보이는 시장 상황을 보고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 아니다. 물론 글로벌 경기 회복을 주도할 주역으로 이머징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의 핵심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인도 등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의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한 증시 상승이 실물 경기의 회복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과매도 국면 이후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되돌림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6월3일 현재 1만4천8백 포인트 수준인 인도 증시도 1년 반 전인 2008년 1월에는 2만 포인트를 넘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다시 전 고점을 돌파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전망이 아무리 양호하다고 해도 단기 급등은 조정 과정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올해 세계 증시는 글로벌 경기 낙관론이 고개를 들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선진국과 신흥국의 증시 차별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6개월간 이머징 국가의 증시는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펀드 수익률 역시 글로벌 주식 펀드의 평균이 6개월을 기준으로 10% 수준인 데 비해, 이머징 국가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그 세 배인 30%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3개월간 70% 가까운 수익률을 보이면서 다른 브릭스 국가들과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인도 주식 펀드도 비슷한 양상이다. 올해 들어서는 브릭스 국가 중 중국의 수익률이 28% 정도로 가장 낮으며, 나머지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는 이미 5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상태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신규로 가장 많이 투자했던 중국 펀드의 수익률도 결코 낮지는 않지만 브릭스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추가적인 상승의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개별국 증시가 폭락하는 과정을 지켜본 투자자라면 러시아나 인도 등 개별 국가의 펀드보다는 그나마 분산이 되어 있는 브릭스 펀드가 낫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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