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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치 논리 그리고 민의

성병욱 / 세종대 교수·언론홍보대학원장 ㅣ | 승인 2010.01.19(Tue) 19: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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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성격 수정을 놓고 여야 간은 물론,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의 날 선 대립이 여전하다.

원안을 고수하는 측은 국토의 균형 발전과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신뢰 정치를 내세운다. 그 저변에 영·호남 지역 대립 구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 온 충청 민심을 아우르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충청도 표의 향배가 위력을 발휘했다. 김대중 후보는 DJP 연합을 통해 정권 교체의 숙원을 이루었고, 노무현 후보는 충청도 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를 좀 보았다”라고 술회했을 정도이다. 이 두 차례의 선거에서 내리 실패한 이회창씨가 왜 지금 세종시 원안 고수 전열의 선두에 서 있겠는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충청 민심이 호의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정치권 찬반 구도는 움직이기 어렵다. 설혹 여당 내 개별 설득으로 수정안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해도 2012년 대선에서 그것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처럼 한나라당의 승리가 대세인 상황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충청 민심을 의식해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다짐했다. 그보다 판세가 더 좋기 힘든 상황에서 야당이 행정복합도시 원안 회귀를 들고 나올 때 과연 여당 후보가 충청 표의 일부 이반을 각오하고 수정안을 고수할 수 있을까.

이렇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세종시 수정 시도는 승산이 작아 보인다. 소속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한나라당의 당론 변경, 국회 입법, 2012년까지 세 차례의 선거 등 굽이굽이 첩첩산중, 하나같이 어려운 과정들이다. 여야 정당, 국회 등 정치권을 통한 길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길은 희미하게나마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 쪽에서 열릴 기미가 느껴지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직후에 나온 언론 기관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행정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교육 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정부안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이, 잘못했다는 쪽보다 10% 포인트 정도 앞선다. ‘잘했다’가 압도적인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경남·강원·제주가 ‘잘했다’는 쪽이고, 대전·충청·광주·전라가 ‘잘 못했다’는 쪽이며 대구·경북에서는 찬반이 팽팽하다.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정치의 지역 대결 구도에서 전통적으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수도권과 충청권 민심이 대립하는 형세이다.

정당과 대망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전통적인 지지 기반 외에 비교적 중립적인 수도권과 충청권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여기에 세종시 문제 해답의 실마리가 있다. 만일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수도 분할 반대나 세종시 수정안 찬성 여론 분위기가 폭발하기라도 한다면, 설혹 충청권의 수정 반대 분위기에 변함이 없어도 반대 진영의 전열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도권의 수정안 지지 열기는 고조되지 않고 세종시 특혜에 대한 다른 지역의 반발이 커지면 반대 전열이 공고해질 수도 있다.

이제 각 정치 세력은 일정 기간 대국민 홍보와 설득을 한 뒤 국민의 뜻을 측정해, 그 결과에 순응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국민의 의견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두 달 전 본란에서 제시한 국회 주관의 대규모 여론조사나 국민투표를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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