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지역 수재들의 두 요람 전통 이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춘삼 | 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09.12.08(Tue) 16:40:47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광주제일고등학교 제공



광주제일고와 광주고는 호남 지역의 수재들이 모여들어 젊은 날의 꿈을 키워온 요람이다. 두 학교의 졸업생들은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사회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제각기 맡은 바 소임을 다해왔다. 고교 평준화 이후 지난날의 영광이 빛이 바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들에게 갖는 지역 사회의 기대와 자부심은 대단하다. 두 학교는 때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동반자로서 연을 이어오고 있다.

양자가 서로 얽히고설켜 난형난제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광주일고가 명문 대학 진학이나 각계 요직의 진출에서 광주고를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광주고는 나름으로 자신들의 특장을 살리며 명문고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각 학교의 연혁을 살펴보자. 광주일고는 광주시 북구 누문동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이다. 3·1 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7월 전남의 다수 유지들이 학교 설립 기성회를 조직했고, 1920년 4월 사립 광주고등보통학교로 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그해 5월 개교를 했으며, 1922년 사립에서 관립으로 틀을 바꿨다. 1925년에는 다시 관립에서 공립으로 전환했고, 이어 1938년 4월 광주서공립중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1951년 교육법 개정으로 교명을 광주서중학교로 고쳤으며, 1953년 4월에 이르러 광주제일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받아 한 울타리 안에 광주서중-광주일고의 병설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1972년에 중학교 평준화 시책에 따라 광주서중은 폐교되었다. 광주제일고는 2009년 2월 84회 졸업생 2백63명을 배출함으로써 총 4만1천85명의 동문을 두고 있다.

광주고도 역시 공립고등학교이며, 광주시 동구 계림동에 위치하고 있다. 광주고보보다 3년 늦은 1923년 5월, 5년제 광주공립중학교로 문을 열었다. 1937년 5월 광주동공립중학교로 개편되었으며, 1951년 7월에 6·5·4·3학년이 함께 졸업식을 가졌다. 1951년 8월에 광주동중과 광주서중의 학생들을 합쳐 4·5·6학년은 새로 개편되는 광주고등학교로, 1·2·3학년은 광주서중으로 가르는 교통정리가 시행되었다. 그러다가 1954년 5월 광주동중학교가 12학급의 설립 인가를 받아 중·고등학교 병설 체제를 다시 갖추었다. 이렇게 하여 광주서중-광주일고, 광주동중-광주고의 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나중에는 광주동중 역시 1972년의 평준화 시책에 따라 문을 닫음으로써 광주일고, 광주고만 남는 형국이 되었다. 광주고가 개교한 1951년부터 따져 58회 졸업식을 가진 2009년 2월 전체 동문 숫자는 3만명에 이른다. 이는 광주일고에 비해 약 1만명이 적은 숫자이다. 복잡다단한 병합과 분리의 과정을 거친 결과 두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조차도 양자의 관계에 대해 헷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석초등-광주서중’까지 거치면  “엘리트 코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광주 시내에 있는 서석초등학교를 나와 광주서중과 광주일고를 다니는 것을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여긴다. 이 코스를 거친 수재들이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중앙으로 진출해 각계에서 요직을 맡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계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광주일고 출신의 법조계 인사로는 윤재식 전 대법관, 김경일 전 헌법재판관, 변정수 전 헌법재판관이 있으며, 재조에서 활동하는 인물로는 이용훈 대법원장, 이공현 헌법재판관, 손용근 특허법원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광주고 출신 법조인 중에는 고중석 전 헌법재판관, 천경송 전 대법관을 비롯해 박상천·김태정·심상명 전 법무부장관이 눈에 띈다.

2006년 6월19일 17대 국회의장으로 임채정 의원이 취임했을 때 이용훈 대법원장과 서중-일고 동기 동창 사이라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중·고교 동기 동창생이 같은 시기에 입법부와 사법부의 수장을 맡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런 사례가 나타나기 어려운 희귀한 일이었다. 전남 보성 출신인 이원장과 나주가 고향인 임의장은 1956년 서중, 1959년 일고를 같이 졸업했으며, 고교 2학년 때는 같은 반이기도 했다. 고교 시절 이원장은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은 우등생이었고, 임의장은 중·상위권 성적에 문예반 활동을 하는 등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품이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광주일고가 설립되기 전 경쟁 상대 없이 유일하게 최고 명문학교의 자리를 누렸던 광주고는 광주일고가 생기고 난 다음에도 몇 년까지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광주고로 진학의 길을 택하던 광주서중 졸업생의 흐름이 관성적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윤일영 전 대법원 판사, 윤관 전 대법원장,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손수익 전 교통부장관이나 김중배 전 MBC 사장도 같은 사례이다.

