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게임에 게임 비즈니스까지 세계에 전파하는 ‘중독자’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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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아이온' 성공시키며 독주

PC방 앞을 지나다 보면 간혹 이런 입간판이나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쿼드코어(Quad core) 최신 사양으로 교체.” 이렇게 최신 사양으로 교체한 PC방은 100이면 100, 엔씨소프트의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 ‘아이온’을 위해서 교체했다고 보면 된다. 아이온을 서비스하지 않으면 손님이 줄어들 것 같고, 서비스를 하자니 컴퓨터 사양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상당수 PC방들은 후자를 택했다.

▲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이끄는 절대 군주. 최근 ‘아이온’의 성공으로 글로벌 엔씨를 노리고 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에게 아이온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선사했다. 아이온은 제대로 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이를 반영한다. 지난 2008년 11월25일 아이온이 런칭되었을 때 엔씨소프트의 종가는 4만3천원. 11개월이 채 안 되는 2009년 10월14일 엔씨소프트의 종가는 15만원이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김택진 대표는 국내 벤처인 중 처음으로 주식 지분 가치 1조원을 돌파했다. 아이온을 개발하는 데 투입된 비용은 총 3백억원. 기대작인 만큼 실패했을 경우 부메랑도 클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시장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지난해에 이어 <시사저널> 설문조사 ‘차세대 인물’의 게임 부문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50%의 지목률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김대표는 아이온을 런칭하기 직전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가장 큰 소망은 아이온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작인 리니지 등이 아시아에서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과 달리 아이온은 현재 북미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많이 닮았다”라고 말하지만 대신 그런 의구심을 뛰어넘는 절대적인 그래픽을 자랑한다. 아이온은 북미와 유럽의 통합 사전 판매량이 약 45만장을 기록했다. 현지 유통사에 출시한 한정판은 품절되었다.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위를 차지했다. 김대표는 은둔형 CEO로 불린다. 어지간해서는 넥슨의 자체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외부 노출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대표가 게임계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은 상당하다. 여전히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와 ‘카트라이더’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한 김대표는 지난해 넥슨이 동종 게임업체인 네이플을 인수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적극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했다.

“시장에서 오래 버티는 사람이 승리한다”라는 속설대로라면 김대표의 넥슨은 승리자이다. 바람의 나라로 태동을 알린 넥슨은 가장 오래된 게임 회사이다. 1994년 창립했으니 15년째 굳건히 버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타 게임사들이 하나의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넥슨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 워록 등 어지간한 회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콘텐츠들을 이미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게임 이야기를 하는 데 거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한게임이 빠질 수 없다. NHN㈜ 부사장(COO)을 역임하고 NHN 한게임 대표로 옷을 갈아입은 김정호 대표 역시 김정주 대표와 함께 2위에 올라 게임 부문 차세대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김대표는 2009년을 한게임이 진정한 게임 공급자로 거듭나는 시기로 보고 있다. 한게임이 게임 포털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개방 정책을 펴는 것도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한 방법이다.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유명한 박지영 컴투스 사장, 올해에도 주목

한국의 최고 게임 크리에이터로 손꼽히는 사람이 이번 조사에서 4위에 오른 송재경 XL게임즈 대표이다. 한국이 온라인 게임 강국이 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든 사람이 송대표라는 말도 나온다. 송대표가 창조한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리니지’였다. 리니지의 성공은 온라인 게임의 수익 모델화를 가능하게 했고, 수많은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평가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계에서 게임에 가장 정통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특히 게임업계의 주먹구구식 마케팅 기법 등에 대해 냉정하게 쓴소리를 던져왔다. 지난 5월에는 영국에서 자신의 책인 <이노베이션 & 스트래티지 오브 온라인 게임>을 출간했다. 2006년 국내에서 나온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 전략>의 영어판이다.

게임업계에는 여성이 드물지만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유명하다. 이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미니게임계를 장악하고 있는 컴투스는 ‘골프스타’를 통해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박사장은 영국의 모바일 콘텐츠 전문 월간지인 <ME>가 선정한 ‘2009년 세계 Top 50 여성 경영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권준모 넥슨 전 대표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다. 권대표는 지난 2001년 인텔리전트(현 넥슨모바일)를 만들어 모바일 게임 사업을 직접 운영했었다. 인텔리전트를 넥슨에 매각한 후 2006년 말부터 넥슨 대표이사를 지냈지만 지난 2월 갑자기 사퇴했다. 최근 권 전 대표는 복귀를 위해 새로 법인을 세웠는데 모바일 게임업체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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