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유가족들의 든든한 ‘보디가드’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1.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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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국 목사

ⓒ연합뉴스


용산 참사 사태가 지난해 12월30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특히 종교인들의 역할이 컸다. 그들 가운데서도 유독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아해 온 종교인이 있다.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이하 대책위) 기독교 대표인 최헌국 목사(46)가 그이다. 최목사는 유가족들 사이에서 보디가드이자 아버지로 통한다.

최목사는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월19일부터 현장을 지켰다. 유가족들 뒤에는 늘 최목사가 있었다. 용산 참사 초기에 항의하는 유족들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할 때면 그는 늘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최목사는 “종교인이 있을 때에는 경찰들이 폭력 진압을 좀 자제하다가 우리가 없으면 강경한 태도로 돌변했다. 이 때문에 새벽에 두 번 정도 집에서 뛰쳐나와 폭력 진압을 막은 적도 있다”라고 회고했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최목사는 유가족 자녀들이 유독 눈에 밟혔다고 한다. 고 윤용헌씨의 아들인 윤상필군(19)이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실명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백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울대병원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수술을 받았고, 윤군은 시력을 되찾았다.

이 일로 그는 다른 유가족 자녀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장학 사업에 뛰어들어 1천만원을 모았다. 그는 지난해 12월25일 이 돈을 24명의 유가족 자녀들에게 전달했다.

3백45일 동안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뛰어다닌 그이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했다. 용산 참사로 구속된 이들의 석방 문제이다. 그는 “진정한 화해와 소통·통합은 구속자들이 석방되어야만 가능하다.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치르는 1월9일까지 반드시 해결을 보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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