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정확한 선제 대응으로 금융 위기 수렁에 빠진 한국 경제 ‘구조’
  • 이철현 (lee@sisapress.com)
  • 승인 2009.12.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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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장, 적절한 통화금융 조치로 찬사 모아…한은법 개정되면 힘 더 커질 듯

ⓒ시사저널 유장훈

<시사저널>은 경제 분야 올해의 인물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선정했다. 이성태 총재는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발발한 세계 금융 위기 와중에 금리 인하와 통화 확대를 선제적으로 단행해 한국 경제가 금융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기준금리를 2.0%로 낮춘 뒤 10개월 동안 유지하고 있다. 이성태 총재마저도 지나치게 낮은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으나 초저금리 정책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맞물려 한국 경제가 가장 빠르게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성태 총재는 시장 혼란이나 동요가 돌발적으로 발생하면 어김없이 개입한다. 지난 10월6일 호주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작스럽게 올리면서 유가증권 시장과 자금 시장이 동요하자 이성태 총재는 “한국과 호주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일갈하며 시장 혼란을 잠재웠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인지 집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자 자산 시장 거품을 내세우며 금리를 조기에 올릴 뜻을 비치기도 했다.

이성태 총재는 한국은행법 개정과 관련해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맞서고 있다. 한은에게 금융 기관 단독 조사와 검사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은개정법이 국회에 심의되고 있다. 국회 재경위는 올해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여야 대치로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은은 통화신용 정책을 주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정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행은 재정부 남대문출장소’라는 비아냥거림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글로벌 파이낸셜>의 30개국 중앙은행장 평가에 ‘A학점’받아

이성태 총재는 임기제 총재답게 정부와 생각을 달리하면 자기 생각을 여지없이 밝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월10일 ‘한국경제의 현 좌표 및 향후 과제에 대한 민관 토론회’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 5%, 신규 취업자 20만명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내년 재정 지출을 ‘조기에’ ‘늘려서’ 집행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같은 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우리 경제가 5% 성장한다는 전망에 비하면, 현 기준금리는 엄청나게 낮은 수준이다. 하루아침에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수는 없으나 정상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출구 전략이라 일컫는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성태 총재가 탄력적으로 실행한 통화금융 조치들은 전세계 금융 전문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미국 금융 전문 월간지 <글로벌 파이낸스>는 지난 9월 30개국 중앙은행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 위기 대처’ 관련 평가에서, 이성태 총재와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7명에게 A학점을 주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C학점을 받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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