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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소재와 풍광의 매혹

새 드라마 <탐나는 도다>, 원작과 제작사에 대한 신뢰로 기대 모아

이철현 기자 ㅣ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8.25(Tue) 15: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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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탐나는 도다>의 버진 역 서우와 윌리엄 역 황찬빈.


만화는 표현 형식이나 방법에 제한이 거의 없다. 미국 만화의 대가인 윌 아이스너는 ‘그림을 잘 엮으면 만화가 된다’라고 정의했다. 만화가 인간이 상상한 모든 것을 그림이나 형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르인 것은 이 때문이다.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 도다>는 정혜나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의 스토리텔링에 드라마라는 장르와 컴퓨터그래픽이 어우러져 낯선 17세기의 제주 탐라도를 텔레비전 안에 구현한다. 드라마 <탐나는 도다>는 만화라는 장르에 내재한 비현실성을 17세기 인조 당시의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보완한다. 하멜보다 먼저 제주도에 표류한 벨테브레(한국명 박연)가 하멜에게 ‘정 붙이고 살면 살 만하다’라고 말을 건넸던 <하멜 표류기>의 한 줄 기록이 만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모티브이다.

<탐나는 도다> 주인공 윌리엄은 1653년 네덜란드 무역선 스베르베르 호가 난파하면서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을 만화적 상상력과 결합시켜 탄생했다. 여주인공 버진은 집안 가장으로서 물질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동시대 해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천방지축 불량 해녀로 등장해 현대적 정서를 담아낸다. 귀양살이를 하는 박규는 조선 시대 당파 싸움에 밀려난 몰락 양반을 형상화한 인물로 사극이라는 드라마의 정체성을 어색하게나마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조선 15대 국왕 광해군이 미친 노인으로 등장해 드라마의 복선을 완성한다.

17세기 제주도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것은 메트페인트 컴퓨터그래픽 기술이다. 첫 회 윌리엄이 출선하는 네덜란드와 영국 브라이튼 항구부터 이야기의 주 무대인 제주 마을과 한양 저잣거리, 포구가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네덜란드와 영국 브라이튼 항구는 일본 하우스텐보스 네덜란드 마을에서, 제주 민가와 관아 모습은 표선 제주 민속마을에서 촬영했다. 저잣거리나 한양 풍경, 포구나 궁궐은 완도 소쇄포, 안동 포구, 불목리 구리대장간 세트에서 연출되었다. 해녀의 물질 장면과 배 난파 장면은 특수 촬영 기법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버진이 난파한 배에서 떨어진 윌리엄을 구하기 위해 바닷속에서 키스처럼 보이는 인공호흡을 하는 장면은 특수 촬영 기법과 컴퓨터그래픽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구현해냈다.

   
▲ 원작 만화 속 두 캐릭터.

신선한 스토리텔링에 아름다운 영상 ‘합작’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원작과 제작사가 가진 신뢰 때문이다. 원작자 정혜나씨는 2006년 서울문화사 윙크 신인공모전에서 단편 <오빠의 남자>로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인기 작가이다. 원작 만화 <탐나는 도다>는 서울문화사 격주간 순정만화잡지 <윙크(WINK)>에서 200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궁>과 <환상의 커플>이라는 작품을 제작한 바 있다. 기획력과 제작 능력이 입증된 업체이다.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인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각각 원작 제공과 드라마 제작을 담당했던 서울문화사와 그룹에이트가 다시 뭉쳤다는 것도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8월 둘째 주까지 4회 방영한 <탐나는 도다>에서 돋보이는 것은 소재의 참신성이다. 신데렐라 신드롬과 불륜, 숨겨진 가족 관계처럼 진부하다고 말하기도 진부한 소재에서 벗어나 원작의 신선한 스토리텔링이 한국 드라마 소재의 전형을 파괴한다. 첫 회 윌리엄의 시선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제주도의 낯선 모습은 할리우드 영화 <포카혼타스>나 <라스트 사무라이> 같은 동방의 모험 스토리에 가깝다. 소수 민족 내지 국가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타협책으로 제시되는 동방의 모험 스토리는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서도 유효하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설정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한류 상품을 만들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인다.

버진 역으로 나오는 신인 배우 서우는 지난해 개봉한 <미쓰 홍당무>로 충무로에서 연기파 샛별로 떠올랐지만 드라마 시청자에게는 낯선 새 얼굴이다. 당시 조선의 미적인 기준으로는 못생긴 버진은 눈이 크고 성격이 왈가닥인 현대적 여성이다. 윌리엄 역으로 나오는 황찬빈은 프랑스 법학도 출신으로 친부가 한국 여성과 재혼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꽃미남을 찾던 제작진에게 반갑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제작진은 프랑스 법대에 다니고 있는 황찬빈을 프랑스까지 찾아가 캐스팅해 배역 수행에 필요한 연기와 수영을 가르쳤다고 한다. 신인 티가 물씬 나는 배역진이 갖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참신한 연기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탐나는 도다>의 볼거리는 제주 풍광이다. 성산 일출봉이나 우도 산호 해수욕장, 해안 동굴, 주상절리처럼 제주도의 풍광이 드라마 곳곳에 배경으로 배치되어 아름다운 영상을 완성한다.


드라마와 영화의 비옥한 젖줄, 만화

 

미국 영화계는 만화 콘텐츠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제작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국 배우 이병헌이 출연해 화제가 된 <지.아이.조>를 비롯해 <수퍼맨> <배트맨> <트랜스포머>가 대표 사례이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이현세 원작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의 물꼬가 트였다. 하지만 <지옥의 링>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반금련> <카멜레온의 시> 같은 작품들이 반향을 얻지 못하자 충무로에는 한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반드시 망한다’라는 징크스가 생기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허영만 원작 만화 <비트>와 <아스팔트 사나이>가 영화와 드라마화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 <타짜> <식객>이 영화화하고, <풀하우스> <궁> <쩐의 전쟁> <바람의 나라> <꽃보다 남자>가 드라마로 제작되어 잇따라 흥행 작품 반열에 올랐다. <식객>이나 <타짜>는 영화로 성공하자 드라마로 다시 제작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꽃보다 남자>는 타이완판, 일본판, 한국판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범아시아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제 만화 원작 영상 작품 제작은 콘텐츠 비즈니스 공식인 ‘원소스 멀티유스’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에 영향받아 드라마 제작사나 영화 제작사들은 이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기획하고 이의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풀하우스> <궁> <탐나는 도다>의 출판권과 <꽃보다 남자> <미녀는 괴로워> <앤티크-서양골동양과자점>의 정식 한국어 판권을 가진 서울문화사에는 연일 드라마와 영화 제작사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연 서울문화사 브랜드마케팅팀장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신 트렌디 사극 <탐나는 도다> 외에도 당사가 출간한 윤미경 작가의 <하백의 신부>와 이은 작가의 <분녀네 선물가게>도 드라마와 영화로 각각 판권이 팔린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하백의 신부>는 <궁>과 <돌아온 일지매>를 연출한 황인뢰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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