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후계 전선, 온도 차 심하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9.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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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2·3세들, 계열사 보유 지분 천차만별…SK·현대중공업·한화 후계자는 지분 전무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사저널>이 재계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의 ‘30대 그룹 차세대 경영 참여 및 핵심 기업 지분 현황’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2세나 3세의 핵심 계열사 지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림산업과 삼성그룹이었다. 이해욱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각각 대림코퍼레이션과 에버랜드 지분을 32.12%와 25.10% 보유하고 있었다. 처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해욱 대표는 회사 지분 취득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그가 100% 지분을 보유한 대림H&L과 대림코퍼레이션을 합병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H&L은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합병 비율을 1 대 0.78로 산정한 것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현대백화점·대한전선은 일찌감치 경영권 승계 끝낸 듯

이에 반해 이재용 전무는 최근 10년여 간 진행해 온 편법 승계 논란이 마무리되었다. 사건의 도화선이 되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이 최근 종결되었다. 이로 인해 ‘포스트 이건희’ 체제 구축을 위한 삼성그룹의 행보가 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전무의 경영 복귀설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4년 증여나 상속을 통해 일찌감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현대백화점과 대한전선 역시 주목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지난 2004년 말 아버지인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았다. 그가 소유한 현대백화점 지분은 17.32%에 달한다. 2007년 12월에는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었다는 평가이다. 이에 반해 설윤석 대한전선 상무는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영 수업이 진행 중이다. 대한전선은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 대상에 포함되면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설상무의 대한전선 지분은 현재 15.37%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현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아직은 경영권 승계를 논할 단계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롯데와 두산, 신세계, 효성은 지금 2, 3세의 핵심 계열사 지분이 각각 14.59%, 4.14%, 7.32%, 8.94%에 달하고 있다. 직책도 대부분 사장급 이상이어서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동부그룹이나 세아그룹의 경우 2, 3세가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핵심 계열사 지분이 각각 14.08%와 17.62%에 달했다. 특히 세아그룹의 경우 2세인 이운영 회장과 이순영 부회장이 ‘형제 경영’을 펼쳐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3세인 태성씨와 주성씨도 세아홀딩스 지분을 각각 17.62%와 17.47% 보유해 주목되고 있다.

이에 반해 현대차나 한진, 현대, GS, 동양, OCI 그룹 등은 2, 3세의 핵심 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았다.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해 주목된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0.01%에 불과했다. 지난해 여객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 역시 대한항공 지분율이 0.09%에 그쳤다.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다른 그룹과 대조를 이루었다. SK, 현대중공업, 한화, STX, LS, KCC, 동국제강, 코오롱, 현대산업, 웅진그룹의 2, 3세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핵심 계열사 지분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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