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나는 길
  • 김정식 │ 연세대 상경대학 부학장(현) ()
  • 승인 2009.12.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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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천수답 경제로 변하고 있다. 세계 경기가 좋아져야 우리 경기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고, 내수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수출입이 총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대외 의존도가 종전의 70%에서 지난해 92%로 급격히 상승한 데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수를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내수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과 부동산 가격 때문에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감소로 소비 또한 늘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재정 적자 또한 악화되어 재정 지출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환율을 높여 수출을 늘리는 것인데, 이 또한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시장 개입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만만치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설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다.

건설 경기는 다른 산업과의 연관 효과가 커서 단기간에 내수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에 적합하다. 실제로 많은 선진국은 건설 경기로 내수 경기를 부양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높여 출구 전략을 사용할 경우 더블 딥을 피하기 위해서는 건설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에도 건설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도심의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주택 경기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을 비롯한 도심권의 부동산 가격은 강북이나 다른 수도권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아져 있다. 

건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택 정책의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도심 재건축은 지금과 같이 규제해 가격을 하향 안정시키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도권의 주택 경기를 부양시켜 건설 경기를 살려야 한다. 수도권의 교통망을 확충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면 비록 수도권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과도하게 높은 서울 도심의 주택 가격은 안정될 수 있다. 부동산 버블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 가격의 양극화도 줄일 수 있다. 큰 부작용 없이 건설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건설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고속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이다. 지금 상습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오산-서울 구간과 중부고속도로의 이천-서울 구간에 새로운 고속도로를 신속히 건설해야 한다. 고속도로 건설로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되면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활한 물류 이동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도울 수 있다. 동시에 건설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건설 경기가 부양되지 않는 주된 이유가 서울 도심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주택 정책을 도심 위주에서 수도권 위주로 전환해야 우리 주택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내수 또한 회복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경제를, 세계 경제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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