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횡포인가, 정당방위인가
  • 김효정 | ZDNet Korea 기자 ()
  • 승인 2009.11.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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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옴부즈맨 제도 도입 선언…온라인신문협회는 “언론 편집권 침해” 반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이 최근 네이버 뉴스캐스트(인터넷 홈페이지에 뜨는 짤막한 뉴스 보도 박스)에 ‘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언론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NHN측은 “지나치게 선정적으로만 도배된 뉴스캐스트의 정화가 시급하다”라는 입장이고, 언론사측은 “뉴스 유통사에 불과한 사업자가 높은 접속률을 무기로 언론 편집권을 침해하려 한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타당한 것일까. 그 해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섹시 가수 허벅지 노출’ ‘옷 벗은 여경, 진짜 옷 벗나?’ ‘유명모델, 때아닌 스트립쇼’ ‘성폭행범 집에 여자 시체’. 요즘 네이버에 들어가 보면 아마도 이런 종류의 뉴스 제목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뉴스를 보기 위해 접속한 것이 아니라, 메일을 확인하거나 정보 검색을 하러 들어간 방문자들이라 할지라도 네이버 첫 페이지 중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한 뉴스캐스트에 걸려 있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를 확인한다면, 클릭하고 싶은 유혹을 한 번쯤은 느껴 보았을 것이다.

이것이 현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하루 평균 1천1백24만명(지난 9월 현재)이 방문하는 ‘부동의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최대 고민거리이다. 올해 초 NHN은 언론사들에게 기사 편집권을 돌려주기 위해 국내 포털사이트의 전통적인 뉴스 게재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오픈했다. 포털사이트, 그중에서도 특히 네이버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포털은 언론인가, 인터넷 사업자인가’라는 화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들은 편리함 때문에라도 특별히 전문적인 기사가 아니라면 일부러 뉴스 사이트를 찾아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포털사이트에 뉴스가 다 제공되기 때문이었다. 언론사닷컴들 역시 포털사이트의 힘을 빌려 자사의 뉴스 노출을 손쉽게 할 수 있었고, 뉴스라는 콘텐츠 제공에 따른 대가를 받아왔다. 한 언론사닷컴의 관계자는 “그나마 언론사가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의 순방문자 수가 증가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이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언론사의 입지가 포털에 비해 더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털이 언론인가’라는 비판적 여론이 가중되자 네이버는 올해부터 뉴스캐스트를 도입하는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다. 실제 네이버는 뉴스캐스트가 시행된 직후, 뉴스 부문의 일일 방문자 수가 그 전주에 비해 30%가량 감소하는 손해를 감내해야 했다. 반면, 언론사닷컴들은 트래픽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인터넷 생태계에 선순환이 일어났다며 이를 반겼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들이 뉴스캐스트 내에서 비슷한 기사를 실으면서 선정적인 제목 경쟁을 벌이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 언론사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뉴스 제목을 많이 올렸다는 이유로 한때 뉴스캐스트에서 퇴출되었다가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NHN은 지난 10월 말 12개 중앙 일간지의 인터넷신문사 모임인 ‘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 대표들에게 공문을 보내 11월2일부터 옴부즈맨 제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각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캐스트 영역을 외부 인사로 구성된 평가단이 평가해 그 결과를 인터넷 카페를 통해 네티즌에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NHN이 뉴스캐스트를 선보인 지 11개월 만에 결국 다시 칼을 댄 셈이다.

“언론사가 자정 활동 나서면 쉽게 해결”

이렇게 되자 온신협은 반발하고 나섰다. “다시 과거로의 회귀 아니냐”라며 포털의 횡포성을 부각시키는 여론몰이에 나선 모습이다. 일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포털은 언론이 아니며, 따라서 언론사의 편집권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 포털은 미디어 서비스를 할 뿐이지 그 자체가 미디어는 아니다. 포털은 언론사가 아닌 기업이기 때문이다”라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한 포털사이트 뉴스팀에 근무하는 기자 출신 관계자의 말처럼 ‘단어 한두 개와 기사 배치에 따라 수억 원의 매출에 영향을 받는 포털 비즈니스’에서 미디어를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또 NHN이 시작하겠다고 나선 옴부즈맨 제도를 무조건 ‘포털의 횡포’로만 몰아붙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현재 언론사닷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지나친 트래픽 확보 경쟁으로 독자의 신뢰성을 저버린 일부 언론사들 또한 뉴스캐스트를 이익 창출을 위한 기반 서비스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논란의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한 데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언론사가 인터넷의 힘을 인정하고 스스로 자정 활동에 나서면 된다는 것이다. NHN측 역시 칼을 든 주체는 회사가 아닌 독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사의 선정성 판단 등은 네이버가 아닌 독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동안 뉴스캐스트에 대한 독자의 항의가 많아 이제는 선정성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온신협측은 “네이버가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뉴스캐스트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폐지하고, 언론사 스스로 편집데스크 협의체를 만들어 뉴스캐스트를 정화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옴부즈맨 제도를 두고 NHN과 언론사닷컴들이 어떠한 결론에 도달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점은 포털과 언론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월권을 하거나 제 역할을 못한다면 이러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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