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층간 소음’이 아직도 사람 잡는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7.2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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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영무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층간 소음’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웃에게 폐를 끼칠까 봐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쓰인다. 반면, 어린아이가 없는 집은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항상 귀에 거슬린다. 어떤 때는 걷는 소리, TV 소리, 물 내리는 소리까지 소음으로 들린다. 예나 지금이나 층간 소음은 이웃 간 다툼의 근원이다. 이웃 간에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도 허다하다.

심지어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주먹다짐을 하거나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7월24일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연립주택에 살던 이웃이 소음 문제로 말싸움을 하다가 홧김에 흉기로 온몸을 수차례 찔렀다. 다행히 피해자는 목숨을 건졌으나 가해자는 살인 미수 혐의로 교도소에 가야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3층짜리 연립주택 1·2층에서 살고 있었다. 건물이 낡아 방음이 거의 되지 않았고, 평소에도 소음 문제로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이웃사촌’ 간에 벌어진 비극이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김선희씨(34)는 지난 4월 ㅎ아파트에 이사한 후 ‘층간 소음’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김씨는 “네 살배기 아들의 작은 몸놀림에도 아래층 사람들이 수시로 올라와 초인종을 눌렀다. 정도가 너무 심해서 나중에는 미안함이 없어지고 화가 났다. 아이의 장난감도 싹 치우고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거나 뛰는 것을 보면 아래층에서 올라올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한다”라고 말했다. 

요즘 새로 짓는 건물에는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공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래도 층간 소음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상호 간의 예의’를 강조한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이웃 간에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해결책일 것이다. 무조건 감정을 앞세우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층간 소음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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