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수들 ‘리턴 매치’ 후끈
  • 조진범 | 영남일보 정치팀장 ()
  • 승인 2010.01.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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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시리즈 ‘2010 지방선거 현장을 가다’ ? 대구·경북·울산·경남 대구 김범일 시장, 여론 지지율 1위임에도 박근혜 전 대표 눈치 보기 바빠 안팎에서 비판

▲ 김범일 대구시장(왼쪽)과 대구시 전경(아래). 김관용 경북도지사(오른쪽). ⓒ연합뉴스


변수는 세종시이다. ‘세종시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오는 6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의 판도가 달라진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한나라당 경선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하면 무난하게 1위로 골인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 지지도와 관련한 지역 여론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영남일보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폴스미스’가 합동으로 실시한 신년특집(1월1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47.4%에 이르렀다. 민주당(4.4%)과 친박연대(2.1%), 민노당(1.5%) 등 야당의 지지도를 다 합해도 한나라당 지지도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친박계의 ‘안방’이라고도 불린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49.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러니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 도전하는 여권의 후보들은 박 전 대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친이계 성향의 후보조차 행여 박 전 대표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 대구시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지난 1월11일 대구시에서 논평이 나왔다. 그런데 논평의 주체가 김범일 대구시장이 아니라 기획실장이었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는 듯한 김시장의 행보를 못마땅해했다. 한 의원은 “한심하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또 다른 의원은 “대구시장 공천은 지역 국회의원들의 손에 달렸는데, 누구의 눈치를 보느냐”라고 일갈했다. 당초 친이계로 분류된 배영식 의원조차 최근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 찬성한다고 밝힌 터라 김시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물론 차기 대구시장 선호도 조사에서 김시장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영남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김시장은 33.0%를 차지해 다른 후보들을 멀찍이 따돌렸다. 한나라당 후보군 가운데 유승민 의원(9.0%)과 서상기 의원(6.8%)이 2위와 3위를 차지했고,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는 2.0%에 머물렀다. 현재 대구시장 도전에 뜻을 둔 한나라당 후보는 김시장과 서의원으로 압축된다. 유의원이나 박총재는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총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유총연맹 일에 전념하겠다. 지방선거에 뜻이 없다”라고 말했다.

야권 후보 중에는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무소속)이 8.0%로 가장 높았다. 최근 대구에서 치과를 개업한 이 전 장관도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래 진보신당 대구시당위원장(1.2%) 등 진보 성향 후보들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낮았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아직 후보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김시장과 서의원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맞붙는다면, 지난 2006년에 이어 리턴 매치가 되는 셈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는 김시장은 사실상 친이계로 분류되고, 서의원은 확실한 친박계 후보로 인식되고 있다. 서의원은 아직 확실하게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행보로 볼 때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세종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서야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 서의원의 복안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발(發) ‘세종시 전쟁’으로 서의원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박 전 대표가 공격을 받을수록 자연스럽게 친박계가 결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김시장은 일로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시장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는 조금 애매하다. ‘이전 시장 시절에 비해 지역이 발전되었다’는 대구시민이 25.6%로 ‘못하다(16.4%)’보다 조금 높았지만, 임기 중 지역 발전 성과에 대해 ‘성과 있다’라고 응답한 시민은 31.0%로 ‘별로 없음(60.6%)’의 절반에 불과했다.

■ 경상북도

대구시와 마찬가지로 리턴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6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김관용 지사와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의 2파전이 예상된다. 차기 경북도지사 후보 선호도에서는 김지사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김지사가 34.4%로 다른 한나라당 후보군인 정원장(6.2%)이나 권오을 전 의원(7.4%)을 가볍게 따돌렸다. 야권에서는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6.2%를 기록했다. 권 전 의원이나 박 전 장관은 현재로서는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권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다. 도지사로 출마할 계획이 없다. 행여 소문이 나돌까 지역의 행사에도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었던 박 전 장관은 “지방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없다. 더욱이 2006년에 민주당을 탈당했는데, 왜 자꾸 민주당 후보로 이름이 오르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현재 CHA의과학대 총장을 맡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장관을 지낸 권기홍씨가 국민참여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북 권역별 선호도 대결에서도 김지사가 정원장을 확실하게 누르고 있다. 안동 등 북부권에서 32.4%, 구미 등 중·서부권에서 39.3%, 경산 등 남부권에서 44.6%의 선호도를 보인 김지사는 정원장의 텃밭으로 불리는 포항 등 동부 연안권에서도 26.1%로 선두를 나타냈다. 포항시장을 역임한 정원장은 포항 등 동부 연안권에서 12.7%로 다른 권역에 비해 그나마 선호도가 높았다.

