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정치인, 13개국에서 맹활약 세계와 한국이 더욱 친밀해진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9.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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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보·국회의원·시장 등 1백40여 명이 활동 중…전체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속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는 한인 정치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교포들이 미국의 백악관에서, 또는 러시아의 의회에서 직접 그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국정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교포 수에 비해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하나 둘씩 쌓여가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이 파악한 ‘재외동포 정치인 현황’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비롯한 13개국에서 활동 중인 한인 정치인은 1백40여 명에 이른다.

한인 정치인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이다.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다. 김창준(70) 전 의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주 다이아몬드 시장을 지낸 그는 1991년부터 연방의회 하원의

원을 세 차례 역임했다. 현재 한·미워싱턴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호범(75·폴 신) 워싱턴 주 상원의원과 임용근(74·존 림) 전 오리건 주 하원의원은 ‘한인 정치인의 대부’로 불린다. 신의원은 하원에 이어 상원에 진출한 4선 의원으로 현재 상원 부의장을 맡고 있다. 임 전 의원은 상원 3선, 하원 2선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으로 내년에 있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코리안-아메리칸 데이’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한 정미경(메리 정 하야시)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 레이몬드 바샴 하원의원 보좌관을 지낸 입양인 출신의 훈영 합굿(35) 미시건 주 하원의원 등도 미국 주류 정치권에서 활동 중이다. 하와이에서는 도나 머카도 김(57) 상원 부의장을 비롯해 샤론 하·장은정(실비아 장 룩)·양은혜(재키 양) 하원의원 등이 활약하고 있다.

강석희(56)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 시장은 한인 1세로는 최초로 직선 시장에 선출되어 주목을 받았다. 시 재정의원, 시의원, 부시장 겸 시의회 부의장 등을 차례로 거친 후 시장에 당선되었다. 류신희(52·신디 류) 워싱턴 주 쇼어라인 시장, 최준희(39) 뉴저지 주 에디슨 시장, 재식 헤일(30·제이슨 헤일) 오리건 주 마드라스 시장 등도 열심히 뛰고 있다.

시의원으로는 미국 동부 지역에서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시의회 의장에 뽑혔던 김정운(53·제이슨 김)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팍 시의원, 한인 첫 재선 시장 출신으로 최장수 시의원이기도 한 박영민(63·마이클 박) 워싱턴 주 페더럴웨이 시의원, 휴스턴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출신인 심훈(40·랜디 심) 텍사스 주 플레이스 시의원, 보스턴 시장 출마 예정인 윤상현(39·샘 윤)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의원, 라디오코리아 칼럼니스트 출신인 조재길(65·조셉 조) 캘리포니아 주 세리토스 시의원, 뉴저지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을 지낸 허영은(54·크리스티 허) 뉴저지 주 리틀폴스 시의원 등이 있다.

백악관에 입성한 한인 2세 두 명, 오바마 최측근으로 꼽혀

오바마 정권 들어 주목된 젊은 정치인들도 있다. 강진영(32·크리스토퍼 강) 입법관계 특별보좌관과 유진 강(25) 대통령 특별보좌관은 백악관에 입성한 한인 2세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행정부에서는 한인 형제가 나란히 등용되었다. 형 고경주(57·하워드 고) 보건부 보건담당 차관보와 동생 고홍주(54·헤럴드 고) 국무부 법률고문이다. 이들은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암 자문위원회 위원과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로 활약했다.

리아 서(38) 내무부 정책관리 및 예산담당 차관보는 윌리엄 플로라 휴렛재단 프로그램 국장 출신이다. 렉슨 류(36)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란 및 시리아 핵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변호사인 베시 김(44) 국방부 연락담당관은 민주당 본부 아·태계 담당 부국장 출신으로 대선 기간 오바마 캠프에서 일했다.

캐나다에서는 연방의회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 다민족자문위원회 위원 출신인 김연아(43·마틴 연아) 의원이다. 20여 년 동안 교사의 길을 걷다가 지난해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스테판 하퍼 총리로부터 직접 상원의원으로 지명받아 정계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시의원으로는 조성준(73·레이몬드 조) 온타리오 주 토론토 시의원과 장재영(35) 뉴브런즈윅 주 세인트존 시의원이 활동 중이다. 호주에는 한인 최초로 집권 여당인 노동당의 공천을 받아 화제가 된 권기범(47) 뉴사우스웰스 주 스트라필드 시의원이 있으며, 뉴질랜드에는 국영방송 앵커 출신인 이지연(42·멜리사 리) 의원이 있다. 이의원은 지난해 한인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더 김(51) 사하공화국 국회 부의장과 베냐민 박(48) 노보시비르스크주의회 의장이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꼽힌다. 아나톨리 박(61) 블로그다 주 부지사, 오진하(57)·유가이올렉(61) 사할린 주의회 의원, 블라디미르 최(25) 레닌그라드 주의회 의원, 알렉 최(50) 레닌그라드 주 브이보르그 부시장 등도 활동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베라 박(71) 상원의원과 함께 세르게이 김(50)·안 죠야(55)·스타니슬라브 황(66) 타슈켄트 주의회 의원이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고려인연합회 회장 출신인 최유리(61) 상원의원이 활약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백진훈(51·하쿠 신쿤) 의원이 2004년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교포 2세로 한국계임을 미리 밝히고 선거를 치렀다. 한·일의원연맹에서 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숙현(37) 도호쿠 대학 법학부 교수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국제담당 비서로 활동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현재 일본 정계의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  

 


인터뷰 | 임용근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 회장

임용근 회장은 미국 오리건 주에서 5선 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미국 내 한인 첫 상원의원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내년에 있을 주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이다. 지난 9월24일 제 3회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임회장을 만났다.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재정적으로 안정이 된 후 사회에 봉사하며 살자는 생각을 했다. 한인회와 상공인회 회장도 맡고, 아세안미국시민권협의회 의장도 지냈다. 정계 진출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미국 교회 목사께서 주지사 선거에 나가면 어떻겠느냐고 권유를 했다. 그때가 1990년이다. 주변에서는 정치 경험도 없으면서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돈키호테’라고들 했다. 그런데 공화당 예비후보 일곱 명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했다.
동양인으로서 미국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후 1992년 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정치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나이도 제일 많은 연장자였고, 또 제일 오래된 장기 의원이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상·하원 의장을 맡을 수 있는 기회도 적었다. 그렇다고 인종 차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민을 오면 흔히 ‘동양인을 무시한다’라는 의식을 갖게 되는데, 미국 문화를 잘 모르니까 생기는 오해인 경우가 많다.

보람도 많았을 것 같다.

백인이 90% 이상 사는 지역에서 소수 민족인 한인 이민 1세대가 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었다. 또, 정체성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이민 1.5세대와 2세대에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여기라는 메시지가 되기도 했다.

내년에 있을 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는데.

일생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도전이다. 지난 24년 동안 계속된 민주당 주지사의 아성을 깨뜨릴 것이다. 좋은 싸움이 될 것이다.

미국 정계에서 한인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문을 두드리는 한인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연방 상원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다.

한국 정계와 교류는 있나?

아직은 특별한 교류가 없다. 서로 필요성을 공유하면서 교류를 시작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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