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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는 ‘고급’을 덧칠해야 제대로 뜬다

노출이나 성 상품화에 대한 거부감 사라져 상품화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질 듯

반도헌 ㅣ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7.14(Tue) 17: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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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바이스의 보디웨어 거리 패션쇼. <네이키드 코리아 뉴스> 국내 1기 앵커들(왼쪽부터).
ⓒ연합뉴스(왼쪽), 시사저널 임준선(오른쪽)

문화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사람과 이를 가장 앞서 소비하는 사람들을 ‘트렌드세터’라고 한다. 트렌드세터는 대중의 현재 관심을 앞서나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예상해서 새롭게 적용시킨 문화 상품을 내놓고 소비한다. 대중은 이들이 제시하고 선택하는 트렌드에 눈과 귀를 열어놓는다. 트렌드세터는 대중의 트렌드를 이끌어 나감과 동시에 대중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민감하다. 대표적인 트렌드세터로는 스타를 꼽을 수 있다. 가수, 배우, 모델, 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산업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관심 영역 안에 위치해 있고, 이들의 선택은 그대로 트렌드가 된다. 이런 스타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선택을 도와주며, 스타들이 등장하는 문화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사람들 역시 트렌드세터라고 부를 수 있다.

문화 상품을 만들어내는 트렌드세터들이 지금 가장 주목하는 것이 ‘섹시’ 코드이다. ‘섹시’는 현재 문화 상품의 중심에 서 있는 가장 뜨거운 트렌드이다. ‘섹시’가 거론되지 않는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섹시’ 코드가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곳은 대중문화 시장이다.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섹시미’를 부각시키는 것이 대중문화 상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첫 번째 목표가 되었다. 스타들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섹시’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 필수이다. 섹시를 앞세운 스타들이 A급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속 ‘섹시’ 코드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노출을 통해 관음증을 자극하는 ‘섹시’ 코드는 그동안에도 대중문화에서 일정 부분을 담당해 왔다.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거부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의 ‘섹시’는 저렴하고 문란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지금의 ‘섹시’는 다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는 “대중들에게서 노출이나 성 상품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젊은 세대들에게 섹시는 성적인 행동을 연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매력적인 이미지로 읽힌다. 연예기획사들도 소속 연예인들에게 섹시라는 컨셉트를 입히고 강조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연예인들 또한 기꺼이 섹시함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섹시미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스타들의 이미지에 플러스가 되는 강점 하나를 더 얹어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저렴하고 문란한 이미지는 옛말

모바일 화보의 변화는 ‘섹시’의 인식 변화를 잘 보여준다. 흔히 화보하면 주류에서 벗어난 스타나, 초짜 신인들이 돈을 위해 옷을 벗어던지는 것을 연상하지만 화보시장에도 변화가 있다. 기존의 역할은 그라비아나 레이싱 걸 화보가 담당하고 있고, 스타를 등장시킨 화보는 점점 세련되고 고급화하고 있다. 한 모바일 화보 제작사 대표는 “모바일 화보가 가장 흥하던 2005년에는 연예인 누드가 주를 이루었고, 대중의 관심도 연예인이 어느 정도까지 노출을 했는가에 모아졌다. 지금의 스타 화보는 그 당시와 다르다. 노골적이지도 않고 수영복이나 란제리 의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패션 화보에 가까운 퀄리티와 세련됨을 가져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 로케이션, 의상, 사진을 좀더 고급스럽게 가져가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연예인을 벗긴다고 해서 매출이 더 오르는 것이 아니다. 화사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가진 스타에 섹시라는 이미지를 세련되게 입힌 상품을 만드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섹시’ 코드의 고급스러운 변화는 주류 문화 상품인 영화와 뮤지컬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미인도>와 <쌍화점>은 ‘섹시’를 전면에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김민선, 조인성, 주진모라는 스타급 배우들을 내세워 기존의 에로영화와 차별성을 둔 것이 성공의 요인이다. 두 작품 모두 노출을 앞세웠지만 고급스러운 섹시함이 대중의 감성을 흔든 것이다. <미인도>는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신윤복과 김홍도라는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덧씌웠다. <쌍화점>은 작품 면에서도 좋게 평가되었다. 유하 감독은 데뷔작인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엄정화와 감우성을 통해 고급스러운 섹시함을 보여줬던 실력을 <쌍화점>의 조인성과 주진모, 송지효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최근에는 <오감도>가 고급스러운 섹시함을 내세우고 있다. 배종옥의 상반신 노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오감도>는 각자의 영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중견감독 5명이 참여했다. 허진호, 민규동, 변혁, 오기환, 유영식 등이 영화의 품격을 보전하는 것이다. 김민선, 장혁, 김수로, 엄정화, 황정민 등 출연진의 면면은 감독의 명성을 넘어설 정도로 화려하다. 단순히 벗는 영화에 그쳤다면 이같은 라인업이 구성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공연장 입구에 검색대를 설치했다. 카메라와 휴대전화 반입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 작품은 파격적인 노출과 노골적인 성애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언뜻 한때 대학로 한 구석 무대에 올려지던 성인극을 연상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2007년 토니상을 8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한국 무대에 올려지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섹시’와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고급스러움이 더해지고 있는 현상을 잘 나타내준다.

