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C “암 예방·치료에도 효과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1.1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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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연구팀 의료진들의 임상시험 등 통해 가능성 확인

ⓒ일러스트 박현정

지난 1976년 세계 의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비타민C가 말기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그 이전에도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제가 감기 등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노벨 화학상까지 받은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 박사와 스코틀랜드 의사인 이완 캐머런의 당시 연구 결과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루 10g의 비타민C를 복용한 말기암 환자 100명의 수명이 일반 말기암 환자보다 3~4배 길다는 결과였다. 이에 대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환자 선정 등의 문제를 이유로 들어 즉각 반박했다. 또, 미국 최고 의료 기관 중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이 동일한 임상시험을 했지만, 비타민C가 말기암 환자의 생명 연장과는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연구 결과의 파장은 오히려 일파만파로 번졌다.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암 재발이나 전이를 확실하게 막아내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타민C의 항암 효과는 연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던 것이다. 학계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놓는다면 인류 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후 동물 실험에서 비타민C의 암 치료 효과는 수없이 밝혀졌다. 하지만 정작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 미국 ‘국립암연구소저널(JNCI)’에 실린 연구 결과는 비관적이기까지 하다. 하버드 의대 브링햄 여성병원 예방의학과의 제니퍼 린 교수가 8천1백71명의 여성에게 매일 비타민C(5백mg), 비타민E(6백IU), 베타카로틴(50mg)을 투여하고 약 9.4년 동안 추적한 결과, 6백24명이 암에 걸렸고 1백76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특히 비타민C를 투여한 환자와 일반인의 암 발생 위험도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 한 소비자가 지난 1월15일 서울에 있는 한 대형 마트의 비타민 판매대에서 비타민 제품을 고르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박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논문 수십여 편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A·C·E, 베타카로틴, 셀레늄과 같은 항산화제를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할 확률이 5% 높게 나타났다. 이론적으로는 항산화제가 불안정한 활성산소를 안정시키므로 질병이나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비타민제를 추가로 복용한다고 해서 암을 치료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비타민C가 암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여럿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25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암 정복 포럼’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염창환 가톨릭의대 완화의학과 교수는 암 환자에게 정맥 주사로 비타민C를 투여하자 암 재발 방지, 암 치료 부작용 감소, 생존 기간 연장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염교수는 발표 현장에서 “무작위 비교 시험(RCT)이 아니므로 의학적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비타민C로 암을 치료할 가능성은 확인한 셈이다. 앞으로 국가 차원에서 비타민C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혈중 비타민C 농도, 암 치료 효과와 관계 깊다”

그 밖에도 비타민C가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많다. 4~5년 전 서울대병원은 유방암을 절제한 환자 2~3명에게 매일 비타민C 50g씩을 투여한 결과 수술 후 경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으며 재발도 없었다고 한다. 또, 암 수술 환자에게 비타민C를 정맥 주사로 투여한 결과 수술 부위가 빠르게 아물고 항암제와 방사선의 부작용도 줄어들었다.

암 치료에 비타민C가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중 비타민C 농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타민C를 정맥으로 주사해야 한다. 알약을 섭취하는 것으로는 혈중 비타민C 농도를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 당뇨병·소화기병·신장병 연구소의 세바스챤 파다야티 박사는 2004년 19~27세 성인 17명을 대상으로 3~6개월 동한 진행한 연구를 통해 그 차이를 증명했다. 알약을 투여하는 그룹과 정맥 주사를 놓는 그룹으로 나누었고, 비타민 투여량도 단계별로 높였다. 그 결과 알약은 아무리 섭취해도 혈중 비타민C 농도가 2백μmol(마이크로 몰)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맥 주사를 맞은 사람의 혈중 비타민C 농도는 비타민C 투여량에 따라 증가했다. 비타민C 0.2g을 투여할 때 2백μmol이던 혈중 비타민C 농도가 1.25g을 투여하자 1천μmol을 넘어선 것이다.

강재승 서울대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혈중 비타민C 농도는 암 치료 효과와 관계가 깊다. 진행 속도가 빠른 악성 종양인 흑생종(피부암의 일종)에 비타민C 농도를 10mmol(밀리 몰)로 올리자 4시간 만에 사멸되었다. 이 결과에 대해 혈중 농도가 10mmol까지 상승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그러나 정맥 주사로 100g의 비타민C를 투여하면 혈중 비타민C 농도를 17mmol까지 올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비타민C의 투여량을 올리면 암 치료뿐만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우리 몸에는 하루에도 5천~1만개의 세포가 암으로 변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음식이나 화학약품 등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는 정상 세포의 DNA나 RNA를 변형시켜 암 세포로 만든다. 이런 활성산소를 비타민C가 흡수함으로써 암 세포의 발생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책임지는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비타민C가 한다. 

암 치료와 달리 암 예방에는 정맥 주사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일반 알약이나 액상 형태의 비타민C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국내 비타민C 전문가로 통하는 이왕재 서울대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암 예방을 위해 하루 6천mg(6g)의 비타민C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통해 3백mg의 비타민C를 섭취하므로 비타민C제를 추가로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왕재 교수는 “음식만으로 비타민C를 섭취할 때 혈중 비타민C 농도는 70~80μmol이다. 이를 100μmol 이상으로 유지하면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서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이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사람은 끼니마다 2천mg(2g)씩 3차례, 모두 6g을 섭취하면 된다. 비공식적이지만 15~2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비타민C 알약 2g을 투여한 후 약 2시간 만에 혈중 비타민C 농도가 최고치인 1백30μmol에 도달했다. 이후 6시간 동안 서서히 그 농도가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 박현정

액상이 알약보다 혈중 농도 더 빨리 높여

비타민C제는 알약과 액상 형태가 있다. 두 가지 모두 혈중 비타민C를 높이지만, 최고치(peak)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다. 서울대 의대 팀이 11명을 대상으로 액상 비타민C 1천4백70mg(2백10ml)을 투여하자 62μmol이던 혈중 비타민C 농도가 최고치인 1백63μmol까지 도달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반면, 13명에게 알약(3천mg)을 투여했을 때는 혈중 비타민C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등산이나 골프 등 유산소 운동 전에 액상 비타민C를 섭취하면 효과적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많아진 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상으로 섭취한 비타민C의 혈중 지속 시간은 알약보다 짧다. 지속 시간을 오래 유지하는 데는 알약 형태의 비타민C가 유리하다. 다만, 수산염 결석 환자는 10만명 중 한 명꼴이므로 흔하지는 않지만, 비타민C를 과잉 복용할 경우 증세를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편이 좋다.

암 치료뿐 아니라 암 예방에도 비타민C의 가능성은 확인되었다. 연구가 거듭되면서 암 예방을 위해 비타민C 섭취를 권장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많아져야 한다. 수천 명의 사람을 수십 년 동안 추적 관찰해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또, 기초 연구자가 비타민C 효과를 증명해도 현장에서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기존 항암요법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타민C를 이용한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수용하려는 의료진의 자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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