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계 바꾼 ‘짧은 글’의 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6.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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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열풍의 원동력은 차별화된 소통 방식…‘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주도

▲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선두 주자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트위터는 각각 다른 소통 방식을 사용하지만 상호 보완하면서 네티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구글 카페테리아’는 실리콘밸리의 경기를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였다. 구글의 사내 호텔급 카페테리아가 보여주듯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질 높은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도 이번 경제 불황 앞에서 힘겨워하는 중이다. 구글의 카페테리아 상당수는 폐쇄되었다. 푸아그라, 기네스 맥주를 마시던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요즘 햄버거에 버드와이저 맥주를 마신다. 피해 정도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이 10.5%(2009년 2월 기준)를 기록하며 과거 26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실리콘밸리 역시 9.4%까지 실업률이 상승했다.

이런 시기에 실리콘밸리의 작은 기업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트위터(twitter)’가 주인공이다.
트위터 선풍 이전에도 비슷한 바람이 분 적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인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이 그 주인공이었다. 먼저 등장한 것은 마이스페이스였다. 마이스페이스는 우리의 싸이월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한때는 싸이월드를 베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양이나 내용에서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마이스페이스의 SNS 서비스를 ‘이슈’ 중심이라고 평가한다. 음악이나 영화 등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많다. 이런 특징은 마이스페이스의 탄생과 관련이 있다. 초창기 마이스페이스는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장으로 만들어졌다.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기도 했고, 기존 회원이 다른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하면서 네티즌들이 마이스페이스로 모였다. SNS 서비스로 나아갈 토대는 이렇게 마련되었다.

싸이월드는 외양, 블로그는 지적 수준이 중요한 것과 대비돼

반면, 마이스페이스보다 후발 주자인 페이스북은 일종의 동문 간 인맥 쌓기 서비스로 시작되었다. 목적만 보자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04년, 지금은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어버린 마크 주커버그를 포함한 하버드 대학 동창생 3명이 만들었다. 만든 목적 자체가 하버드 대학 학생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 교류였기 때문에 하버드 학생이 아닌 사람은 가입할 수 없었지만 차츰 범위가 확대되었고, 2006년에는 일반인에게도 완전히 개방되었다. e메일 주소를 가진 13세 이상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은 ‘관계 맺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 블로그인 트위터는 이들과 성격이 좀 다르다. 트위터의 인기를 논의할 때 ‘짧은 글’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1백40자 이하의 짧은 글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 없다. 짧은 글 덕분에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경희대 경영학과 이경전 교수는 “블로그나 싸이월드는 일단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싸이월드의 경우는 외양이, 블로그의 경우는 지적 수준이 중요한 데 반해 트위터는 평범한 사람도 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소통의 방식이 변하는 것만으로도 트위터는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여기에 속도성까지 추가되었다. 문자메시지와 비슷한 분량이기 때문에 휴대전화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로 트위터에 글을 적고 답글을 다시 휴대전화로 받아보는 시스템이 구현되었다. 반드시 컴퓨터 앞에 앉아야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루어진다.

트위터의 이런 장점은 다른 SNS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 그렇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의 소통 방법을 자신들의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중이다. 지난 3월4일 페이스북은 자사 웹사이트를 대폭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트위터의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를 가져온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도 이전부터 친구의 동향을 관찰할 수 있는 ‘뉴스 피드’ 기능이 있었지만 업데이트가 10분마다 이루어져 뒤늦은 감이 있었다. 이것을 실시간 상태가 나오도록 개선했다.

페이스북이 영향을 받고 변화한 것을 두고 트위터식 커뮤니케이션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성급한 평가이다. 트위터 만큼이나 페이스북의 성장세도 무섭다.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를 제치고 미국 내 최대 SNS가 되었다. 최근 1년간 순방문자 수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증가했다. 미국의 시장 조사·분석 기관인 ‘컴피트닷컴(compete.com)’의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2009년 5월 순방문자 수는 1억1천3백여 만명으로 SNS 사이트 중 단연 1위였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백54%가 증가했다. 트위터도 2009년 5월의 순방문자 수가 1천9백72만여 명으로 1년 전보다 1천1백43%나 급증했다.

실시간 구전 대화 스타일에 ‘환호’

순방문자 수의 성장세도 그렇지만 트위터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6월2일에 발표된 ‘닐슨 온라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SNS와 블로그 이용 시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가 증가했다. 이 중 페이스북의 체류 시간은 1년 동안 약 17억분에서 1백39억분으로 6백99%, 트위터의 경우는 약 3천7백12%가 증가했다.

통계에서 보듯이 ‘관계 형성’이 핵심인 페이스북의 소통 방식도 나름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다만, 실시간 교류를 강조하는 트위터 방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트위터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가깝고 페이스북과는 공존 관계를 구축 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앞으로도 트위터식 소통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는 신규 유입으로 유령 회원이 늘어나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회원들끼리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타격을 입을 쪽은 블로그식 소통이다. 사람들은 말하고 싶은 바를,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쓰는 것보다 마이크로 블로그에 짧은 코멘트를 남기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경전 교수는 “블로그가 천천히 앉아서 소비하는 행태였다면 트위터는 이동 중에 소비하면서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기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진단은 더욱 근본적이다. 포댐 대학 랜스 스트레이트 교수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텍스트로 상호 작용하는 것보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인 구전 대화의 스타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간은 쓰기보다는 말하기와 함께 발전해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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