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비법’으로 거둔 고수익 ‘슈퍼개미’도 안 부럽다
  • 이철현 경제전문기자·이석 기자 ()
  • 승인 2009.06.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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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불황 장세에서 대박을 일군 ‘개미’들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시사저널 유장훈/연합뉴스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 어김없이 탄생하는 것이 슈퍼개미 신화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슈퍼개미의 신출귀몰한 투자 기법에 혀를 내두르고 경이로운 투자 수익률에 감탄한다. 개미 투자자들은 슈퍼개미의 비급을 사들고 주식 투자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슈퍼개미는 전업 투자자이다. 주식 투자로 인생 밑바닥까지 추락한 경험을 밑천삼아 하루 종일 장세와 종목을 분석한다. 투자 관련 전문 서적을 두루 섭렵한다. 이와 달리 직장인은 하루 8시간 이상 업무에 얽매인다. 가정주부는 시장 정보에 늦고 전문 투자 기법에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슈퍼개미 투자 기법은 직장인이나 가정주부가 어설프게 흉내 낼 수 있는 ‘초식’이 아니다. 슈퍼개미들은 ‘자기 성향과 처지에 적합한 투자 기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원칙과 기법이 따로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세계 금융 위기 장세에서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개미 투자자를 주목했다. 전문 투자 기법에 서투르고 장세 파악에 할애할 시간은 적지만 자기 성향과 처지에 맞는 나름의 투자 원칙과 기법으로 짭짤한 수익을 챙긴 개인 투자자의 성공담이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유효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KT통신사업부문 소속 박 아무개 차장(41)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미 투자자이다. 아
이 셋과 아내까지 부양 식구가 넷이다 보니 은퇴 설계에 고민이 많다. 달마다 나가는 생활비와 교육비가 엄청나 월급만 모아서는 노후 생활 보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주식 투자에 나섰다. 그는 정기적금으로 마련한 목돈과 월급으로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를 병행한다. 달마다 100만원씩 간접투자 상품에 분할 적립하고 있다. 국내 주가지수 연계 펀드에 일부 집어넣고 나머지는 중국과 인도 관련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 직접 투자에 동원한 자금은 7천만원가량이다. 투자 원금 50%는 현금으로 보유한다. 시장에서 언제 생길지 모르는 매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35%는 3개월 이상 1일 이내 운영하는 단기 투자 종목을 고른다. 나머지 15%는 5년까지 내다보며 성장성이 유망한 종목을 골라 장기 보유하고 있다.

파란 날 사고 빨간 날 팔아라

▲ 개미 투자자 김인숙씨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투자 원금이 반 토막이 났다. 낙담에 빠져 있다가 증권 전문가의 조언을 수용하면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괜찮은 매니저를 만나야 한다. ⓒ시사저널 유장훈
박차장이 주식 투자로 수익을 챙긴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박차장은 지난해 말 주식 보유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가 세운 단기 투자 원칙은‘파란 날 사고 빨간 날 판다’이다. 주식시장 전망이 비관 일색일 때 주식을 매입하고, 낙관적인 견해가 우세할 때 판다. 지난해 금융 위기 여파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주식 투자 전문가와 언론은 연일 대공황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시장 붕괴까지 거론되었고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난해 말 금융 위기가 진정되는 기미는 보였지만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져 주식시장은 불안정했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곰(약세장)의 습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박차장은 평소 투자 원칙에 맞춰 건설주와 금융주를 매입했다. 그가 선택한 종목은 금호산업과 미래에셋이다.

박차장이 주식을 매입하자 주가지수는 반등했다. 주가가 눈에 띄게 올라 이익 실현에 나설까 고민했으나 최소 3개월 이상 보유한다는 투자 원칙을 지키며 버텼다. 그가 두 종목을 판 것은 올해 5월 중순이다. 주가가 1천4백 선까지 단숨에 올라 추가 상승 탄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했다. 6개월 만에 그가 거둔 수익률은 65%이다. 박차장은 “추가 상승을 기다릴까 고민했으나 욕심을 부리지 말자는 투자 원칙에 충실히 따라 두 종목 모두 팔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 종목은 신중하게 고르지만 매각 시점 판단은 빨랐다.
 
박차장은 종목 선정은 전문가와 상의해 결정한다. 혼자 단독으로 고른 적이 없다. 보험사에 다니는 주식 전문가와 상의하고 증권사 투자운용역 2인 이상에게 해당 종목에 대해 묻는 절차를 거친다. 박차장은 “장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해 성급하게 투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종목 선정은 전문가와 상의해서 매입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벤처기업 회계팀에서 일하는 양성철씨(38)도 주변 회계사나 투자 대상 회사에 정통한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투자 종목을 선정한다. 양씨는 올해 초 1억5천만원을 투자해 3억원까지 불렸다. 양씨가 주목한 종목은 줄기세포 관련주인 NK바이오였다. 양씨는 옛날부터 바이오주에 관심이 많았다. 양씨는 “NK바이오는 3년 동안 지켜보았다. 회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투자했다”라고 말했다. 양씨는 자기가 확신이 들지 않거나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종목은 매입하지 않는다.

