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다
  •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 부학장) ()
  • 승인 2009.11.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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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환율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고 신흥시장국으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국의 환율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신흥시장국들은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것은 물론 대외신뢰도가 낮아져 갑작스럽게 자본이 유출되는 위기를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환율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달러 약세에 따라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다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환율의 덫에 걸린 것은 자본 자유화를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다. 성장률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자본 자유화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해 외환위기를 반복적으로 당하고 있다. 이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먼저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본 자유화를 한 경우에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주된 원인은 자본 유입으로 환율이 하락하는 이른바 환율의 덫에 빠지기 때문이다.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경우 경상수지가 악화되어 대외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전에도 환율은 6백원대까지 큰 폭으로 하락해 경상수지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에도 환율이 1천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어 외국인 투자 자본이 유출되고 외환 부족을 경험했다.

다음으로는 단기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신흥시장국의 경우에는 경제성장률과 주가수익률이 높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또한, 금리가 외국보다 높아 금융 기관들로 하여금해외에서 외환을 차입해 오게 하는 유인 요소가 강하다. 구조적으로 단기 외채가 늘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 당국은 금융 기관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금융 기관의 단기 차입을 규제해야 하며 외국인 투자 자본이 과도하게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환보유고를 확충해 갑작스럽게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자본 유입으로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게 되면, 결국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확충해놓아야 위기를 피할 수 있다. 지난해에 우리가 겪어보았지만 실제로 외환이 유출될 때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해 적정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어도 항상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충분한 외환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약 2천5백억 달러를 가지고 있으나 국내 금리가 높아 단기 외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외환보유고를 큰 폭으로 확충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다. 자본 유입을 규제하고 있으며 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을 막고 있고, 한편으로는 중국과 같이 고정 환율 제도를 선택해 환율의 과도한 하락을 막으려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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