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가 슈퍼에 가는 길, 아직 멀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1.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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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준선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화제나 해열제 같은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정부가 최근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방안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2월 취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사안이다. 정부는 지난 11월12일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약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나뉜다. 기획재정부는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의약품은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약국이 영업하지 않는 한밤중이나 일요일에 약이 필요한 소비자로서는 반길 일이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 건강 문제를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 일부 약사들은 카페인이 함유된 피로회복제를 음료수처럼 마실 정도로 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하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에 소매점의 약 판매를 허용해도 늦지 않다”라며 소매점에서 일반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약국이 자성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약사는 “약사 혼자 운영하는 약국으로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소비자가 언제든지 약을 살 수 있는 약국을 만들어야 한다. 약사들이 이런 노력을 했는지 자성해야 한다. 약국의 대형화가 한 대안일 수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대형 약국이 있다. 여러 약사가 순번제로 근무하므로 종일 영업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않은 채 정책을 밀어붙이는 기획재정부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하지 못한 약사들을 지켜보는 국민은 미덥지 않다. 할인점, 편의점, 슈퍼마켓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과 약국이 소비자를 볼모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볼썽사납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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