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비자금 사건 주역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슨 관계이기에…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11.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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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속된 공 아무개씨, 당직 맡고 공성진 최고위원 등 의원 12명과 해외 시찰도 다녀와

▲ 지난 7월14일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과 위기관리포럼 및 미래위기대응특위 위원들이 국가정보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 공 아무개씨(모자이크 처리)도 동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공아무개씨(43)를 전격 구속했다. 공씨는 지난2004년부터 경기도 안성에 골프장(스테이트 월셔CC)을 건설하면서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리거나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 등으로 회사 돈 100여 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씨가 한나라당 당직을 맡고 있는 등으로 미루어 골프장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여당 정치인 등에게 금품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공씨는 실제로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국회의원 여럿과 해외 시찰을 함께 가는 등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밝혀져 향후 검찰의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공씨가 한나라당의 당직을 맡게 된 배경과 한나라당 국회의원과의 친분 관계 등 그의 과거와 최근 행적을 집중 추적했다.

공씨가 한나라당 인사들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공씨는 부위원장이 되었다. 지난해 7월 공의원이 최고위원 출마를 위해 서울시당 위원장을 사퇴한 후 장광근의원이 후임을 맡았지만 그는 올해 5월까지 부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장광근 의원실의 관계자는 “공성진 의원이 시당 위원장 시절부터 (공씨가) 부위원장을 맡았으나 아무런 역할이 없이 직책만 맡고 있었다. 장광근 의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라고 강조했다.

공씨의 지난 행적을 보면 한나라당 내에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다. 공씨 주변 인물들은 “공성진의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공씨가) 한나라당 내에 입지를 굳혔다”라고 말했다.

공씨는 서울시당 부위원장 시절인 지난해에 ‘한나라당 정보위원회’에 들어갔다. 이때는 현경병 의원이 정보위원장이었다. 이후부터 공씨가 소속된 여러 단체 등에는 그의 직함이 ‘한나라당 정보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정보위원회 상임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썼다. 그런데 한나라당 정보위원장과 당직자들은 하나 같이 정보위원회를 “유명무실한 곳이었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공씨가 정보위원회에 들어가게 된 배경에 대해 현경병 의원은 “내가 추천했고, 본인이 원해서 들어오게 되었다. 정보위원회는 거의 활동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략기획국 산하 정보관리팀 관계자는 “정보위원회는 당내 기구는 맞는 데 특별위원회 개념으로 별로 하는 일이 없다. 공씨의 정확한 직책은 ‘정보위원회 상임 정보위원’이다. 정보위원이 20명 정도 있는데 공씨는 그중의 한 명이다. (공씨의 역할은) 한 달에 서너 번의 회의와 친목 모임에 참여하는 일이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공씨는 정보위원장이 이철우 의원으로 바뀐 뒤에도 계속 한나라당 정보위원회에 남아 있었다. 전임 정보위원장이던 현경병 의원과 이철우 의원은 공성진 의원과 절친한 사람들이다. 당내에서는 ‘공성진계’로 불릴 만큼 가깝다. 또한, 두 의원은 공성진 최고위원이대표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위기관리포럼과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이하 미래대응특위)의 위원이기도 하다. 공아무개씨도 미래대응특위의 위원이다. 공씨는 지난 7월14일에는 공성진 의원 등 포럼과 특위 관계자들과 함께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해외 시찰 경비, 의원들이 다 냈다?

▲ 경기도 안성시 스테이트윌셔CC 입구에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 반대를 위해 걸어놓은 플래카드. ⓒ시사저널 유장훈

<시사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미래대응 특위와 위기관리포럼은 지난 7월27일부터 8월2일(6박7일간)까지 중국과 일본에 시찰을 다녀왔다. 소속 의원 12명(한나라당 11명, 친박연대 1명)과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좌진 4명 등 총 16명이 시찰단에 동행했다. 이번에 검찰에 구속된 공 아무개씨도 시찰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시찰단에 들어간 비용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시찰단에 참여한 의원들은 1인당 2백여 만원 정도의 경비를 갹출해서 비용을 충당했다고 한다. <시사저널>이 시찰단에 참여한 의원들에게 전화해보니 “오래된 일이어서 얼마를 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백만원정도 낸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시간이 지났고 해서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사저널>은 공성진 의원측에서 시찰을 가기 전에 여행사 두 곳에 의뢰했던 견적과 세부 견적서를 어렵게 입수할 수 있었다. ㅌ여행사가 6박7일 일정으로 낸 견적서는 1인당 5백28만원이었다. 반면, ㅎ여행사는 1인당 3백69만원의 견적을 냈다. 결국, 시찰단은 ㅎ여행사를 선택했고, 세부 견적서는 1인당 2백7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4천3백20만원(16명×2백70만원)이 나온다. 시찰단 1인당 2백만원을 냈고, 위기관리포럼과 미래대응특위의 사업비에서 1천여 만원을 충당했다고 보면 시찰단의 총 경비는 5천4백여 만원이다. 하지만 ㅎ여행사의 견적에는 시찰단의 주요 방문지 중 하나였던 중국 일정이 빠져 있다. 또한, 시찰단의 숙박(호텔)을 2인1실로 계산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1인1실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석식도 계산에서 빠져 있다. 물론 당초 방문 예정이었던 일본 오키나와(1박) 일정이 빠져 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약 2천만원 정도의 추가 경비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일부 비용을 협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시찰단과 함께 동행했던 ㅎ여행사 김아무개 차장은 총 비용 등에 대해 “말할 수없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시사저널>은 공성진 의원이 공 아무개씨를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에 임명한 사실과 공의원과의 친분, 시찰단의 경비 내역 등을 물어보기 위해 미래위기대응특위 사무처장 강 아무개씨, 공성진 의원실의 박아무개 비서관, 김 아무개 보좌관, 공성진 의원 등에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통화 거부를 하거나, 메모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한편, 공 아무개씨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으로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지역구인 은평구에 있는 한 장학재단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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