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몇백 만 원에 아기들이 팔려간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8.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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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아기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에 입양을 원한다는 글을 올리면 브로커가 개입해 뒷거래가 이루어지는 식이다. 팔려가는 아기들은 범죄 조직으로 흘러들어 가기도 한다.

ⓒ시사저널 이종현

‘갓 태어난 아이 데려가실 분(사실 분)’. 지난 7월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신생아를 팔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해서 입양도 보내고 자신도 생활해나갈 여유를 갖겠다며, 아이를 살 사람을 찾고 있었다. 자신의 친오빠 휴대전화 번호라며 버젓이 연락처까지 남겨놓았다.

<시사저널>은 해당 전화번호로 구매자를 가장해 전화했고, 한 남자와 연결되었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이 미심쩍었던지 “나는 한 어린이재단 소속이다”라고 둘러대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입양 브로커로 추측되는 인물이다. 얼마 뒤에는 아예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입양 브로커들은 인터넷에서 입양 의사가 있는 아기의 부모나 구매자로 가장한 후 이처럼 ‘입양 낚시질’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 ‘개인 입양’ ‘비밀 입양’ 등의 글을 올려 입양 의사를 밝힌 미혼모들이 브로커들의 주요 타깃이다. 아기가 절실한 불임 여성들도 입양 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아기 친부모와 불임 여성들 사이에 기생하며 금전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 <시사저널>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아기 매매 실상을 집중 취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게시판에는 ‘비밀 입양 원함’ ‘미혼모인데 아기를 입양하고 싶어요’ ‘비밀 입양을 원하시는 분’ ‘신생아 입양을 원하시는 분들’ ‘신생아 입양 원해요’ 따위의 글이 넘쳐난다. 아이의 입양 전제 조건으로 ‘사례금’을 요구하고, 아이를 두고 흥정까지 한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도 ‘경제적 보상 가능’ ‘생활비 지원’ 등으로 ‘아이를 사겠다’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아이디 jnkh4277을 가진 미혼모는 ‘저는 지금 5개월째 임신 중인 24세 미혼모입니다. 제가 금전적 사정과 여건상 키울 수 없는 형편이라서 생활비 지원 가능하신 분들 글 남겨주세요’, 아이디 key8701 ‘23세 미혼모입니다. 9월달에 예정일인데, 메일로 연락주세요’, 비공개 아이디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시집에서는 임신한 줄 알고 있습니다. 다음 달 초 산달로 알고 있는데, 남편도 사방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딸아이를 원하는데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경제적인 능력은 됩니다.’

인터넷을 통한 아기 매매는 매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혼모의 증가세가 곧 아기 매매의 수요를 팽창시키는 원인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미혼모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 2006년 1천9백85명에서 2007년에는 2천1백61명으로 1백76명이 증가했다.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하루 평균 다섯 명에서 여섯 명으로 늘었다. 미혼모의 연령 분포를 보면 16~20세의 여성이 39.1%로 가장 많고, 미성년자 중 중학생 연령대인 15세 이하의 미혼모도 최근 5년간 42.3%가 증가했다.

이렇게 미혼모가 양산되다 보니 임신과 출산 흔적을 없애려는 미혼모와 그 부모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밀매 시장에 내놓고 있다. 아기의 인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기려는 데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이런 삐뚤어진 의식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패륜을 방조하거나 부추기고 있다.

사이트에 아기 사진까지 올려 

ⓒ시사저널 임준선

인터넷에서의 묻지 마 입양이나 아기 매매는 ‘위험한 도박’이다. 아기가 언제든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앵벌이 집단에 팔리거나 장기 적출로 희생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입양 카페나 지식인 게시판에는 ‘비밀 입양’을 원하는 미혼모와 구매자로 넘쳐난다. 입양 카페에는 입양을 보내려는 미혼모들이 아기의 출산 예정일과 부모와 아기의 혈액형 등 개인 신상정보까지 올려놓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의 사진까지 올린다.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묻지 마 입양’은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입양’ 글을 남긴 사람 중 상당수는 아이의 친부모나 입양을 원하는 사람을 가장한 ‘입양 브로커’이다. 연락처로 남겨 놓은 e메일과 휴대전화 번호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것으로, 추적이 안 된다. 미혼모나 불임 여성이 ‘입양 의사’를 밝히면 ‘병원비와 사례비 보상’ 등의 감언이설로 밀매를 부추긴다.

