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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뜬다고 얼굴 붉어질라

사르코지, ‘환경 문제 해결은 뒷전’ 평가 속 대선 당시 약속한 환경 협약 실천할지 주목

파리·최정민 통신원 ㅣ 승인 2009.07.21(Tue) 17: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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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18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녹색당을 이끄는 다니엘 콘벤디트 의원(오른쪽)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


에펠탑이 바라보이는 센강변에 거대한 빙하가 출몰했다. 노르망디의 북대서양까지 이어지는 센강의 지류를 타고 떠내려 온 북극의 빙하인가?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언젠가 그런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국제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가 벌인 퍼포먼스였다. 지난 7월8일 유럽에서 열린 서방 선진 8개국 정상회담을 두고 벌인 호소였다. 오는 2012년 효력이 정지되는 교토의정서의 뒤를 이어 새로운 국제적 환경 협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담겨 있기도 했다. 환경 문제가 유럽의 새로운 정치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늘 국제회의에 맞춰 벌어졌던 환경 단체의 시위 수준을 넘어 이제 시민의 정치적 선택으로, 하나의 목소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바로 지난달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였다. 정계를 양분하는 좌우의 대결 구도 속에 하나의 지류로 존재했던 녹색당이 좌우와 어깨를 겨루는 거대 정당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좌파에 대해 불만을 가진 좌파 지지자들이 녹색당으로 노선을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유럽연합 선거에서 녹색당은 6.9%의 지지율을 보였다. 의석 수도 기존의 43석에서 8석을 추가해 51석으로 늘어났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더 뚜렷하다. 우파인 대중운동연합 28%, 사회당 16.8%에 이어 16.2%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하며 8.5%를 얻는 데 그친 중도파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녹색당의 선전으로 프랑스의 중도파는 우파 여당으로 흡수되는 모양새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 녹색당 열풍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다니엘 콘벤트이다. 독일인으로서 프랑스와 독일을 넘나드는 그는 이미 15년째 유럽연합 녹색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이미 프랑스 좌파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면서 좌파와 거리를 두고 있는, 몸 간수를 잘하는 정치인이자 정력적인 활동가이다. 거기에 달변이기까지 하다. 그는 프랑스 정치 역사의 분기점으로 상징되는 68혁명의 주동자였다. 프랑스 전후 사회학의 대가인 알랭 뚜렌이 68혁명 당시 변호를 맡기도 했다. 독일인인 그는 68혁명 당시 유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 체류하다 주도 세력이 되었다.

다니엘 콘벤디트, 56%의 호감도로 야권 정치인 중 최고 지지율

드골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다윗이었던 셈이다. 그 이후 독일과 프랑스를 넘나들며 활동해 왔는데, 지난 대선 때는 세골렌을 지지했다. 그러나 국적이 독일이었던 만큼 프랑스 정치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할 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피했다. 그의 논리적인 쓴소리는 프랑스인들의 환심을 얻기에 충분했으며, 이번 유럽연합 선거를 앞두고 중도파의 프랑수와 바이루와 벌인 설전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신 공격적인 바이루의 비판을 맞받아친 그의 논리는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최근 프랑스의 무가 언론 메트로가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다니엘 콘벤디트는 56%의 호감도로 프랑스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정치인 중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정부의 선봉장이 된 셈이다.

사실 이러한 녹색당에 대한 주목이 다니엘 콘벤디트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꾸준하게 관심을 받아왔던 니콜라 윌로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유명한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사회자이자 국민적 인기가 높은 환경운동가인 그는, 대선 때마다 지명도 1순위를 기록한 국민 후보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줄곧 출마설이 나돌았던 그가 내놓은 것은 출마가 아닌 ‘환경 협약’이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출마하는 대신 ‘환경 협약’을 발표하고 후보들에게 지지와 동의 여부를 물은 것이다. 국민적 지지세에 공감대까지 얻었던 그의 협약은 니콜라스 사르코지와 세골렌 루와이얄 등 대다수의 대선 후보들로부터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녹색당의 선전과 다니엘 콘벤디트의 부상은 프랑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다가서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시 말해 국민적 지지와 환경 정책에 대한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쉽게 끌어안기가 힘든 문제인 것이다. 먼저 다니엘 콘벤디트의 경우 차기 총선을 두고 집권 여당은커녕 사회당의 연대 러브콜조차 퇴짜를 놓고 있다. “정책적 연대는 1차 선거 이후에도 가능하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의 분석에 따르면, 그의 야망은 녹색당을 유럽 정치에서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화제가 되었던 니콜라 윌로의 환경 협약 또한 당시 거의 모든 대선 후보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환경 정책의 실천은 어려운 문제…비판 목소리 점점 커져

프랑스 시사 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전 공동 편집장이었던 기욤 말로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약속했던 협약 내용들은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환경 위기는 늘 뒷전이다’라는 세바스티앙 즈네스트 프랑스 자연환경협회 회장의 비판이 일리가 있다. 우리는 ‘환경 협약’ 이후 그 지속적인 실천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프랑스에서 성공적인 환경 정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파리 시에서 추진한 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이다. 좌파의 대권 기수로서 국민적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이 추진한 이 사업은 파리 시장 재선에 성공하게 한 것은 물론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하기도 했다. 5천2백만 유로의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그 첫 목표는 바로 환경 문제였다. 벨리브를 2년간 준비하고 관리한 파리 시청의 로베르 질다스 담당관의 말에 따르면 “벨리브는 들라노에 시장이 추진했던 환경 개선 사업의 최종적인 종착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파리 시의 경우 자가운전자들 50%의 평균 이동거리가 8km 미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벨리브 이후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면서 자가운전자들이 줄고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관심이 높아가는 환경 문제를 두고 시선은 온통 사르코지에게 쏠려 있다. 지난달 베르사이유에서 상·하원 의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 방문한 사르코지는 대선 당시 협약에 서명했던 니콜라 윌로가 아닌 앙리 귀아노를 환경 자문역으로 대동했다. 이 때문에 당선 전 약속했던 니콜라 윌로의 환경 협약을 맞추기가 어려워 벌써 거리를 두려는 여우 같은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 빙하 퍼포먼스에서 그린피스 운동원들은 “사르코지여! 환경 문제에도 리더가 필요하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왔다. 경제 외교 분야에서 유럽을 넘나들며 주목되어온 사르코지가 쉽지만은 않은 환경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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