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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창궐에 음모론이 솔솔 ~

외국 거대 제약사들, 치료제·백신 판매로 ‘돈방석’인도네시아 보건장관 “박스터와 WHO가 용의자”

석유선 (의학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09.07.28(Tue) 1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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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달만 해도 진정 국면이었던 국내 신종플루A(H1N1) 감염 환자가 지난 7월22일 마침내 1천명을 돌파하자, 우리 정부는 치료제뿐만 아니라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정부는 진땀을 흘리는 반면, 치료제와 백신을 생산하는 일부 제약사들은 이같은 신종 전염병의 창궐이 싫지만은 않은 듯하다. 치료제와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국가의 러브콜을 받는 제약사들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21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 및 바이러스 치료제를 공급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로슈, 사노피 아벤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사를 실었다.

신종플루 백신을 개발한 영국의 GSK는 현재까지 영국,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과 체결한 백신 공급 계약 물량이 1억5천만명분에 이른다. 이는 GSK가 한 해 공급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량과 맞먹는 막대한 분량이다. 더구나 GSK는 신종플루 증상 완화와 치료 기간 단축 효능이 있는 항바이러스제 ‘리렌자’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와 1천만회 투여분의 리렌자 공급 계약을 맺은 한편, 각국 정부와 6천만회분의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

신종플루 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스위스의 로슈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로슈는 최근 들어 각국 정부는 물론 개별 회사로부터 잇달아 약을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6억명분의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과 치료 보조제를 주문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매출로 환산하면 43억 달러에 달하며 앞으로 3억4천2백만명분의 백신과 26억 달러어치의 치료제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7월부터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힌 세계 최대 제약사인 박스터(Baxter)도 신종플루 대유행(팬데믹)을 마치 예고라도 한 듯, 신종플루가 창궐하자마자 바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백신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따내는 한편, WHO와 대유행 관련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유행이 선포되자 막대한 부를 확보한 상태이다. 이처럼 제약사가 신종플루로 때아닌 돈 잔치를 벌이게 되자, 이들 제약사들이 신종플루를 인위적으로 확산시켰다는, 이른바 ‘자작극’ 음모론이 발병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고위 관료의 입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티 파딜라 수파리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은 지난 4월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신종플루가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계 최대 제약사인 박스터(Baxter)와 WHO를 용의자로 지목하며, ‘신종플루 창궐→WHO의 대유행 선언→박스터의 백신 독점 개발권 확보→대유행시 박스터의 공급 계약 체결’ 수순이 시나리오처럼 딱딱 들어맞는다는 추론이다. 타미플루를 생산·판매하는 로슈 역시 ‘병 주고 약 준다’라는 제약사 음모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타미플루 특허권을 가진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길리드(Gilead Sciences) 사의 대주주가 미국 국방부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스펠드이기 때문이다.

그는 조류 독감(AI)이 처음 나타났을 때 전세계 미군에게 타미플루를 일괄 지급하라고 명령했고, AI가 창궐하자 타미플루 사재기가 일면서 돈벼락을 맞았다. 그러다 최근 AI가 진정되면서 로슈와 길리드의 이익이 줄어들자 때마침 신종플루가 나타나면서 그의 주머니도 다시 불룩해졌다. 이로 인해 신종플루와 제약사의 ‘상부상조’ 관계에 의심이 간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제약사가 의도했건 아니건 신종플루의 ‘가을 대유행’이 예고되는 상황이라 신종플루 백신 확보는 전세계적으로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신종플루 감염 환자 1천명 시대가 되면서 환절기인 오는 가을에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과 국내 유일의 백신 생산 공장을 갖춘 녹십자의 백신 공급이 수월할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현재 정부는 당초보다 10배 이상 늘린 1천3백만명분의 신종플루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 1천9백30억원을 배정하고 11월부터 접종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백신 물량이 수월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의 걱정이 크다.

조류 독감 뜸하자 신종플루가 나타나

   
▲ 신종플루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각국이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왼쪽은 신종플루 백신 종균. 위는 신종플루 백신 제조 공장.
ⓒ연합뉴스

무엇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우리 정부가 책정한 가격에 불만이 많다. 최근 조달청이 노바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박스터, 사노피파스퇴르 등 다국적 제약사들을 상대로 백신 경쟁 입찰을 실시했지만 업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도즈(1회 접종 분량)당 7천원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백신 가격이 1만5천∼2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2차 입찰의 유찰을 막으려 현재 제약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견해차가 커 보인다. 더구나 외국의 백신 수요가 폭증해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년 2월 이후에야 국내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녹십자의 백신 생산 역시 8월 말에나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어 11월 초까지 대량 생산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녹십자는 정부가 예고한 11월 접종 전까지 1천만 도즈(5백만명분·1인당 2회 접종)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현재까지 신속심사(Fast-Track)의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종플루처럼 대유행 백신(pandemic vaccine)은 유사한 바이러스로 만든 모형 백신(mock-up vaccine)이 있어야 하지만 기준을 삼을 백신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임상시험과 동시에 심사를 해도 시판 허가가 늦어져 실제 접종은 연말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선진국은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4~5년 전부터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할 것에 대비해 선 구매 협상과 선 투자를 많이 했다. 전세계적으로 필요한 백신보다 공급량이 훨씬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을 대유행이 코앞에 다가왔다. 정부와 전문가 등이 함께 나서 녹십자가 단시간 안에 백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질병관리본부측은 국가예방접종심의위원회와 감염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최단시간 안에 예방 접종이 가능하게끔 백신 허가 일자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식약청과 협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또한, 녹십자 외에 국내 공급 의사를 밝힌 노바티스, 아벤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와 단가 조정을 통해 백신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과연 약속한 분량의 물량을 확보할지, 가을의 팬데믹 공포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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