‘섹시’가 핫 트렌드가 되면서 ‘섹시’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대중들이 늘어나고 있다. 섹시한 옷을 입고 섹시한 몸을 만드는 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홈쇼핑 업체들도 이에 발맞춘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롯데 홈쇼핑은 매년 자사의 히트상품 리스트 상단에 이름을 올렸던 디자이너 ‘화숙 리’의 라인업에 속옷 브랜드를 추가해 런칭했다. 과감하고 화려한 섹시 란제리를 표방하는 ‘화숙 리 란제리 앙뜨르느 컬렉션’은 출시되면서 바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올라섰다. 40~50대의 주부들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루어진 것이다. 롯데 홈쇼핑 홍보팀의 박혜완 대리는 “섹시가 천박하다는 것은 옛말이다.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고급과 섹시를 연결해서 주부들이 거부감 없이 구매를 하고 있다. 구매 성향을 보면 섹시가 더 이상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졌던 VIP 초청 란제리 패션쇼도 큰 거부감 없이 진행되었다”라고 말했다. 박대리는 “남성 속옷 상품을 구성하는 데에도 섹시 코드를 고려한다. 트렁크 일색에서 탈피해 라인이 잘 드러나는 상품 구성을 늘리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서울 강남의 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강사가 수강생에게 필라테스 동작을 알려주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섹시 란제리에 주부들 몰려들어 히트상품 되기도

피트니스 센터는 섹시한 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흡수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헬스는 웨이트트레이닝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GX(Group Exercise)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기존의 요가, 에어로빅에 바디컴뱃, 익스트림 사이클, 바디펌프 등을 추가했다. 개인 트레이너에게 1 대 1로 강습을 받는 PT(Personal Train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설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트레이너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의 운영자들은 여성, 그중에서도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30~50대 주부들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목동에 분점을 오픈한 머슬팩토리의 김태환 이사는 “목동점의 경우 전체 고객의 85% 정도가 여성이고 그중에서 주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여성들이 자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탈의실과 락커 등 시설적인 측면을 설계할 때도 이를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운동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PT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머슬팩토리를 위시한 대부분의 대형 피트니스 센터는 회원 가입을 하면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PT 강습을 제공하고 있다. 김태환 이사는 “목동점의 경우 회원들의 반응이 좋아 PT를 신청하는 회원이 3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몸 만들기의 최근 경향은 라인이 살아있는 슬림한 몸매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우락부락한 보디빌더의 체형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 나아가서 강조하고 싶은 특정 신체 부위를 조각하려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머슬팩토리의 이승현 트레이너는 “신체 부분을 강조하면서 균형 있는 몸매를 만들어가려면 PT가 필수적이다. 최근의 고객들은 트레이너에게 섹시하게 보이고자 하는 부위를 단련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남녀 공히 옷태가 나는 슬림한 몸매를 원하는 것이 트렌드이다. 그중에서도 여성은 뒤태라인, 남성은 복부라인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힙업과 날씬한 다리라인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척추를 중심으로 골이 파인 모양을 드러내는 등 라인이 잡히는 것을 원하는 것이 젊은 여성들의 트렌드이다. 남성은 복부의 식스팩을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식스팩 아래 부분과 허벅지 윗부분이 연결되는 복횡근(다른 이름으로 장요근)을 단련시키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섹시’ 코드는 이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대중의 주류 트렌드로 정착했다. 트렌드세터와 문화 상품 생산자들은 ‘섹시’를 어떻게 상품화할지에 골몰하고 있다. ‘섹시’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상응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려는 생산자들의 노력은 더욱 치열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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