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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북·미 대타협 가능성 보인다

2010년 한반도 정세 시나리오 / 남북 관계 유화적 국면으로 바뀌고, 정상회담도 ‘본격 협상’ 단계 진입할 듯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09.12.29(Tue) 16: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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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월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오찬 행사를 마친 뒤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맨 왼쪽 사진). 왼쪽 사진은 2004년 4월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긴장이 격화되었던 한반도 정세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완화되고 있다. 북·미 간 적대 관계 해소를 위한 양자 대화가 시작되었고, 남한 정부의 타미플루 50만명분 대북 지원 등 남북 관계에서도 일부 진전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을 제안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북한의 자세 변화를 전제로 한 남북 관계 복원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자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북한 지도부는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 해소와 후계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하는 등 내부 통제에 주력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한때 급변설이 대두되었고, 약관에 불과한 3남 김정은이 새로운 후계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2009년 한반도 정세는 이처럼 부침이 심했다. 2010년의 한반도 대격변이 예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반도의 최대 변수는 역시 ‘북핵’, 일괄 타결은 가능한가

2010년 한반도 정세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핵 협상의 진전 여부이다. 미국이 제안한 포괄적 패키지에 일괄 타결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급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포괄 협상이 성공할 것인가의 관건은 평화 문제에 관한 합의이다.

북한은 핵문제를 북·미 적대 관계의 산물로 규정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북·미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동기를 제거해야 폐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목표에 먼저 합의하고, 이에 이르는 그랜드 바겐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과거 협상과는 달리 먼저 북·미가 근본 문제 해결에 합의하고 6자회담을 통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로드맵을 만들어나가는 협상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구상을 제시하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보즈워스 미국 대북 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당시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중국의 4자회담 개최에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6자회담 틀 내의 별도의 포럼에서 4자회담을 열고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며 평화체제(새로운 평화 보장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볼 때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오바마 구상’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김일성 유훈’ 사이에 대타협이 이루어질 기회의 문이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있다. 북핵 포괄 협상은 냉전 질서를 평화 질서로 전환하는, 판이 바뀌는 큰 틀의 구조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구조 변화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사전 정비도 이루어지고 있다. 북핵 협상이 성공하느냐의 관건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진전 여부이다. 그동안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따른 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등을 우려해서 이를 서두르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이 이루어질 경우 평화협정 체결에 따른 미국의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북·미 포괄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 남북 관계 복원 및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될까

북한은 2009년 8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접견을 계기로 국면 전환의 결단을 내렸다고 공언하면서, 북·미 적대 관계 해소와 남북 관계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특사 조의 방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최고 령도자의 결단에 의한 북남 교착 타개이다”라고 밝히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남측 당국의 결단을 요구했다. 평양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어제까지는 반목과 대결의 길을 갔어도 궤도를 옳게 수정한다면 북남 관계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금후 사태 발전에 대한 평양의 일반적인 견해이다”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2009년을 ‘변이 나는 해’로 규정하고” “특사 조의 방문단의 청와대 방문을 계기로 이제는 ‘되돌리지 않는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조선신보, 2009년 8월 25일).

지도자 중심의 유일 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일의 결단은 정책으로 구체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10년 대남 정책은 유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고 3대 세습을 위한 안정적인 후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경제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은 북·미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남북 관계를 원상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입각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지만, 그 강도는 높지 않을 것이며 달라진 현실을 인정하고 남측의 이명박 정부와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임기 3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도 남북 관계 진전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고, 북측도 특사 교환 또는 정상회담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2009년 8월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을 방문한 북측 조문단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임태희 노동부장관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중순 임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과 비밀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7일과 14일 통일부 당국자가 개성에서 북측과 두 차례 접촉을 가졌지만 협상이 결렬되었다. 남측이 핵문제를 우선 의제로 하고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의제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일단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핵 문제, 인권 문제,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거론한 통일부와 현인택 장관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면서 핵문제 우선 해결론과 핵협상 당사자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우리 정부는 핵문제 우선 해결을 전제로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이중 접근(Two Track Approach)’을 근간으로 하는 그랜드 바겐의 대북 정책 기조를 2010년에도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북·미 양자 회담 또는 6자회담에서 북핵 해결과 관련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질 경우 남북 관계에도 관계 복원을 위한 새로운 진전이 있을 것이다. 

교착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이행 의지를 밝히는 문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해결, 대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 당국 간 대화 재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핵문제 우선 해결론에 비추어보더라도 북핵 협상에 진전이 있게 되면 남북 관계 진전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집권 3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도 남북 관계 경색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탐색전 단계에서 본격 협상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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