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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일기예보’?, 과연 맞을까

현대 과학으로 본 점성술·토정비결·사주팔자의 신빙성 / 운명론 아닌 인생 관리학으로 생각해야 좋을 듯

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ㅣ 승인 2009.12.29(Tue) 15: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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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한 해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점집 앞을 서성이는 발길이 이어진다. 미래의 길흉화복에 궁금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늘 어수선하고 사람의 마음은 약하다 보니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일들을 점에라도 기대어 알아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해에 일어날 이런저런 일들을 연초에 재미삼아 보는 것이 세시풍속처럼 되어버린 지 오래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점성술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성술을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40%나 된다.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점성술은 정말 과학적인 것일까?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직할 때 그의 부인이 남편의 국사를 결정하는 길일을 택하기 위해 점성가와 상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기독교가 발전한 서양에서도 점성술은 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천체의 움직임이 인간의 생활과 자연을 지배하므로 인간의 운명도 천체의 움직임이 결정짓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점성술사를 두고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점을 쳤다.

점성술은 하늘의 별을 보고 운수를 점친다. 별의 빛이나 위치, 운행 따위를 보고 개인과 국가의 길흉화복을 점친다. 특히 사람이 태어난 때에 태양이 황도 12궁 가운데 어느 궁에 있었는지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황도 12궁은 천구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 위에 위치한 12개 별자리를 말한다. 태양, 달, 행성들은 언제나 같은 길, 즉 12개의 별자리 앞을 지나간다. 이들 별자리는 12개밖에 없다. 따라서 인류의 12분의 1이 모두 같은 운명이라는 셈이다. 확률 면에서 따져보아도 잘 맞을 것 같지 않은데, 많은 사람이 꽤 열심히 점성술을 본다.

황도 12궁은 황도대를 30° 폭으로 12등분해 춘분점을 기점으로 양자리에서 시작해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의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춘분점은 황도와 하늘의 적도가 교차하는 점으로 적경 0h, 적위 0°가 되는 천구 좌표의 기준점이다. 이날에는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고 봄이 시작됨을 의미하며, 이후 태양은 하늘의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올라온다.

중국 역법에서는 동지가 달력 계산의 기준이었으나, 서양에서는 춘분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춘분점을 기준으로 별자리 순서를 정하고 있다. 황도 12궁은 순전히 서양에서 전래되어온 것으로, 중국에는 없었던 것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하늘의 북극과 달이 별자리를 정하는 기준이었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27.3217일 동안 하루씩 달이 이동해가는 천구상의 위치를 기준으로 28수가 정해져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황도는 왜 12부분으로 나누었을까? 이것은 황도상을 태양이 한 바퀴 도는 동안 보름달이 12번 나타나기 때문이다. 1년이 12개월인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렇다면 태양이 낮에만 보이는데 그 뒤의 별자리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태양은 황도상의 어딘가에 위치하지만 그 방향에 있는 별자리는 밝은 대낮의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달을 통해 간접적으로 태양의 위치를 파악해서 황도상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보름달일 때, 특히 월식이 일어날 때 태양은 달과 반대 방향으로 일직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 점성술, 경험적으로는 타당…과학의 잣대로 증명엔 미흡 

점성술은 태양계 행성에 숫자 외에도 성격을 부여했다. 황도 12궁은 태양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12가지의 ‘기질’을 의미하고, 10행성은 지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힘의 10가지의 ‘기능’을 상징한다. 그리고 12사(舍)는 가정생활이나 재산 문제 등으로 구별되는 삶의 12가지 현실적인 분야들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화성은 공격성, 목성은 야심과 냉철함, 금성은 관능성, 수성은 탐욕, 토성은 우울한 기질을 대변한다. 목성과 금성은 행운의 별, 화성과 토성은 불행과 재난의 별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컨대, 염소자리의 화성이 여섯 번째 집(서쪽 지평점으로부터 그 아래 30˚의 공간)에 있을 때 태어난 사람은 집요하고 조직적인(염소자리) 투쟁 정신(화성)을 요구하는 직업(6번째 집)을 갖기 쉽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간에 태양계의 행성들과 지구에서 바라본 은하계의 별자리들이 지상의 특정 장소를 둘러싸도록 작성한 그림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천궁도이다. 천궁도는 개인의 출생할 때 별자리와 운명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도표이다.

그래서 점성술사들은 출생 천궁도를 작성해 개인의 기질과 운명을 점친다. 말하자면 개인의 삶은 그가 태어난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몇 년 전 영국의 과학 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서도 사람의 기질이 계절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긍정적으로 다루어 눈길을 끌었다.

이를테면 1991?92년 시즌에 활약한 영국 프로축구 선수들의 경우 여름철보다 9?11월에 태어난 사람이 두 배 많다. 이는 가을철에 태어난 사람이 여름철에 태어난 사람보다 운동 기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의과 대학생들은 4?6월에 유난히 생일이 많다. 이 역시 4~6월생들에게 의사가 될 기질이 많다는 것이다. 몸무게와 키도 계절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혔다. 오스트리아 군대에서는 10년간 징집된 50만명의 18세 청년을 대상으로 평균 키를 조사했는데, 봄철인 3?5월에 출생한 남자가 가을철인 9?11월생보다 평균 6㎜ 컸다. 모두 다 별자리와 관련해 기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계절적 영향을 가장 기이하게 받은 쪽은 과학자 세계이다. 영국의 과학 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진화론 등 논쟁의 소지가 많은 이론을 남보다 먼저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대부분 10?4월 사이에 태어났음이 드러났다. 물론 서양 과학자들에 한해서다.

