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업체 울리는 전자세금계산서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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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업체마다 대행사 달라 수수료 이리저리 떼여…정부가 무료 발행 프로그램 내놓아야

▲ 개인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입력 발행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약국에 기능성 의약품을 납품하는 ㅇ사는 매달 10만원 정도를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이 업체의 이아무개 대표(남·45)는 장부를 정리할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한다. 종이세금계산서를 발급하던 지난 5월까지는 전혀 비용이 들지 않다가 전자세금계산서가 등장하면서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ㅇ사가 물건을 납품하는 100개의 약국 가운데 몇몇 업체가 종이세금계산서를 전자세금계산서로 바꾸면서 여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2009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법인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인터넷을 통한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은 전체 발행 건수의 10%에 지나지 않았다. 오는 2011년에는 개인사업자로 범위가 확대된다. 이대표처럼 사업자가 전자세금계산서 때문에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표준 전자세금계산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는 유 아무개씨(남·41)는 최근 거래하던 업체가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ㅇ대행업체로 지정하자 ㅇ대행업체를 통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있다. ㅇ대행업체는 거래 한 건당 수수료로 1천100원을 챙겼다. 유씨는 한 달 거래 건수가 100건이 넘기 때문에 졸지에 1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이 돈이 아깝다고 납품하는 업체에다가 말을 하지 못 한다.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표준 전자세금계산서 프로그램을 이용하겠다고 업체에 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진작에 이런 발급 대행업체에 서비스를 맡기지 말고, 정부가 제공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라고 적극 홍보했어야 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011년에 개인사업자까지 의무화

현재 전자세금계산서 대행업체는 전국에 50여 개가 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비용은 한 건당 2백~1천100원 수준이다. 연간 시장 규모는 1백60억원 정도. 내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의무화되면 10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개인사업자까지 가세하면 적어도 2천억원대 시장이 형성된다. 유씨는 대행업체가 아니라 정부가 이 일을 맡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유씨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대행업체의 업무를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전자세원과 신재국 과장은 “대행업무도 하나의 사업 영역이다. 대행업체들은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이외에 거래명세서 전산화를 비롯한 추가적인 업무를 제공하고, 기업은 편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라고 답했다.

다만, 정부는 전자세금계산서를 한 장 발급받을 때마다 100원씩, 연 1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2011년까지만 지원된다. 유씨는 “사업자들에게는 한시적인 지원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로 기업들이 대행업체가 아닌 정부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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