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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둘러싼 강온 대립 있었다”

남북 관계에서 ‘온건파’ 임태희 비선 급물살 타자, ‘강경파’에서 급제동…현인택 장관 “통일부가 주무 부서”

감명국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1.12(Tue) 18: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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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새해 정국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뉴스뱅크 이미지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북한측과 비밀 접촉했다. 이어서 11월에는 통일부의 한 간부가 개성에서 북한측과 접촉했다. 남북한 간의 물밑 접촉이 순차적으로 제법 활발하게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두 차례의 만남은 그 성격이 판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분위기는 한없이 따뜻했지만, 개성의 분위기는 퍽이나 냉랭했다는 것이다. 경인년 새해 벽두부터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연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될 수도 있었다”라는 말이 들려온다. ‘신중론’이 ‘추진론’에 강한 제동을 걸면서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이른바 강경파와 온건파가 갈등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현재 대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강경파이다. 과거 대선 캠프 시절부터 MB에게 대북 정책 자문을 해 왔던 친위 그룹들은 여전히 강경한 시각을 유지한 채 주변에 포진해 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도 여전히 강경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를 너무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온건파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임태희 장관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역시 힘에서 현저히 밀린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 한때 무르익었던 남북 간의 물밑 접촉은 온건파가 강경파에 밀려나면서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참여정부 시절 활약했던, 북한 정보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가 1월7일 기자에게 귀띔한 말이다. 이 인사의 말 말고도 강온파가 대립하고 있다는 얘기는 그동안 여러 군데서 들려왔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한 연구소의 연구위원은 “우리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월간지 <민족21>은 2010년 1월호에서 ‘(싱가포르 비밀 접촉이 끝난 후) 임장관은 결과 보고를 하면서 남측의 제안을 일부 수정해서라도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푸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안보팀 내부의 반발은 의외로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20일 MBC는 ‘남한측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접촉했다’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틀 후 KBS는 ‘접촉 장소가 싱가포르였다’라며 좀 더 구체적으로 보도했고, 11월10일 CBS는 ‘남한측의 인사가 임태희 노동부장관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추가 폭로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극비리에 진행된 이같은 접촉 사실이 어떻게 며칠의 간격을 두고 계속 언론에 하나씩 흘러들어 갔을까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내막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 대북 정책에서 임태희 노동부장관(맨 왼쪽)은 ‘온건파’, 현인택 통일부장관(왼쪽)은 ‘강경파’로 대립하는 양상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유장훈

처음에는 국정원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3차장 산하의 대북 접촉 전담 부서인 ‘대북전략국’이 공중 분해되면서 이 관계자들이 불만을 품고 비선(秘線)이 대북 접촉을 한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새로운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온파 간의 대립과 갈등 구조에서 새어나왔다는 것이다. 즉, 임장관 등 온건파가 남북 비밀 접촉을 주도하는 것을 마땅찮게 바라본 강경파측에서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학계 인사는 “실제 임장관이 비밀리에 북측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실상 임장관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후 통일부가 다시 대북 접촉을 주도하면서 한때 훈풍이 부는 듯했던 남북 관계는 11월 이후 다시 급격하게 냉각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한 달 동안 현인택 장관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적 발언을 거칠게 쏟아냈다. 현장관 역시 여러 차례 “대북 창구는 통일부로 단일화해야 한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현장관은 1월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선’인 임장관의 대북 접촉에 대한 입장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답하면서 “통일부가 대북 관계 주무 부서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다”라고 밝혔다.

국내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대통령을 둘러싼 강경파 그룹인 이른바 ‘MB 네오콘’을 주목한다. 전면에는 현장관이 나선 형태이지만, 막후 인물로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청와대 김태효 비서관이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이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때부터 대북 정책에 대해 자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비서관과 몇 차례 접촉했다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한 연구소의 연구위원은 “김비서관은 대통령의 신임이나 대북 정책의 영향력 면에서는 오히려 외교안보수석이나 통일비서관을 능가한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일관성을 갖고 대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는 이대통령의 대북 철학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김비서관은 지난해 12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서 결과가 안 좋으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온건 성향의 류우익 주중 대사 ‘새로운 역할설’ 나와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항상 강경파와 온건파가 양존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조율하는 기능이다. 과거 정부의 사례에서는 NSC라는 기구가 있어 여기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했다. 지금의 정부에는 그런 조율 기구가 없다 보니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인데, 지금의 이대통령에게는 그런 점이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런 가운데 새해 들어 류우익 신임 주중 대사를 주목하는 시각이 많아서 관심이 모아진다. 대체적으로 류대사는 무색무취의 ‘중도’라는 평가를 받지만, 일각에서는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대통령의 신임도 꽤 두텁다. 무엇보다 류대사가 지난해 말 베이징으로 떠나기 직전, 남북 정상회담 등과 관련해 주변에 많은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주중 대사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가장 신임을 받는 측근이 가는 자리이다. 지금의 최진수 대사가 그렇다. 김정일과 바로 연결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라고 밝혔다. 만약 베이징에서 류대사와 북한 최대사 접촉이 성사된다면, 이는 새로운 또 하나의 핫라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해 들어 부쩍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조성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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