연임 및 교체에 대한 의견도 김지사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경북도민의 40.2%가 김지사의 연임을 희망했다.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라는 의견은 28.2%였다. 김지사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친박계와 친이계를 떠나 경북 지역 의원들이 김지사의 도정을 높게 평가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긴장감이 별로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정원장측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을 인정하면서도 경선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대구 수성구에 사무실을 마련한 정원장은 “경북이 젊어져야 한다”라며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했다.


▲ 박맹우 울산시장(왼쪽)과 김태호 경남지사(오른쪽).
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 선거는 6·2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흥행이 안 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말과 1월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소속의 박맹우 현 시장과 김태호 현 도지사의 독주 체제가 공고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친박계 성향이라는 점에서 공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 울산시

한나라당 소속 박맹우 현 시장이 당 안팎의 가상 대결에서 상대 후보와 큰 차이를 두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제신문이 지난해 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시장은 한나라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9.0%를 얻어 강길부 의원(5.6%), 김기현 의원(4.3%) 등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야권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13.3%), 진보신당 노옥희 시당위원장(7.5%), 민주노동당 김창현 시당위원장(7.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박시장은 야권 통합 후보와의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52.4%의 지지를 얻어 야권 통합 후보(22.4%)에 배 이상 앞섰다.

1월19일 발표한 한겨레신문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한나라당 경선은 박맹우 시장 34.9%, 강길부 의원 10.3%, 김기현 의원 7.3% 순으로 나타났으며, 민주당 경선에서는 송철호 전 위원장(25.6%)이 가장 높았다. 가상 대결에서는 박맹우 시장 53.9%, 송철호 위원장 12.7% 순이었다. 높은 지지율에도 박시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울산은 특히 한나라당 소속 5명의 의원 가운데 정갑윤 의원만 친박계이며 나머지는 모두 친이계 쪽이다. 박시장으로서는 지분 80%인 친이계 쪽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경상남도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한나라당 내 경선은 물론 야권 단일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경남신문이 올해 초 ‘큐앤에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 특집-도민 여론조사’ 결과, 김지사는 후보자 선호도에서 7명의 후보군 중 21.0%로 가장 높았고, 김 전 장관이 9.7%로 뒤를 이었다. 이어 박완수 창원시장,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순이었지만 모두 5% 이하로 변별력이 없었다.

국제신문이 지난해 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지사는 한나라당 후보 선호도에서 24.5%를 얻어 단연 선두였다. 2위는 박완수 시장(8.8%)이었다. 야당 후보 선호도에서는 김두관 전 장관이 24.1%로, 민노당 문성현 전 대표(7.1%)에 크게 앞섰다. 가상 대결에서도 김지사(40.2%)는 김 전 장관(28.6%)을 크게 앞섰다. 한겨레가 1월19일 발표한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도 같은 경향성을 보였다. 한나라당 경선은 김태호 지사 34.5%, 박완수 시장 13% 등이었다. 가상 대결에서는 김 전 장관이 제외되었기 때문인지, 김지사가 45.2%로 압도적이었다.

지난 2006년 선거 때도 경선 없이 공천 티켓을 거머쥔 바 있는 김지사는 현재까지는 순탄한 길을 걷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김지사는 허남식 부산시장, 박맹우 울산시장과 함께 친박계로 분류되는데, 친이계 쪽에서 이들 3명을 모두 용인할지 미지수이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 때 김지사가 정부에 각을 세우지 못한 점도 이런 불안한 정치 지형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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