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하방 정치’ 기틀 닦을까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11.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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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신당’ 국민참여당, 유시민 합류로 창당 행보 순조…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첩첩’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11월10일 국민참여당 입당식에서 이병완 창당준비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노 신당’인 국민참여당(참여당)이 창당 준비에 가속 패달을 밟았다. 1년이 넘는 준비 기간이 말해주듯 그동안 더딘 행보를 보였던 참여당이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즈음해 발걸음이 빨라졌다.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합류가 힘을 보탰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1월10일 마포구 창전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당을 공식 선언했다.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인데 ‘유시민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유 전 장관의 입당 전날까지 7천여 명에 못 미치던 당원 수가 불과 이틀 사이 1만명을 가뿐히 돌파했다. 당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급증했다. 참여당은 웹사이트 방문자 순위에서 민주당을 두 배 이상 여유 있게 따돌리며 선두에 올랐다. 온라인 방문자 서열을 따진다면 제1당에 등극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다소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1월9일 실시한 ARS 조사에서 응답자의 38.7%가 참여당에 대해 ‘지지할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없다’(44.5%)라는 응답보다 적었지만, 30% 안팎인 민주당 지지율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는 ‘지지할 의향이 있다’라는 응답이 62.7%에 이를 정도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박병석 KSOI 연구조사팀장은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진보 성향의 투표 형태를 보였던 유권자들 상당수가 참여당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표 야당 경쟁에서 민주당에게만 기득권을 주지는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라고 해석했다.

창당도 하기 전부터 신당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호의적인 예는 드물다. 참여당의 출발은 외견상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당으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가시밭길에 첩첩산중이다. 당장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원 수가 늘고 있다지만 당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참여당의 한 관계자는 “당원 회비로 재정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는 차입금을 통해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안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력 인사의 참여를 견인하는 일도 녹록지가 않다. 당원 중심의 정당을 지향하고 있지만, 참여 인사의 면면에 따라 당이 조기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참여당은 국정 경험이 있는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책자문위원장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활동 중인 인사들이 합류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력 인사들이 지방 정부나 의회 진출을 모색하는 이른바 ‘풀뿌리 하방 정치’의 실현 가능성 여부도 관건이다. 이병완 창당준비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참여당의 한 인사는 “큰 정치적 흐름의 변화가 아닌 생활 단위의 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정 경험을 살려 고향에서 봉사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킬지는 불분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안희정 최고위원도 현재로서는 민주당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와 관료 출신 모임인 청정회 소속 인사들도 대체적으로 입당을 주저하는 분위기이다. 청정회의 한 인사는 “창당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향하는 가치가 아직은 불분명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합류는 참여당이 친노 세력을 대표하느냐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는 “국민의 지지 이외에 인적 구성의 완성도 등 정당이 갖추어야 할 틀을 빠른 시간 내에 갖추는 역량도 중요하다. 이해찬 전 총리 같은 중심 인물이 참여하지 않는 현상은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아직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의 관계 정립도 숙제

▲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송인배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 민주당 지도부와 친노 인사들이 양산 시내에서 송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의 관계를 정립하기까지도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다. 참여당은 “기존 정당과는 전혀 개념이 다른 정당이다. 경쟁할 생각이 없다”라며 민주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제1 야당인 민주당과의 역학 관계는 향후 참여당의 영향력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참여당이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치의 경우 사실상 양당제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새로운 정당이 성공하기 힘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어떤 방식이 되든 민주당과의 연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선 참여당의 행보를 야권 분열로 보는 비판적 시각부터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참여당은 “민주개혁 진영의 활로를 넓히는 측면에서 분열로 보아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생각은 다르다. 유 전 장관 입당식이 있던 날 “민주당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분열이 용인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국민들 속에 있다”라는 논평이 나온 것은 양당의 입장 차를 잘 보여준다.

연대 가능성은 양당 모두 열어놓고 있다. 참여당은 다만 “영·호남과 같이 경쟁이 없는 지역에서는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어야 한다”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도 문을 닫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신당 창당은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니냐. 그러면 연대는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는 민주당만으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연대에 대한 절박성이 떨어질 경우 민주당은 자신의 주도하에 상대에게 굴복을 요구하는 방식을 선택할 여지가 충분하다. 참여당에게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으며, 설 자리도 상당히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물론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할 수도 있다. 지난 양산 재·보선에서 보여준 선전을 놓고 보면 ‘해볼 만하다’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당시 송인배 후보는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했지만, 친노 진영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 경우 자칫 ‘영남 정당’으로 내려앉을 우려가 있다. 수도권에서 펼쳐질 빅 매치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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