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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안 파는 책만 판다

작가가 직접 소량 제작한 출판물 판매 창구인 ‘독립 서점’의 어제와 오늘

김지혜 ㅣ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9.07.07(Tue) 12: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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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서점 위주의 출판 문화에서 벗어나 작가가 직접 제작한 소규모 출판물을 주로 취급하는 독립 서점 ‘더 북스(The books)’.
ⓒ시사저널 박은숙

교보문고에는 없는 책이 없다. 동네 서점에는 갖다놓지 않는 책도, 인터넷 서점에서는 절판된 책도 교보문고에 가면 대개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빠르고 친절하다. 지구 정반대편에서 어제 출간한 책도 대행 구매 시스템으로 대신 구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교보문고에서 못 구하는 책은 다른 곳에서도 못 구한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교보문고에서도 못 구하는 책이 많다. <VERSUS> <수상한m> <Sal> <32p> <워킹매거진> 등의 소규모 출판물은 열광적이고 꾸준한 독자층이 있지만 교보문고에서 결코 팔지 않는다. 수익 위주의 대형 서점이 한 번에 50~100부 정도씩 제작하는 책을 위해 공간을 할애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유명한 출판사를 끼고 있지 않아서, 판매량과 수익이 적어서, 소량 출판물 등의 이유로 대형 서점의 진입 장벽을 넘기 힘든 소규모 출판물들, 바로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독립 서점’이다.

   
▲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가가린’(왼쪽)과 서울 대학로 ‘이음아트’(오른쪽)의 독립 출판물 코너.
ⓒ시사저널 박은숙

작가나 서점이나 수익 창출은 어려워

우리나라에서 독립 서점은 3~4년 전 처음 생겼다. 이때는 개인이나 소규모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작가 그룹들이 독립적으로 책을 만들고, 편집하며, 찍어내기도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시기였다. 이들이 제작한 ‘소량 출판물’을 보며 참신하다고 느끼거나 ‘독립 매체’의 필요성에 공감한 서점 주인들이 작가들에게 자신의 가게 한편을 내어주었다. 이것이 ‘작가가 직접 소량 생산한 출판물을 파는 전문 서점’, 즉 ‘독립 서점’의 시초였다.

수익 창출이 위주인 대형 서점과 독립 서점은 차이가 뚜렷하다. 독립 서점들은 보통 작가와 직거래를 한다. 작가들이, 제작한 책을 들고 서점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책이 인기리에 매진되어도 서점 주인이 연락해주기 전에는 모른다. 또, 소규모로 제작하는 것을 지향한다. 정기 매거진, 비정기 매거진, 인문서적, 예술서적, 사진집, 전시회 도록 등을 3~4권씩 소량으로 배치한다. 한 서점에서 일주일에 서너 권씩 나가거나, 총 100부가 팔리면 꽤 ‘잘나가는’ 축에 든다.


독립 서점은 ‘주먹구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독특한 매력과 에너지가 있어서 수년간 버텼다. 이곳의 소규모 출판물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색다른 시각으로 무장한 ‘알짜배기’ 책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독립 서점을 통해 종종 신인 일러스트 작가, 만화가, 수필가, 디자이너들이 스타가 되기도 한다. 2백부가 금방 매진되는 일러스트 책자, 변변한 홍보 없이 1천부가 팔리는 만화 잡지, 해외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는 신인 디자인 도록 등도 꾸준히 나온다. 예술 포럼 책자나 인문학 서적의 수준은 전문 서적 이상이다. 겉으로 조용하지만 독립 출판계 내부에서는 에너지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지만 작가나 독립 서점이나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다. 책을 소량만 유통하기 때문에 독립 서점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는 다음 작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 작가들은 이런 어려움을 자신만의 ‘독립 매체’나 ‘독자와의 소통 공간’을 가졌다는 보람으로 극복한다고 말했다. 독립 서점에서 잡지 <수상한m>을 3권까지 매진시킨 이로 작가는 “처음부터 투자 금액의 60%를 회수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한다. 언제나 적자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손해만 아니라면, (문화적 공감대를 가진 독자가 모이는 독립 서점과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독립된 매체를 만드는 힘을 가져다 준다”라고 말했다. 16명이 모여 만든 만화잡지 <Sal>에 참가한 권용득 작가의 견해도 같다. 권작가는 “<Sal> 1, 2호의 반응이 좋아서 3호는 1천권을 찍어 독립 서점에 의뢰했다. 현재 5백권 정도 팔렸는데 모두 팔아야 이윤이 남는다. 하지만 우리는 판매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는 않는다. 우리 만화를 유통시킬 고유의 공간을 찾았다는 의미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독립 서점들도 경제적으로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소규모 출판물의 경우 보통 판매 가격의 60~70%는 작가에게, 나머지 30~40%는 독립 서점에게 돌아가도록 계약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절대적인 유통량이 적어 독립 출판물만 팔면, 서점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현재 서울에 다섯 개 정도 되는 독립 서점들이 헌책방이나 일반 서점을 병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서점이 2008년 10월에 오픈한 아트선재 1층의 ‘더 북스(The books)’이다. 이곳을 기획한 임경용씨는 “작가나 독립 서점 모두에게 생존은 중요한 문제이다.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은 중요하다. 더 북스는 상업적·문화적 가능성을 제안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북스는 현재 독립 서점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전문적이다. 넓은 공간은 서점, 카페, 전시장 역할을 한다. 독립 서점의 역할도 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도 하고, 작가들에게 활동 공간도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독립 서점들은 ‘소규모 출판물의 유통 공간으로서 독립 서점이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서점 주인의 신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가가린(Gagarin)’은 헌책방을 주로 하되, 중앙 테이블에 소규모 출판물들을 배열해 독립 서점의 역할도 겸한다. 혜화역 부근의 ‘이음아트’는 전형적인 ‘동네 서점’이다. 주인 한상준씨가 독립 서점의 취지에 공감해, 독립 작가들의 책을 따로 배치하고 서점 한 구석을 갤러리로 꾸며 저렴한 가격에 출판물을 전시하는 기회도 준다. 청담동에 있는 ‘데일리 프로젝트’는 의류 편집 매장, 커피숍, 전시장을 운영하면서 한쪽에 패션과 관련된 독립 잡지들을 배치했다.

서점 주인의 신념과 충성 독자가 유지시켜

독립 서점에서도 대형 서점 못지않게 베스트셀러가 나오고, 숨어 있던 신인이 발굴되며, 마니아층이 형성된다. 그래서 독립 서점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된다. 역량 있는 소규모 출판물을 펴내는 작가들은 더 많아지고, 천편일률적인 대중문화에 싫증내고 색다른 독립 문화를 찾는 독자들이 나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용해 보이는 독립 서점 내부에는 이렇게 참신하고 독특한 시각을 가진 빛나는 책들이, 소규모이지만 응집력 강한 독자들을 확보하면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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