좋은 매니저와 긴밀한 관계 유지하라

▲ 개미 투자자 주영헌씨 동료 직원이 테마주에 투자하다 세 배까지 불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욕심을 부리다가 단 한 번 타격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어서더라.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는 주식 투자에서도 유효하다. ⓒ시사저널 유장훈
가정주부 김인숙씨(55)도 2007년 초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실패를 거듭했다. 김씨가 역전에 성공한 것은 증권사 지점장을 만나면서부터이다. 김인숙씨는 “처음에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STX팬오션 같은 우량주만 사서 오르기만 기다렸다.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투자 원금이 반 토막이 났다. 낙담에 빠져 있다가 증권 전문가의 조언을 수용하면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5억원을 투자했다가 3억2천만원까지 날렸다. 올해 초 권오용 동부증권사 수원지점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투자 대상을 코스닥 종목으로 확대했다.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분산 투자해 수익률 3백%를 기록했다. 김씨는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괜찮은 매니저를 만나야 한다. 매니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씨가 권오용 지점장의 조언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김씨는 투자 원금이 반 토막 나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주식 공부에 나섰다. 투자설명회마다 쫓아다녔고 투자 대상 업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움직이기 힘들면 전문가 도움을 빌어서라도 종목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주식 투자로 자산을 20억원까지 불린 김석환씨(45)는 퇴근하면 주식 공부에 매달린다. 미국과 유럽 시황을 보고 밤 1시에 잔다. CNN 사이트에 들어가 주요 재료를 확인하고 일본 니케이지수, 미국 다우존스지수, 한국 코스피지수를 한꺼번에 보면서 판단한다. 김씨가 주식투자에 나선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김씨는 “직장 정년이 55세이지만 이르면 48세 늦어도 50세에는 명예퇴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48세에 대기명령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 와중에 돈까지 없으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55세 정년은 1천명에 한 명꼴이다. 50세에 임원이 되더라도 52세에 전무가 되지 않으면 나가야 하고 54세에 부사장 직함을 달아야 한다. 부사장까지 오르면 70세까지 할 수 있지만 이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러다 보니 김씨가 주식 투자에 나선 목표는 명확하다. 노후 보장이다. 지나치게 위험에 노출되어 원금을 잃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와 연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박차장도 비슷한 속내를 토로한다. 박차장은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투자는 삼간다. ‘돈을 잃지 마라’라는 워렌버핏의 투자 제1 원칙이 아니더라도 원금을 잃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차장은 대박을 꿈꾸지 않는다. 자식 키우고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하는 데에 소요되는 금액을 미리 산정했다. 이 목표액을 채울 만큼 작은 수익률이나마 꾸준히 거두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대박보다 어려운 것이 꾸준한 수익률이다. 박차장이 웬만한 주식 투자 관련 서적은 꼼꼼히 챙겨보고 전업 투자자 친지와 지속적으로 상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초과 근무가 많다 보니 주식 투자에 투입할 시간을 내기 쉽지 않지만 박차장은 늦게 집에 들어가더라도 주식 투자 서적이나 기업 분석 보고서를 한 시간 이상 보고 잔다.

등락이 없고 꾸준히 일정 수익을 챙기는 개미 투자자들은 한결같이‘욕심을 부리지 말아라’라고 조언한다. 주영헌씨는 “지난해 11월 은행 이자보다는 높겠거니 생각하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이 덕분인지 주씨는 지금까지 수익률 80%를 거두었다. 주씨는 과욕 탓에 실패하는 사례는 자주 본다. 주씨는 “동료 직원이 테마주에 투자하다 세 배까지 불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욕심을 부리다가 단 한 번 타격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어서더라”라고 말했다. 박차장도 욕심을 부리지 않아 수익을 실현했다. 장세 전망이 엇갈리면서 주가가 방향성을 잡지 못할 때 박차장은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투자 수익을 실현했다. 행운이 따랐는지 박차장이 팔자마자 주가지수는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박차장은 “직장인들은 시황을 지켜볼 수 없으므로 고점과 저점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고점까지 기다리다가 주가가 고꾸라지는 일이 다반사이다”라고 말했다. 지나친 욕심 탓에 미실현 이익을 한꺼번에 날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을 감안하면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는 주식 투자에서도 유효하다. 

▲ 직장인이 주식 투자를 할 경우 업무에 지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평정심을 지켜야 실패가 없다

주식 투자에 성공한 직장인이 공유하는 원칙이 있다. 주식 투자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에 부적응하는 것은 차지하더라도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박차장은 직장에 출근하면 주식 시황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업무에 몰입한다. 박차장은 “본업과 주식 투자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면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정심까지 해쳐 투자 의사결정이 불안해지고 조급해진다”라고 말했다. 박차장은 점심 식사 시간에 주요 종목을 중심으로 시황을 체크하는 것으로 만다. 날마다 시황을 살필 수는 없기 때문에 종목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일단 사들인 종목은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소 3개월 이상 보유한다. 김석환씨는 종목을 매입할 때는 휴가를 낸다. 윗사람 눈치 보기 싫은 탓도 있지만 차분하게 종목 선정에 몰입하기 위해서이다.

‘투자 30%는 기법이고 70%는 마인드이다’라는 주식시장 격언이 있다. 주식 투자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 변수가 투자 마인드이다. 투자 기법이야 개미 투자자가 기관투자자나 슈퍼개미에 맞설 수는 없다. 개미 투자자가 투자 평정심마저 잃는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명확해진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시황이나 시세 변동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기 성향과 처지에 맞는 투자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개미 투자자가 섣불리 초절정 고수인 슈퍼개미의 초식을 흉내 내다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 깡통을 차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자에게 맞는 투자 비급은 없다. 자기에 맞는 비급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지난해 9월 이후 펼쳐진 불안한 장세에서 재미를 본 개미 투자자들은 자기 처지와 성향에 맞는 비급을 찾았거나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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