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줄 모르는 ‘바다이야기’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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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종현

넉 달 전, 기자에게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모처에서 사행성 게임장인 ‘바다이야기’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알아보니 보안이 보통이 아니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분이 확실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도록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출입 시간도 밤과 새벽으로 제한된다고 한다. 장소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봉고차가 등장했다. 업소 관계자가 봉고차를 이용해 고객들을 실어나르는데, 차를 타는 순간 수건으로 눈을 가린 후 게임장으로 간다.

끊임없는 단속에도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게임장은 여전히 주택가에서 성행하고 있다. 일단 돈이 되고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한 달 간 집중 단속을 해 2백 곳이 넘는 사행성 게임장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바다이야기’의 운영 수법이 더욱 교묘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동원되는 기발한 방법은 출입 통제만이 아니다. 컴퓨터 본체가 아닌 USB 메모리를 이용해 불법 게임물을 가동한다. 경찰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리모컨으로 컴퓨터 전원을 끄고 USB 메모리만 감추면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통로를 구불구불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전담반을 꾸려 ‘바다이야기’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한때 사라지는 듯했지만 변종이 등장하면서 ‘바다이야기’는 여전히 굳건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게임은 중독이다. 지금까지 의학적인 치료보다는 개인의 의지로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분당 서울대 병원은 게임 중독이 의학적 질환임을 처음 규명해냈다.

전문가들은 “사행성 게임장을 뿌리 뽑으려면 단속만이 해법은 아니다. 게임장을 찾는 ‘게임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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