그러나 광주일고가 개교하고 난 다음에도 종전처럼 서중 졸업생들이 광주고로 계속 몰려가자 교장이 제동을 걸었다. 당시 광주일고와 서중을 한 사람의 교장이 맡고 있었기에 서중 출신의 우수 학생들을 한 울타리 안에 붙잡는 데 힘을 쏟았던 셈이다. ‘본교’라는 개념이 이때 생겼다고나 할까. 이때부터 상황은 급전되었다.

   

   

광주학생운동의 발원지라는 자부심 강해

   
▲ 광주고등학교
ⓒ광주고등학교 제공

한편, 서중을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한 학생들도 많다. 서중-경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과해 내무 공무원으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은 국회의원인 최인기씨가 그렇고, 이준보 전 대구고검장도 서중-경기고-서울대 법대의 코스를 밟았다.

광주고 출신인 장재식 전 산자부장관의 형인 장영식 전 한국전력 사장은 서중을 졸업하고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를 수학했다. 그래서인지 광주일고를 다니지는 않았더라도 광주서중 출신이라면 포괄적으로 동류 의식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밖에도 광주일고 출신의 수재들로 최인기·김효석·이낙연·심재철 의원 등이 두각을 보이며, 조홍규 전 관광공사 사장도 명석한 인물로 꼽힌다.

광주일고 출신의 언론인 가운데는 강천석 주필-송희영 논설실장-오태진 논설위원이 조선일보의 논조를 지키는 라인을 형성하고 있어 눈에 띈다.

금융계-재계에서는 손성원 전 한미은행장,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들이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다.

광주고 출신 중에는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상천 의원과 박주선 의원이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관계에서도 많은 장관이 족적을 남겼다.

광주일고 출신의 문학인으로는 <서편제>의 작가 고 이청준씨가 있다.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도 일고 출신이고,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동국대 국문과 석좌교수는 광주서중을 다녔다. 미술계에는 환경 디자인을 전공한 황영성 조선대 미술대 교수가 있다. 소설 <걸어서 하늘까지> <타오르는 강> 등을 쓴 문순태씨는 광주고 출신이다.

   

두 학교의 학풍이나 학생들의 스타일에는 대비되는 나름의 색깔이 있다. 광주일고 학생들이 반짝반짝하고 빼어난 수재 스타일에 어디가서나 1등의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면, 광주고 출신들은 수더분하고 끈끈하게 결속력이 강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와 지적에는 대체로 양측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듯하다. 그것은, 광주일고의 경우 광주 시내에서 성장하고 초등학교를 마친 수재들이 서중을 거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광주고에는 전남도 내의 여러 각 시군에서 1~2위를 다투던 수재들이 문을 두드리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광주고 출신의 한 변호사는 두 학교의 기질적 특성에 대해 “마치 서울대와 고려대의 차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풀이한다. 서울대 학생은 개개인이 각개약진하고 고려대학생은 서로 의논하고 협력하려 하면서 강한 응집력을 갖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광주고는 광주에 있는 총동창회 말고 재경동창회까지도 4층짜리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두 학교의 기질적 특성은 광주 시내의 명문 여고로 꼽히는 전남여고와 광주여고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광주일고 출신과 전남여고 출신의 혼인을 최고의 커플로 꼽는 분위기와 전남여고 출신들이 서울로 유학해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일고 교정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이 우뚝 솟아 있다. 1954년 6월10일 제막된 탑 전면에는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휘호가 새겨져 있다. 1929년 10월31일 나주역에 도착한 광주발 통학 열차에서 내린 일본인 중학생들은 광주여자고보 학생들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광주고보 학생이 제지하려 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를 일본 경찰들이 편파적으로 처리해 광주고보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1929년 11월3일은 일요일이자 메이지 천황의 생일을 축하하는 명치절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이 조선인에게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을 기리는 음력 10월3일 개천절이었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불러 일본 천황의 생일을 축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조선인 학생들은 침묵을 지켰다. 이어 하굣길에 일인 학생들과의 충돌을 불공정하게 보도한 광주일보를 찾아가 항의했다. 이어 11월12일 광주고보 학생들은 광주농고 학생들과 힘을 모아 반일 유인물을 만들어 돌렸다. 당시 광주여자고보 여학생들도 시위에 가담했으며 광주고보, 광주농고, 광주여자고보 학생들은 동맹 휴학으로 항거했다. 일본 당국은 2백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검거했으며, 학교측은 무기정학과 퇴학의 징벌을 가했다. 이렇게 일제에 항거해 광주학생운동을 이끈 광주고보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광주일고 학생들의 마음속에 뿌리 내리고 있다.

