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악재에 야권은 인물난 수도권 판도는 ‘안갯속’
  • 조진범 | 영남일보 정치팀장 외 ()
  • 승인 2010.02.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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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5대 관전 포인트 / 유시민·문재인 등 행보에 관심…세종시 문제·국민참여당 등도 변수

▲ 유시민 전 장관은 출마와 관계없이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시사저널 이종현

설 연휴가 끝나면 6월2일 지방선거도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를 중간 평가하는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4일 남경필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에, 정두언 의원을 지방선거 기획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발 빠르게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다섯 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01. 지방선거 판 흔들 다크호스 누가 있나?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다. 그는 현재 서울과 경기, 대구에서 모두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그의 공식 직함은 ‘국민참여당(약칭 참여당) 주권당원’이지만, 많은 사람은 ‘참여당=유시민당’이라고 생각한다. 참여당에 2만여 당원들이 몰리는 것도 유 전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참여당은 지난 1월 유 전 장관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적극 고려하라고 ‘당명’으로 제안했다. 그는 “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당장 그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참여당의 이름을 걸고 직접 뛰느냐, 아니면 ‘야권 연대’의 불쏘시개가 되느냐이다. 친노 인사 대다수는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가 크나큰 시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친노 동지’인 한 전 총리와 나란히 서서 끝까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당의 운명이 걸려 있는 지방선거에서 상품 가치가 가장 높은 유 전 장관이 중도 포기하는 것을 참여당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서울시장 양보론’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 있다. 그러나 양보한다면 ‘정치인 유시민’과 참여당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만약 그가 ‘거래’가 아니라 ‘아름다운 양보’를 한다면 야권 연대의 화학적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역시 친노 세력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도 여전히 주목된다. 그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로 높은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이 밖에도 엄기영 MBC 사장은 강원에서, 이인제 의원은 충남에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속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02. 지방선거 승패의 분수령 될, 수도권 민심의 향배는?

지방선거 초미의 관심사는 당연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를 어느 정당이 차지할 것인가이다. 역대 선거가 증명해왔듯이 수도권의 승부가 곧 전국 선거의 승패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우호적 민심이 여당의 서울시장·경기지사 수성에 유리한 선거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여전히 경제 문제이다. 실업률 악화가 개선되지 않고 서민 경제의 체감 지수가 상반기 내에도 호전되지 않을 경우, 6월 지방선거는 국정 안정보다 정권 심판을 기준으로 유권자의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너무 많은 의석 수’를 주었다는 비판적 여론과 여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의 비리 및 호화 청사 논란 등 민심 이반의 악재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황도 여당에게는 불길한 징조이다. 여당의 불행은 야당의 행운을 부르겠지만, 제1 야당인 민주당은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 때문에 반사 이익을 볼 겨를이 없다. 민주당은 오세훈 시장, 김문수 지사 등 강력한 여당 후보에 맞서기 위해서는 조기에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전 총리가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한 전 총리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민주당에게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경우이다.

이때는 고만고만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당내 후보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해야 하지만 곧바로 국민참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유시민 전 장관과의 후보 단일화가 장벽으로 다가온다. 5%의 지지율을 가진 민주당 후보와 15%의 지지율을 가진 참여당 후보 간의 단일화가 순탄하게 끝날 리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안산 재·보선의 단일화 과정에서 ‘1위 후보가 어떻게 3위 후보에게 양보할 수 있느냐’고 했던 말이 민주당에게 그대로 부메랑이 된다. 유 전 장관의 발끝이 대권을 향해 있지만, 굳이 서울시장 출마 카드를 접지 않는 이유이다.

수도권 민심은 늘 정권을 견제하는 데 익숙하지만 야당이 그 민심을 대변할 후보 구도를 만들지 못한다면 여당의 3연속 지방 권력 석권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선거는 ‘누가 더 실수를 적게 하느냐’의 싸움이다. 

03. 영·호남에서 무소속 돌풍 다시 올까?

▲ 수도권을 한나라당의 아성처럼 만든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문수 경기지사(오른쪽). ⓒ시사저널 임준선

영남에서 한나라당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대부분이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한다. 그럼에도 무소속이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 여부는 한나라당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이 여론조사를 무시하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를 유권자들에게 내놓을 경우 ‘역풍’은 필연적이다. 영남에서 야권 후보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 갈등만 반복하는 중앙 정치에 염증을 느껴 무당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영남의 한 정치권 인사는 “한나라당도 싫고, 야권도 싫은 유권자들이 무소속 후보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나라당이 ‘전혀 팔리지 않을 상품’을 유권자들에게 강요한다면 단단히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가장 술렁이는 지역은 호남이다. 민주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시민공천배심원제’의 칼날이 결국 호남으로 향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호남이 바뀌어야 민주당이 바뀌었다고 국민들이 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배심원제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배심원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해당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또한 배심원제에 의한 공천에 반발해 후보들이 뛰쳐나갈 경우 단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원들로서는 곤혹스럽다.

배심원제와는 별도로,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구심점이 사라진 호남에서 공천에 불복해 뛰쳐나갈 이들도 적잖다. 민주당 간판만 달면 무조건 찍어주는 분위기도 옅어져가는 추세이다.

04. 세종시 문제, 충청권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종시는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의 뇌관이다. 세종시 문제가 충청 지역의 선거 판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여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충청 지역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이기는 후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전 출신 한 의원의 보좌관은 “정부·여당이 충청권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늘어난다고 말하고 있지만, 밑바닥 민심은 전혀 아니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자유선진당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세종시 원안 약속이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현재 충청인들의 자존심이라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소속 대전 시의원들의 탈당 사태가 충청권 표심의 바로미터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과실을 따 먹기는 버겨워 보인다.

충청권 광역단체장의 판세도 여당 후보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의 박성효 현 시장과 선진당 염홍철 전 시장의 대결 구도로 굳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염 전 시장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지사의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충남도지사 선거에서도 선진당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전망이 잇따른다. 충북에서도 한나라당 소속의 정우택 현 지사가 세종시 문제 때문에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자유선진당 당원들이 세종시 원안 사수 결의 대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05. 노무현 서거 1주년 맞는 국민참여당의 경쟁력은?

‘노무현 추모 열기’가 다시 얼마나 뜨겁게 불 것인가 하는 전제가 우선 있어야 한다. 지난해 5월에는 5백만명의 추모 물결이 있었지만, 올해 5월에도 그 불씨가 강하게 살아날지는 알 수 없다. 보편적인 국민 정서와 이를 정치 세력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더욱이 ‘반한나라당’ 유권자들이 참여당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분열을 일으키는 정당이 아니냐’는 복잡한 속내가 담겨 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지켜내려면 ‘반MB 연대’를 공고히 해야 하고, 그러려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움직임이 더 강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적자 논쟁’의 승자가 민주당이 될지, 참여당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표 형태는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계속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로서는 아무리 민주당이 밉다고 해도 막상 투표소에 섰을 때 다른 당을 찍기는 쉽지가 않다는 얘기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치 성향을 분석해보면 지금 참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진보신당으로 마음이 쏠렸던 사람들이 많다. 기존 질서와 다른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그처럼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조진범 | 영남일보 정치팀장 · 이유주현 | 한겨레 정치팀 기자 · 이경헌 |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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