만약 메일과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이 오면 출산일에 맞춰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시킨다. 아이를 낳으면 병원비를 지불하고 아기를 인수한다. 이때 최초 약속했던 사례금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연락을 두절한다. 입양 브로커들은 아이를 인수한 사람에게서는 사례금을 모두 챙기고, 친부모에게는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갈취한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에 아기와 브로커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아기의 친부모는 그때서야 ‘입양 사기’를 당한 것을 깨닫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처벌이 두려워 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입양 브로커들은 이런 맹점을 잘 알기 때문에 아기 밀매를 해도 꼬리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이다. 부산에 사는 김상철(가명·21)·이향미(가명·20) 씨는 지난해에 이런 방식으로 입양 사기를 당했다. 김씨와 이씨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아기를 5백만원에 팔려다가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2백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아기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아기 매매는 인터넷의 발달 속도와 궤적을 같이한다. 이전에는 아기가 필요하면 직접 납치하거나 흥신소(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돈을 주고 납치를 사주했다. 지난 2004년 1월 경기 평택시에서 발생한 신생아 납치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사건은 임신했다고 속여 결혼한 김 아무개씨가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흥신소에 신생아를 구해달라고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흥신소 직원들은 70일 된 신생아와 친모를 납치한 후 아기는 의뢰인에게 7천만원을 받고 팔아넘기고, 친모는 끔찍하게 살해했다. 아기를 출산한 기쁨이 가득했던 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을 영원히 갈라놓은 패륜적 납치 살인이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흥신소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를 입양시키겠다는 부모와 아기가 필요한 불임 부부가 얼마든지 직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입양 브로커들이 대거 알선에 나서면서 아기 매매 시장은 더욱 확대되었다. 인터넷은 아기 매매의 천국이 되고 있다. 아기 매매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그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워낙 은밀해 적발하기 쉽지 않아

지난해 국내에 입양된 아동의 수는 약 1천3백6명이다. 이 중 95%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다. 불임 사실을 숨기고 양자 관계를 문서로 남기지 않으려는 양부모들 때문이다. 때문에 미혼모나 양부모들은 절차가 까다롭고 신분이 노출되는 공개 입양 대신 비밀 입양을 선호하고 있다. 입양 기관은 양부모가 원하면 ‘비밀 입양’을 보장하고 있다. 친부모를 증명할 수 있는 행정 서류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다만, 이런 ‘제도권 입양’은 입양 기관에 일정한 근거가 남고 정부 통계에도 잡힌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정상적인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묻지 마 입양’이다. 이럴 경우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아이가 커서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길도 완전히 막힌다. 묻지 마 입양은 대부분 아기 매매로 연결되고 있다.

아이를 입양할 양부모가 자신이 낳은 것처럼 속이기 위해 친부모의 출산일에 맞춰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출산 후에는 브로커를 통해 친부모에게 사례금을 주고 자신이 낳은 아이로 둔갑시킨다. 이렇게 감쪽같이 가족이나 친척 등을 속일 수가 있다.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통해 아기를 사고팔기도 한다. 지난 2월 대전에서는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자신의 아이를 돈을 받고 매매한 친모 고 아무개씨(21)가 경찰에 붙잡혔다. 고씨는 인터넷을 통해 박 아무개씨(21)와 접촉한 후 직거래를 통해 2백만원을 받고 아기를 팔아넘겼다.