과학자들은 또, 황도 12궁에 맞춰 계절 요인이 개인의 질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12?4월에 태어난 사람이 정신분열증이나 조울병과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는 태어난 계절에 따라 당뇨병이나 관절염, 심장병에 걸릴 확률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1929년부터 70년간 정신분열증과 조울병에 관련해 발표된 미국 문헌을 토대로 확률 자료를 만들었다. 점성술의 영역에 머무르던 계절 요인이 의학의 연구 대상으로 넘어간 셈이다.

밤하늘의 별을 읽고 인간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점성술로 복잡한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을 찾으려 하고, 과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 점성술을 토대로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과 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이 시작되었으니, 점성술과 과학이 그리 먼 관계는 아니다. 점성술의 타당성은 경험적으로는 충분히 입증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 현대 과학의 잣대로 증명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 토정비결, 연·월·일 1백44개 조합…표본 적은 것이 흠

우리나라에서도 붕어빵 속의 단팥처럼 빠질 수 없는 연중 행사 중 하나가 토정비결을 보는 것이다. 운세는 믿을 것이 못 된다는 통념에도 토정비결은 여전히 인기 있다. 흥미 삼아 본다고 하지만, 내심 결과가 좋기를 바라는 마음에 은근히 궁금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침대만 과학이더냐? 토정비결도 과학이다”라며 역술가들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적용해 작성된 토정비결의 값을 내놓는다.

토정비결은 일종의 확률이다. 사주팔자를 기본 데이터로 해서 간단한 계산 방식에 의해 미리 규격화된 운세 자료에 자신의 1년 운세를 적용시켜보는 약식 운명 감정서이다. 태어난 시간을 무시하고 해, 달, 일 세 개만을 간추려 단순하게 계산해 점을 친다.

실제 토정비결의 점괘 종류는 모두 합해봐야 1백44가지에 불과하다. 각 점괘의 번호는 세자릿수이다. 100의 자리는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한 수로 1부터 8까지이다. 10의 자리는 1부터 6까지인데 음력으로 출생한 달을 기준으로 한 수이다. 마지막으로 1의 자리는 음력으로 출생한 날을 기준으로 한 1부터 3까지의 수이다. 이 경우들을 모두 고려하면 8×6×3=1백44개의 점괘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첫 번째 괘는 111이고, 마지막 괘는 863이 된다. 1백44개의 점괘로 보는 토정비결은 과학보다는 수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토정비결은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어 누구든 어렵지 않게 점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한 만큼 표본이 너무 적어 같은 점괘를 얻는 사람의 수가 많은 것이 탈이다. 토정비결에 따른다면 40명 중 같은 운명을 지닌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다는 얘기가 된다.

▒ 사주팔자, 태어난 ‘시점’이 운명 결정…근거 빈약해

   
▲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에서 점술가 진충호씨(오른쪽)가 민속촌 관리인들에게 토정비결과 함께 손금도 봐주고 있다.
ⓒ연합뉴스

사주팔자는 태어난 시점을 바탕으로 인간의 미래를 점치는 동양의 점법이다. 인간이 점을 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으레 신에게 부탁하거나 점을 쳤다. 여기에는 한결같이 운명은 초인적인 존재, 이를테면 신이나 하늘이 이미 정해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모든 자연에는 주기가 있는데, 인간의 운명 또한 자연과 더불어 변해간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 사주팔자이다.

사주(四柱)란 사람이 어느 해(年), 어느 달(月), 어느 날(日), 어느 시(時)에 태어났는가 하는 네 가지 데이터를 말하는데, 이 뒤에 두 개의 글자로 된 ‘간지(干支)’가 붙어(4×2=8) 팔자를 이룬다. 따라서 ‘사주를 본다’고 하는 것은 팔자(八字)만을 통해서 그 사람이 타고난 신수, 즉 운명의 주요 부분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의 운명이 그가 태어나는 순간에 결정된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즉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여기서 시라고 하는 것은 2시간 단위로 묶은 시간 단위를 의미함)에 태어나는 사람은 일단 같은 운명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사주는 기본적으로 출생 당시의 천체들의 위치에 대한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생년·생시가 똑같은 사람은 사주가 같다. 출생 시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쌍둥이의 경우 완전히 같은 사주를 가질 수밖에 없다. 역술가들은 여기에 새로운 변수를 내민다. 같은 생년월일이라도 이름이 다르고, 태어난 장소가 다르다는 식으로 운명 결정 요인을 계속 늘려간다. ‘태원사주’는 임신 당시의 사주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사주에 나타나는 이 시점의 값이 다르다는 것은 결국 지구에 대한 해와 달의 상대적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이 위치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해서 우리 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일생을 좌우할 운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도 말한다. 수많은 사주 감정의 방법이 만들어지고 소멸했지만, 과학의 눈으로 보면 여러 면에서 근거가 빈약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과학의 어떤 분야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려는 과학자들도 있다.

과학적으로의 진위 여부를 떠나 사주나 토정비결, 점성술은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에서 무언가 믿음의 끄나풀, 희망의 싹을 발견하려고 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사주라는 것은 운명론이 아닌 인생 관리학이자 인생 예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인생사에서 100%는 없다. 하루 앞을 예견하는 일기 예보조차도 자주 빗나가지 않은가. 하지만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들었다면 우산을 준비하고 나가거나 아예 외출을 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사주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에 대비책을 세운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재미 삼아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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