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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장수 이끌어주는 특정 항체 찾아냈다”

지난 10년 동안 95세 이상 6백명 만나 조사 “잔병 하나쯤 있으면 더 오래 살 수도 있어”

노진섭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09.09.29(Tue) 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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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기 위한 노력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수많은 학자가 ‘현대판 진시황’이 되어 이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있다. 장수 문제 권위자인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도 지난 10년 동안 해답을 얻기 위해 매진했다. 95세 이상 장수인 6백명을 만나면서 그들의 영양, 생활, 삶, 문화를 살폈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이기도 한 박소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장수 항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질병에 걸려도 장수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소록도가 새로운 장수 지역인 이유와 85세가 왜 장수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되는지 들어보았다. 

중병에 걸리지 않으면 장수할 수 있나? 

장수에는 무병 장수와 일병 장수로 나눌 수 있다. 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병에 걸려도 오래 사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잔병 하나 정도는 있어야 더 오래 사는 것 같다. 그 질환이 치명적이지 않는 한, 사람은 매사에 조심하게 마련이다. 건강에 신경을 쓰고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이다. 

한센병 환자가 장수하는 것도 그런 의미로 설명할 수 있는가?

전남 순창·담양보다 더 눈여겨보아야 할 장수 지역이 소록도이다. 우연한 기회에 한센병 환자가 장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사망 연령이 보통 87~88세이다. 100세가 넘는 사람도 있다. 1995년, 2000년, 2005년 한센병 환자 1만5천여 명의 기대 수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남성 한센병 환자는 일반 남성보다 최대 7년 가까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 수명은 조사 당시 연령을 기준으로 앞으로 생존할 잔여 기간을 포함한 수명이다.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00% 신앙 생활을 하는 한센병 환자는 절제된 생활을 하며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들은 내륙의 장수인과 전혀 다른 삶의 패턴 속에서 산다. 이 사실을 세계 학회에 발표했더니 모두 깜짝 놀랐다. 물론, 한센병 환자의 혈액에 특별한 물질이 있거나 그들에게 투여하는 약물이 특정 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

병에 잘 걸리지 않거나 걸려도 잘 이겨내는 장수 항체가 있을까?

100세 이상 장수인을 만나 보니 70~80세보다 더 건강했다. 그것이 장수 유전자를 연구하게 된 배경이다. 더 연구를 하다 보니 100세 장수인은 암이나 다른 병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저항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장수인에게서 특정 항체를 발견했다. 구체적인 것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장수 항체를 발견한 자체가 세계 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일이다. 현재 세계적인 의학 논문지에 연구 논문을 제출한 상태이다. 통과되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중국 연구팀이 최근 장수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장수 유전자는 있다. 그런데 서양과 동양의 장수 유전자는 다르다. 서양에서는 ApoE4라는 장수 유전자가 알려져 있다. 또 CETP(지방운전단백질), MTT와 같은 지질 관련 유전자도 있다. 이런 유전자가 한국 장수인에게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육식을 하는 서양인과 채식을 하는 한국인에서 발견된 장수 유전자는 서로 다르다. 한국 장수인에게서는 MLH1, BRCA1과 같이 종양 억제 유전자 등이 발견된다.

장수 유전자가 인종에 따라 다르다는 말인가?

인종보다는 환경이 중요 요인이다. 인간은 오랜 기간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되어왔다. 이것을 반응(response)이라고 하는데, 주어진 환경에 잘 반응하면 장수한다. 반응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포함한다. 신체 변화는 정신에 영향을 주고, 정신의 변화는 신체에 영향을 준다. 이를 정신·신체 효과(psychosomatic effect)라고 한다. 신체와 정신이 환경에 잘 반응하면 장수한다. 바꾸어 말해서 장수하지 못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셈이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비결이 있는가?

장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100세 넘는 노인을 만나 그 비결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다. “살다 보니 100세 넘게 살았다”라고 한다. 100세를 살려고 목표를 정한 것이 아니다. 장수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이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비결을 세 가지로 말하면, 나이를 잊고(ageless), 함께(together), 품위 있게(with dignity) 살면 된다. 사회든 개인이든 나이를 의식하면 안 된다. 늘 어울려서 생활하면 품위도 생기게 마련이다. 혼자 생활하면 우울해지고 추해진다. 여성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는 습성이 있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세포의 노화를 막으면 장수하지 않겠는가?

늙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노화와 죽음은 별개이다. 늙으면 세포의 증식과 사멸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 원인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최근 우리 연구팀이 7~8년 걸려서 이를 밝혀냈다. 특정한 조작을 통해 노화된 세포를 젊게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와 미래의 장수 개념은 달라질 것으로 보는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과거의 장수는 특수성이었다. 장수인의 유전자, 먹는 것, 행동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의 장수는 보편성이다. 오래 사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다. 이는 삶과 생활 패턴이 획기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삶과 생활 패턴이 어떻게 바뀐다는 말인가?

대표적으로 결혼과 가족 관계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배우자가 사망하면 혼자 살았다. 지금은 재혼한다. 이런 패턴이 가속화된다. 앞으로 100세는 기본 수명이 된다. 배우자가 죽었다고 해서 여생 동안 혼자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평생 몇 차례 결혼하는 시대가 오면 전통적인 유교적 가족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육도 달라질 것이다. 60세가 넘으면 사회에서 은퇴시킬 것이 아니라 재교육을 통해 사회로 복귀시켜야 한다. 즉, 3기 인생 교육이 필요해진다. 실제로 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에 3기 인생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더니 하루 반 만에 일반 수강자가 초과 신청했다.

장수의 기준을 어떻게 잡는가?

의학적으로 85세 이상을 장수인이라고 한다. 85세는 장수의 터닝포인트이다. 사망률이 나이와 비례해서 증가하다가 85세에서 꺾인다. 질병도 85세 이상에서는 잘 걸리지 않는다. 85세를 넘기면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85세 고비를 넘겼다면 장수했을 것이다. 통념적으로는 평균 수명보다 10년 더 살아야 장수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인 평균 수명이 79세이므로 90세는 되어야 장수로 친다. 90세는 넘기고 세상을 떠나야 호상이라고 하지 않는가.

국내 최장수 연령은 몇 세인가?

4년 전 조사한 바로는 1백10세였다. 당시에 1백13세 노인도 있다면서 항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그분은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이었는데, 사실 양로원에 있는 노인은 정확한 나이를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다. 100세 이상은 호적 관계도 모호하고 가족 관계도 애매하다. 아무튼, 실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최고령자는 만 1백9세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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