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신문 강매는 기본이고 건축 자재까지 요구했다
  • 이기동 | 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팀장 ()
  • 승인 2009.11.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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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 일간지 주재 기자들 비위 행위 잇따라 드러나

▲ 1. 지역 일간지 기자가 비판 기사 무마 조건으로 금품을 강요했던 업체의 공사 현장.2. 주재기자 비리가 끊이지 않는 금산군청. ⓒ오마이뉴스 심규상  


최근 대전·충남 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지역 주재기자들의 구속 사태로 지역 일간지들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 주재기자 비위 행위가 양파껍질 벗기듯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밝혀진 사례 외에도 몇몇 지역 주재기자들에 대해 검찰의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참다 못해 지역 언론시민단체인 대전·충남민언련은 이같은 지역 주재기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조만간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지역 주재기자들의 이러한 비위 행위가 주재기자 개인이 아닌 지역 신문의 구조적인 지역 주재기자 제도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주재기자들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협박, 횡령, 강매, 갈취 등 파렴치범들이나 저지를 법한 범죄 사실이 지역 일간지 주재기자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일부 지방 일간지 지역 주재기자들의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충남 공주 지역에서 주재기자들이 무더기로 골재 채취업체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사건이 터지면서다.

금강변을 끼고 있는 공주 지역의 경우 지방 세수 확대를 위해 금강변에서 대규모로 골재 채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등 골재 채취 비리로 인해 지방 공무원이 반복적으로 구속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현직 공주시장이 골재 채취 비리로 인해 중도 낙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를 감시·비판해야 할 지역 언론사 종사자들이 골재 채취 비리를 보도하겠다며 지역 골재 채취업자로부터 수년간에 걸쳐 거액의 금품을 갈취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일간지 주재기자 세 명이 사법 처리되었다. 이들 기자는 2004년 6월, 공주시 사곡면의 한 골재 채취장에서 ‘먼지가 날린다’라며 이를 보도하겠다고 겁을 주고 나서 이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등 각각 16~24회에 걸쳐 6백40만원에서 4천2백만원까지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는 시도때도없이 밥값을 요구했고, 또 다른 기자는 신문 구독을, 또 다른 기자는 광고를 요구했다. 뿐만 아니다. 한 기자는 건설업계가 모래 부족으로 아우성이던 지난 2003년 말, 업체에 ‘모래가 필요하니 15t 트럭으로 10대 분량을 달라’라고 요구했다. 해당 업체는 어렵게 모래를 구한 후 열흘이 걸려서야 요구량을 실어 보낼 수 있었다. 피해 업체 관계자 중에는 “액수가 적다며 면전에 돈을 던지는 등 인간적 모멸감까지 받았다”라며 경찰 진술 도중 울음을 터뜨린 경우도 있었다.

공주시 인근 지역인 연기군에서는 연기군 출입기자단 간사가 사법 처리를 받았다. 충북 지역 일간지의 연기군 주재 기자였던 ㄱ씨는 당시 연기군 출입기자 간사로서 기자단 차원에서 폐기물 처리업체 광고를 수주받았다. 이후 이를 출입기자단에 가입한 10개사에 분배하기로 했으나 친분 관계가 두터운 일부 매체에만 광고를 배정하고 나머지는 횡령했다. 그러자 광고 수주를 받지 못한 일부 기자들이 검찰에 고소해 결국 벌금 8백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진 지역에서는 지방 일간지 주재기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자단의 촌지성 금품 수수 행위를 지역 시민단체가 고발하면서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배달 사고로 돈을 전달받지 못하거나, 금액을 적게 받은 주재기자들의 불만이 기자실 내에서 표출되면서였다.

비리 기자 퇴출 안 되는 시스템도 문제

최근에는 금산·계룡 지역 주재기자 2명이 잇따라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되는 사건이 터졌다. 금산 지역의 경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명 대학의 조형물 조성과 관련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비판 기사를 쓰고 기사 무마용으로 광고비 8백80만원을 받은 혐의이다. 계룡시의 경우 지역 유력 일간지 주재기자가, 자사가 발행한 화보집 수십 권과 친선 축구대회 입장권 수백 장을 강매하고, 광고홍보비를 요청한 뒤 들어주지 않으면 비판 보도를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부 주재기자들의 비위 행위 이면에 본사의 명확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 제도적인 시스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전·충남 지역(충북 지역을 포함) 일간지들의 경우 경영난 속에 지역 주재기자들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 본사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지역 주재기자들의 비위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 주재기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켜도 퇴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과거에 비슷한 사례로 사법처리를 받은 기자들이 매체만 바꿔 또다시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같은 지역 주재기자들의 구속 사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충남 시·군 전 지역에 팽배해 있다.

결국, 지역 신문의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일부 지방 일간지 주재기자들의 비리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할 우려가 크다. 지방 일간지들의 지역 주재기자 채용 및 운용 시스템을 개혁하고 비위 행위로 처벌받은 기자들이 언론계에서 퇴출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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