이처럼 아기 매매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거의 적발되지 않고 있다. 워낙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성 개방과 생명 경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돈벌이로 생각하면서 불과 100만~1천만원에 팔아넘기면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입양 흔적이 남지 않고 아이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여서 아이가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로 살해되거나 방치되어 죽게 되어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은폐될 수도 있다. 

▲ 홀트아동복지회 일시보호소에서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홀트아동복지회 미혼모자 시설 관계자는 “얼마 전 분만비와 산후조리비를 주겠다는 사람의 말만 믿고 아기를 개인 입양 브로커에게 보낸 친부모들과 상담한 적이 있다. 약속했던 분만비와 산후조리비는 받지 못했고, 브로커가 연락처 등을 모두 바꿔서 아기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상대방의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아기를 맡기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게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최소한 입양 기관을 통해 자격이 검증된 사람에게 합법적으로 아기를 입양시키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전국 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은 “해마다 실종되는 아이들은 증가하는데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숫자는 적다. 장애아 실종도 증가 추세에 있다. 내가 오랫동안 실종 아동을 찾으면서 느낀 것은 분명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범죄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장기를 적출해 밀매한다거나 또 다른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다. 아기가 매매된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이런 아이들이 범죄 집단에 희생되어도 알 길이 없다. 아기를 파는 친부모들도 문제이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입양 전문 기관에서는 ‘개인 입양’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 입양 기관에서도 얼마든지 비밀 유지가 가능하고 아이를 검증된 양부모에게 입양시킨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형 입양 기관에서는 전국에 미혼모자 센터를 설치하고 산후조리와 해산급여금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2년 4월에 출범한 대안가정운동본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동에게 친가정을 대신해서 일정 기간 보호·양육할 대안 가정을 찾아주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소속의 한 사회복지사는 “온라인에서 입양하면 아기 양부모의 신상정보를 전혀 모른다. 법적으로도 문제될 수 있지만, 나중에 아기를 기르다가 장애가 생긴다든가 말썽을 부리는 경우 또는 심각한 병에 걸리면 친부모에게 연락이 올 수도 있다. 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열 달 뱃속에서 어렵게 길러온 아기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엄마로서의 마지막 배려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갓 태어난 아기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무분별한 성 생활로 인해 세상에 태어나서 친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디론가 팔려가는 아이들이 있다.


브로커 돕는 ‘검은 커넥션’

아기 밀매를 중개하는 ‘입양 브로커’는 흥신소, 조산원, 산부인과, 입양 기관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흥신소는 의뢰인이 아기를 원할 경우 미혼모 등을 통해 아기를 확보한 후 중개해서 수수료를 받는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아기를 납치하거나 조산원 등에서 사서 조달했으나 지금은 온라인을 이용한다. 미혼모와 불임 여성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법이다.

미혼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조산원도 아기 매매의 온상이다. 이곳에서는 출산 서류 등이 남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아기를 빼돌리거나 매매할 수 있다. 만약 아기를 입양할 양부모가 나타나지 않으면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는다. 지난 2005년 12월에 강원 속초에서는 미혼모가 낳은 아기를 30만~100만원에 팔아넘긴 조산원 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산부인과와 입양 기관이 결탁하는 경우도 있다. 산부인과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들과 연결되어 있는 입양 기관에 연락해서 아이를 맡기고 소개료를 받는다. 입양 기관은 산모의 출산비와 입원비를 지불한 후 아이를 데려가서 제3자에게 입양시킨 후 돈을 받는 방법이다.

서울 소재 산부인과에서 일한다는 한 간호사는 “어느 날 만삭의 미혼모가 배가 아프다며 병원에 찾아왔다. 임신 5개월쯤 되었을 때 중절 수술을 하겠다고 왔다가 돈이 없어서 그냥 돌아갔던 환자였다. 산모에게 들으니 친구의 소개로 지방에 있는 입양 기관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하고 낳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그 기관에서 입원비 등을 지불하고 아이를 데려갔는데, 이상하게 서울에서 차를 타고 5~6시간 되는 거리였다. 그 지역은 환자의 고향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데 이상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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