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정부, 변하지 않는 민주당
  • 유창선 ()
  • 승인 2009.09.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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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 야권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는 청신호, 다른 한쪽에는 적신호가 켜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중도·실용과 친서민 정책의 효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이대통령은 내친 김에 선거구제 개편. 개헌 같은 의제를 주도하는가 하면, 중도·실용의 인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정운찬 카드도 꺼냈다. 그러나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역주행을 비판하며 각을 세워왔던 민주당은 이같은 상황 변화 앞에서 정국 주도력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대통령이 보수 편중, ‘강·부·자’ 편중의 국정 기조를 수정해 새로운 기치를 내건 것이 상당한 호응을 받은 결과이다. 그러나 이대통령이 조금의 변화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는 자신의 득점 이상으로 야당의 실점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일까.

첫째,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이후 과거 유산의 상속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살길이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을 단순히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대를 넘어서는 대안적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데서 찾을 수 있는 것임에도, 민주당은 그 사실을 지난 몇 달 동안 망각하고 있었다. 추모 열기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의존하려는 안이한 태도였고, 그 후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둘째,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대하는 데서 선악의 이분법에 갇혀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악’이고, 그에 대한 모든 반대는 ‘선’이라는 이분법과 그에 따른 투쟁은 국민의 폭넓은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보여온 일방 통행식 국정 운영, 그리고 민주주의 역주행 정책들은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모든 행동과 정책들이 악으로 규정될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후불제, 보금자리 주택, 미소 금융 등의 친서민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민주당은 모두 싸잡아 ‘포퓰리즘’이라며 여전히 ‘부자 감세’만을 비판하고 있다. 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방식은 정치적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민주당은 간과하고 있다.

셋째, 민주당은 대안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쇼’라고 폄하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친서민 정책은 무엇인가를 내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과 능력을 갖고 있는가를 보일 때 민주당에 대한 신뢰와 안정적 지지가 가능해질 수 있다.

아직은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고 이미지 행보에 주안점이 두어지는 문제는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이전에 비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위장 전술로만 비하하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상대의 변화를 애써 부정할 것이 아니라, 상대가 변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변하는 방식으로 경쟁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 변화를 위해 지금 민주당에게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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