   

 

2005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고졸 학력의 9급 공무원 출신이 차관급인 청와대 인사수석에 기용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완기 수석은 광주동중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광주고를 수석 입학한 수재였으나 중학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장의 짐을 지게 되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의 길로 접어들었다. 9급(지방행정서기보)직에 다시 한 번 1등으로 합격해 면서기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성실성과 근면성으로 구례·나주 군수를 거치면서 ‘일벌레’라는 별명을 얻었다. 내무부의 꽃인 행정과장에 올랐고 전남도·광주시 기획관리실장, 광주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한 끝에 마침내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에 발탁되었다. 이는 고시 출신과 학벌 위주의 공직 인사 관행을 깨고 실력 위주로 사람을 쓰겠다는 노대통령의 인사 방침이 반영된 것이기는 했지만, 하위직 공무원이나 저학력자에게 희망을 안겨준 자극제였음에는 틀림없다.

광주고에는 똑똑한 학생들이 육군사관학교로 많이 진학하는 흐름이 있다. ‘하늘의 별따기’라는 별자리를 많이 길러냈고, 그중에는 4성 장군도 두 명이나 된다.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대장)은 육사 졸업 후 미국 웨스트포인트에서 수학한 지장이다. 김선홍 전 육사 교장과 김윤석 전 특전사령관이 별 세 개를 달았고, 이들보다 후배인 백군기 전 3군사령관이 또 한 번 대장의 자리에 올랐다. 육사 교장이 광주고측에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보내줘 고맙다”라는 내용의 감사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이해될 만하다. ‘꼿꼿 장수’로 국민의 사랑을 받은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은 광주일고 출신이다.    ※ 다음 호부터는 ‘서울대 인맥’을 싣습니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한반도 2018.09.20 Thu
김정은의 서울 방문, 가장 극적인 이벤트 될 것
사회 > 지역 > 영남 2018.09.20 Thu
연극계 ‘미투’ 이윤택·조증윤, 유죄 선고 잇따라
Health > LIFE 2018.09.20 Thu
초기 전립선암, 수술 없이 초음파로 치료
연재 >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2018.09.20 Thu
갈수록 진화하는 무인 상점…암호 하나로 모든 쇼핑을
지역 > 경기/인천 2018.09.20 Thu
이재명 경기지사, 정부 일방주도 주택정책에 제동
경제 2018.09.20 Thu
[단독] 현대리바트, 가구 원산지 ‘은폐 의혹’에 입주민 ‘분통’
경제 > 연재 > 큰 은행의 작은 컨설팅 이야기 2018.09.20 Thu
 경영진에 직원의 언어를, 회사에 고객의 언어를 통역해서 알려주는 게 컨설팅 역할
경제 2018.09.20 목
외국계 증권사에 휘둘리는 한국 반도체
국제 > 한반도 2018.09.20 목
“평양 정상회담은 ‘허위 회담’” 美 매체의 혹평, 왜?
국제 2018.09.20 목
한국도 두손 들게 만드는 영국의 치열한 대입 경쟁
경제 2018.09.20 목
전기차 경쟁 뒤에 숨은 충전기 표준화 전쟁 가열
사회 2018.09.20 목
‘쿵쿵쿵’ 명절에 폭발하는 층간소음 갈등
한반도 2018.09.19 수
문대통령이 워싱턴에 전할 ‘플러스알파’ 메시지 주목
한반도 2018.09.19 수
北 동창리 발사장 폐쇄 “비핵화 본질적 측면선 무의미
정치 > 포토뉴스 2018.09.19 수
[동영상] 문재인-김정은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LIFE > Health 2018.09.19 수
추석 때 집중되는 비브리오 패혈증…상한 어패류 조심 또 조심
한반도 2018.09.19 수
[팩트체크]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정상은 합의했지만…
사회 2018.09.19 수
죽은 퓨마가 가죽 대신 남긴 교훈 ‘매뉴얼 마련’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