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얼굴 위로 ‘역사’가 흘렀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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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표지 모델로 최다 등장…최고의 뉴스메이커로도 ‘우뚝’

ⓒ일러스트 박현정


<시사저널>은 시사 주간지로서 국내 최고의 권위 있는 매체로 평가되고 있다. <시사저널> 창간호가 모습을 드러낸 때는 1989년 10월. 미국의 언론계에서 시사 주간지인 <타임> <뉴스위크> 등이 차지하는 비중과 견주어보면 당시 한국은 사실상 시사 주간지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시사저널>은 국내 언론계에 일대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시사저널>은 지난 20년간 격변하는 정치·사회 현장의 흐름을 적확하게 보도했다. 지난 20년간의 <시사저널> 표지를 모두 펼쳐놓으면,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20년 역사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한 주 한 주 절대 놓칠 수 없는 역사적 사건, 화제의 인물, 시대상을 반영하는 세태 그리고 날카로운 미래 예측이 고스란히 표지 속에 담겨 있다.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 20년의 <시사저널> 역사를 표지와 함께 되짚어보았다.

<시사저널>의 표지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양식은 주요 인물을 부각시킨 것이었다. <시사저널>의 표지 인물이 된다는  것은 곧 그 주 최고의 화제 인물이라는 것을 상징했다. 지난 20년간 본지 표지에 등장한 인물들을 집계해본 결과, 역시 전·현직 대통령이 당대 최고의 뉴스메이커였음을 알 수 있다. 전·현직 대통령 네 명이 모두 1위부터 4위까지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지난 20년간 <시사저널> 표지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었다. 지난 20년간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도 1위로 꼽혔던 DJ는 본지 표지에도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다. 1989년 창간 이후부터 올해까지 거의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표지에 등장한 것은 올해 8월 서거했을 때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 번째로 많이 표지에 오른 것은 다소 뜻밖이다.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재야’ 인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대권에 뛰어든 2002년에만 무려 10차례나 본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최고의 화제를 몰고 왔고, 기어이 그해 당선하는 영광을 안았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올해 5월 서거하면서 마지막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재임 중이던 1997년까지 9년간 모두 31회 표지에 등장했다. 특히 DJ와 함께 ‘양김 시대’로 팽팽히 맞서던 1991~96년에 두 정치적 맞수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선두 다툼을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30회로 4위를 기록했다. 이대통령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2002년 처음 표지에 등장한 이후, 대권 후보로 부각된 2005년부터 매년 1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특히 이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2007년 한 해에만 11회 표지를 장식하며 역대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본지 창간 당시 현직에 있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10회로 공동 8위를 차지했다.

한때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김종필 전 국무총리,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총재는 1997년 대선 당시 일곱 차례 등장해 그해 최다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총재가 본지 표지 모델로 처음 등장한 것은 의외로 꽤 빠른 시기였다. 1989년 12월 발행된 10호의 표지에 등장한 것이다. 당시 그는 대법관이었으나, ‘대쪽 법관’으로 표지에 등장했다. 사촌형부-처제 사이인 김종필 전 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는 각각 1990년대와 2000년대 유력 대권 주자로 뉴스의 초점이 되어왔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대선에 출마했던 1992년에 여섯 차례나 표지에 등장했을 정도로 당시 주목받은 뉴스메이커였다. 

정치 분야 등장 횟수가 가장 많아…10위권 11명 중 정치인이 9명

이처럼 10위 안에 든 11명 가운데 정치인이 모두 아홉 명에 이를 정도로 정치인들이 뉴스의 중심 인물이 되어왔다. 기업인으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10회에 걸쳐 표지 모델로 등장했는데,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등장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과 인지도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1993년 처음으로 등장할 때의 젊고 패기에 찬 이 전 회장의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국내 인물이 아닌 인사로는 유일하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0위 안에 들어 이채롭다. 김위원장이 본지 표지에 처음 등장한 것은 후계자로 유력하게 부각되었던 1990년이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한반도 통일 분야가 주요 이슈로 등장할 때마다 표지를 장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에 그가 국내 인사들을 제치고 본지 표지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역시 한때 유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했던 정동영 의원(9회)과 이인제 의원(7회),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조순 전 서울시장(이상 5회) 등도 자주 등장한 주요 뉴스메이커였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도 사망하기 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표지에 실렸다.

실질적인 외국인으로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많았다. 여섯 차례 표지에 등장했다. 그 밖에 해외 인사로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4회)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상 3회) 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여성 인사의 등장은 무척 드문 편이었다. 2003년 법무부장관에 전격적으로 발탁되면서 큰 화제를 일으켰던 강금실 전 장관(4회) 외에는 눈에 띄는 인사가 거의 없었다. 문화·스포츠 인사로는 ‘축구 영웅’ 박지성 선수가 2회에 걸쳐 표지를 장식했다.

‘대통령 동생’을 둔 덕분에 뉴스메이커가 된 인물도 있었다. 이상득 의원(4회)과 노건평씨(3회)가 그들이다.

명예롭지 못한 표지 인물도 많았다. 주요 비리 사건의 당사자들이 그들인데, 2006년 불법 다단계 영업으로 인한 횡령 사기 혐의로 구속된 주수도 전 제이유 회장과 2007년 BBK 사건으로 구속된 김경준 전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이상 3회) 등이다.

한편, 20년간 <시사저널>의 표지를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누어 그 빈도 수를 조사했다. 정통 시사지를 표방해 온 본지의 성격상 역시 정치 분야가 표지로 등장한 횟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 20년간 모두 4백66회로 전체의 44.0%에 이른다. 주요 정치인들의 표지 모델뿐만 아니라, 군·국정원·검찰 등 권력 기구 그리고 권력형 비리 및 사건들도 모두 정치 분야에 포함시킨 탓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파헤친 사회 분야 기사도 총 2백64회 표지에 등장했다. 특히 미디어 분야와 의료·건강 분야가 표지에 자주 등장했고, 교육, 종교, 여성·아동 분야와 농촌 문제에도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댔다. 경제 분야도 총 1백29회를 기록했는데, 특히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과 글로벌 경제 위기가 도래한 지난해에 경제 비중이 높아졌다. 한반도 통일 문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 분야 뉴스도 1백19회나 표지에 등장했고, 세태와 스포츠를 포함한 문화 분야도 81회 표지에 등장해 분야별 균형을 맞추며 역동적이었던 대한민국의 지난 20년간 모습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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